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말리는 미 합참의장…“이란 공격하면 긴 전쟁 휘말린다”

미군 합참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쟁 장기화, 미군 사상자 발생, 대중 방어 약화를 이유로 이란 공격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미국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란 대학가에선 반정부 시위가 3일째 이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액시오스 등은 댄 케인 합참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액시오스는 케인 의장이 백악관 고위급 회의에서 베네수엘라와 달리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은 미군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장기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에 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케인 의장이 이란에 대해선 “마지못해 참전하는 전사” 같았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케인 의장과 국방부 요인들이 이란에 대한 장기간 공습은 방공 미사일 비축량과 미군 병력에 상당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대통령에게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부 관계자들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느라 방공 미사일 비축량이 2주가량 사용할 양밖에 없을 정도로 부족해져,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 데 소진하면 중국에 대한 방어 태세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단 우려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케인 의장이 이런 우려에 더해 ‘이란을 공격하는 데 영공을 내주지 않겠다’는 중동 동맹국의 비협조적인 태도 또한 어려움을 가중하는 점이라고 짚었다고 보도했다.

케인 의장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공습과 지난달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납치 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높은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케인 의장은 앞선 두 작전에선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이란 작전에 대한 그의 부정적인 보고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도들을 두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100% 틀렸다”며 “케인 장군은 우리 모두처럼 전쟁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지만, 만약 이란에 대한 군사적 결정이 내려지면 쉽게 이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정을 내리는 것은 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란 정부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한적인 타격을 한 뒤 공격 규모를 늘리려 한다는 보도를 두고 모든 공격을 ‘침략 행위’로 간주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외무부의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공격은 침략 행위에 해당하며, 당연히 그에 따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 지도부가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 정권 생존에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분석을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핵농축과 탄도 미사일은 정권을 떠받치는 핵심 기둥이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는 것은 정권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이 분쟁을 벌이면 휘발유 가격이 급등해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정권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단 점을 이란도 알고 있다고 짚었다.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활동하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에는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이스라엘 보건부도 병원들에 병상을 비우라고 지시하는 등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의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은 이날 그리스 크레타섬 항구에 정박해 보급을 받았다고 데페아(DPA)가 24일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대학가에선 반정부 시위가 사흘째 이어졌다고 영국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아직 대중 시위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시위가 자흐라 여자대학 등 다른 대학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비비시(BBC)는 테헤란의 8개 대학, 마슈하드, 이스파한 등 주요 도시 대학에서 시위가 벌어진 영상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대학생들은 “독재자에게 죽음을” “흘린 피는 씻을 수 없다”는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이란 국기를 찢거나 불태우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하메네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위협에 쥐처럼 지하에 숨었다’고 조롱하는 뜻으로 나무에 장난감 쥐를 매달기도 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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