“북한만 아니면 무죄?”…간첩법 ‘적국’ 한정 논란, 국가안보 구멍 커진다
국정원 대공 수사권 복원·군·경 통합 공조체계 구축 필요성 제기

전 세계적으로 정보 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적국'에만 한정된 국내 간첩법의 맹점이 국가 안보의 심각한 위협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오후 3시, 대구한의대 학술정보관 세미나실에서 (사)대한지방자치학회와 한국행정학회 공공안전행정연구회 공동주최로 특별기획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기조 발표자로 나선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간첩과 국가안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통해 현행 간첩법의 입법 미비와 수사 체계의 허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교수는 최근 발생한 사례를 들어 사안의 시급성을 알렸다. 지난 2024년 6월 중국인 2명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입항 미 항모를 드론으로 불법 촬영하고, 11월에는 중국 국적 남성이 내곡동 헌인릉 근처 국정원 건물을 촬영하다 체포된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이들이 관광객이나 유학생 신분을 내세워 '단순 호기심'이라 주장하는 것은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간첩법 적용 대상을 오직 '적국'으로 한정한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형법 제98조는 '적국'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북한이 아닌 제3국을 위한 간첩 행위나 산업 스파이 활동을 간첩죄로 처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 교수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은 이미 외국인과 외국 단체 등을 간첩죄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넓혀 군사 안보 정보 유출은 물론 산업기밀 탈취 행위까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첩법 개정이 국가 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국익의 관점에서 법망의 미비점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첨단 정보 자산과 국가 기밀을 보호할 법적 근거가 상실될 수 있다는 경고다.
수사 역량의 강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 교수는 "간첩 검거에는 오랜 기간 축적된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 역량과 해외 정보 수집 시스템, 암호 분석 등 전문 기술이 필수적"이라며, 국정원의 대공 수사 권한 복원을 주장했다. 아울러 국정원과 경찰, 군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통합 공조 시스템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는 김효진 경운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장철영(대경대), 장병욱(경운대), 손동식(대구한의대), 이행준(영남대), 박민성(계명대) 교수와 이동엽 대한민국 공인탐정경호협회 회장 등이 지정 토론자로 참여해 국가 안보 전략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한편, 기조 발표를 맡은 박동균 교수는 한국치안행정학회장과 국가위기관리학회장을 역임한 경찰행정 전문가로, 제1기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및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실무와 이론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