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둘째도 학원 보낼 수 있어요”…농어촌 기본소득 첫 지급에 장수군 활기
장수·순창·영양 26일 우선 지급
1인당 월 15만원 지역상품권 지원
학원비 부담 완화·상권 회복 기대
인구 570명·가맹점 50곳 증가
정부 “지역소비→창업·정착 선순환 유도”

“그동안 첫째만 학원에 보내 미안했는데 이제 둘째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26일 전북 장수군 장수읍에서 만난 김기준(44)·박해진(41) 부부는 기본소득 사용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부터 인구 소멸 위기 지역 10개 군 주민에게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대상 지역은 전북 장수·순창, 경북 영양,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남 신안·곡성, 경남 남해다. 이 중 장수, 순창, 영양군은 이날부터 먼저 지급됐다. 지급액은 1인당 매월 15만 원으로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형태다.
세 남매를 둔 김 씨 부부는 “학원비와 생활비 부담이 큰데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며 “그동안 온라인 소비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지역에서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2년 전 구미에서 내려와 스마트팜 사업을 시작한 안태환(40) 푸르밍 공동대표도 두 자녀 학원비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그는 “10살과 12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사교육비 부담이 적지 않다”며 “이번 지원금으로 수학 학원을 하나 더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래 부모들 사이에서도 학원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며 “교육 환경이 개선되면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가정에도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상권도 변화의 조짐을 기대하고 있다. 장수군 어울림센터 푸드코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정민 카페 어울림 대표는 “도시재생센터 내에 새로 자리 잡은 만큼 손님이 더 늘기를 바란다”며 “기본소득이 시행되면 소비가 지역 안에서 돌 수 있어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 월 매출 목표는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기본소득 시행에 맞춰 메뉴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필리핀 출신으로 30년째 장수에 거주 중인 김수경 마닐라 키친 대표도 “상품권이 지역 가맹점에서만 사용되니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입 인구가 늘어나면 상권도 자연스럽게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장수군은 기본소득 대상지 선정 이후 인구와 가맹점 수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장수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기준 2만 445명이던 인구는 올해 2월 말 기준 2만 1015명으로 570명 늘었다.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도 같은 기간 676개소에서 726개소로 50개소 증가했다.
이정우 장수군 부군수는 “1995년 이후 10년 이상 지속된 인구 감소와 위축된 상권 분위기가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 이후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지역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던 소비를 지역 안으로 묶어두고 장기적으로는 인구 유입과 창업 활성화까지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지급 수단을 현금이 아닌 지역사랑상품권으로 한 것도 역외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소비 증가가 상권 회복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일자리와 청년 정착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정책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단순 현금성 지원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위장 전입이나 특정 지역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재정 지속 가능성 역시 쟁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급 대상과 거주 요건을 엄격히 관리하고, 사업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해 단계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어촌 소멸 위기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며 “지역 내 소비 기반을 회복시키지 않으면 인구 유입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는 시행 과정에서 보완할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고, 청년 창업과 귀농·귀촌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아울러 이번 사업을 단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지역 활력 회복을 위한 구조적 실험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대상 지역 확대와 지원 방식 다양화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머스크만 하나?” 韓도 가세한 ‘우주 태양광’ 경쟁
- 野김장겸 “LG 유플러스 해킹 은폐 행위, 증거 인멸 인정 시 위약금 면제 가능”
- 케데헌 감독이 현장에, BTS 슈가는 영상 ‘깜짝’ 등장...갤럭시로 중계한 갤럭시 언팩
- 한국인 정말 많이 가는데...관광객은 버스비 2배 내라는 ‘이 도시’
- “숙취해소제 마시고 기절”...모텔 연쇄 살인, 추가 정황 발견
- “틱톡 가치 788조”...초기 투자자 제너럴 애틀랜틱, 28배 잭팟
- ‘대공황 50% 보복세’도 건드는 지독한 ‘플랜B’
- 현대차그룹, 차세대 이동형 로봇 플랫폼 ‘모베드’ 활용방안 내주 공개
- “손가락 주름까지 담아내다”…장인정신으로 7년 빚은 ‘붉은사막’
- “임차인 보호”...다주택자 대출, 전월세 만료 뒤 회수 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