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맛·고추·김장, 지역경제 활성화 '견인차' 되나
9월 초 일정 조정... 31만 방문·196억 효과로 농산 브랜드 강화
11월 ‘김장의 날’ 맞춤, 12만 방문에 50억 경제효과 달성
연중 3대 축제 연계, 농업·관광 경제 순환 플랫폼 구축 과제

괴산축제위원회는 ‘괴산빨간맛 페스티벌’, ‘괴산고추축제’, ‘괴산김장축제’를 각각 5월 22~24일, 9월 3~6일, 11월 5~8일로 확정하고, 연중 분산 개최를 통해 사계절 내내 사람이 찾는 농업 관광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먼저 올해 축제의 포문을 여는 ‘괴산빨간맛 페스티벌’은 봄철 관광 비수기를 정면 겨냥한 전략형 축제다. 괴산군은 한국 지방 축제에서 상대적으로 수요가 약한 5월 말 평일·주말을 택해, 음악분수와 괴산교 미디어파사드, 동진천변 양귀비꽃 군락, 야간 경관연출 등 MZ세대부터 가족 단위까지 아우르는 야간 체류형 콘텐츠를 집중 배치했다.
지난해 ‘2025 괴산빨간맛페스티벌’ 평가 용역 결과에 따르면, 유인 계수기를 통해 집계된 방문객은 23만 5238명, 1인당 2만 285원을 지출하며 약 47억 7000만 원의 직접 경제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방문객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39점, 재방문 의향은 96%를 넘어섰고, 거주지 분포를 보면 충북·청주 비중이 절반 이상인 가운데 수도권 관광객 비율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첫 회 행사 때 17만여 명 방문, 35억 원대 경제효과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규모와 체류 소비가 모두 크게 성장한 셈이다.
빨간맛 페스티벌의 성과는 단순한 ‘이벤트 성공’을 넘어 괴산군의 도시 이미지 변신과 직결돼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1~2시간 거리의 근교 농촌 도시인 괴산은 그동안 유기농 엑스포, 산막이옛길, 괴강 관광 등 개별 관광 자원은 풍부했지만, 계절별로 반복 방문을 이끌어낼 대표 축제 포트폴리오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봄철 야간 경관과 음악 공연, 인생샷 명소를 결합한 빨간맛 페스티벌은 ‘젊고 역동적인 농업 도시’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며, 괴산군이 스스로를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로 재정의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군은 올해 축제에서 천변 꽃길과 포토존을 확장하고, 빨간 의상 착용 방문객 할인 이벤트 등 지역 상권 연계 프로모션도 강화해 봄철 유입 인구를 한층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가을의 문을 여는 ‘괴산고추축제’는 명실상부 괴산을 전국에 각인시킨 대표 농산물 축제다. 위원회는 그동안 늦여름 폭염과 우천 가능성이 겹치며 관람 환경 개선 요구가 높았던 점을 감안해, 올해 일정을 9월 3~6일로 조정했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안정되는 9월 초로 옮겨, 방문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가족·노년층 관람객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평가 용역 결과 ‘2025 괴산고추축제’ 방문객은 31만 1000명,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196억 2,900만 원으로 분석됐다.
전체 프로그램 운영 만족도는 평균 4점, 재방문 및 타인 추천 의향은 5점 만점에 4.12점을 기록해, 전국 농산물 축제 가운데 상위권 경쟁력을 입증했다.
고추축제의 중심에는 ‘괴산청결고추’라는 로컬 브랜드가 있다. 각 읍·면에서 선별한 청결고추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고추장터는 그동안 준비 물량이 조기 소진될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었고, 방문객들은 생산자와의 직접 소통을 통해 상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지역 농가 역시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판로·수익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황금고추를 찾아라’, ‘고추난타’, 고추 물고기 잡기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결합되면서, 단순한 판매 행사에 그치지 않고 농산물과 놀이, 공연을 결합한 종합 체험형 축제로 진화하고 있다.
군과 축제위원회는 올해도 이러한 참여 콘텐츠를 한층 고도화해 괴산청결고추의 브랜드 가치를 전국 시장으로 확대하는 한편, 청년 농업인과 소규모 가공업체, 푸드트럭 운영자 등과의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연말로 갈수록 김장철과 함께 도시와 농촌의 수요를 동시에 잡는 것은 ‘괴산김장축제’의 몫이다. 괴산군은 매년 11월 첫째 주 금요일을 ‘김장의 날’로 지정한 조례 취지를 반영해, 올해 김장축제를 11월 5~8일로 확정했다.
김장 시기와 일정을 정교하게 맞추면서, 김장문화의 상징성과 제도적 의미를 살리고, 전통 김장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세대 간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 행사로 정체성을 굳혀가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열린 ‘2025 괴산김장축제’에는 12만 3000여 명이 방문했으며, 드라이브스루와 원스톱 김장담그기 사전 매출 2억 800만 원을 포함해, 4일간 총 12억 200만 원의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괴산군은 방문객 수와 매출 모두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하고, 축제의 직접 경제효과를 약 50억 원으로 산출했다.
김장축제는 단순히 농산물 판매와 체험을 넘어, ‘김장’이라는 행위에 담긴 공동체성과 돌봄의 가치를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상 모든 김장, 모닥불 파티’를 슬로건으로 내건 지난해 축제에선 ‘원스톱 김장담그기’와 ‘드라이브스루 김장’ 프로그램이 사전 신청 단계에서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가족·지인 단위가 함께 김장을 담그고, 완성된 김치를 나누는 경험은 세대 간 관계 회복, 도시민과 농촌 간 교류 확대라는 사회적 효과도 동반한다. 평가 결과 운영 만족도는 항목별 평균 4.73점으로 나타나, 축제가 양적 성장뿐 아니라 운영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충북도 역시 이러한 성과를 반영해 괴산김장축제를 2026년까지 도 지정 최우수 축제로 선정, 안정적인 재정·행정 지원을 예고한 상태다.
세 축제의 연간 성과를 합산하면, 괴산군이 축제를 통해 확보하는 방문객 수와 경제 효과는 이미 중소 도시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빨간맛 페스티벌 23만 5000여 명, 고추축제 31만 1000명, 김장축제 12만 3000명 등 세 축제를 합쳐 약 67만 명이 괴산을 찾았고, 직접 경제효과·경제 파급효과를 합산하면 290억 원을 상회하는 규모가 된다.
여기에 숙박, 교통, 인근 관광지 소비, 재방문 효과까지 감안하면, 축제가 군 전체 생활인구 352만 명 형성의 중요한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축제를 ‘일회성 잔치’가 아닌 지역 경제 구조를 떠받치는 핵심 동력으로 바라보는 괴산군의 시각이 수치로 입증되는 지점이다.
정책적 관점에서 주목할 지점은, 괴산군이 세 축제를 ‘연중 분산 개최’ 구조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봄에는 빨간맛 페스티벌, 늦여름·초가을에는 고추축제, 늦가을에는 김장축제가 이어지면서, 계절별 비수기를 보완하고 방문객 수요를 고르게 분산시키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 구조는 농업 생산·유통·가공 시기와도 밀접히 맞물려 있다. 고추 출하와 건조, 김장용 배추·무 수확 시기, 봄 관광 비수기와 농번기 사이 공백을 축제로 채워 넣으면서, 농업과 관광, 상권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축제형 지역 순환 경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정 시기에만 밀집했던 관광 수요를 연중으로 펴는 구조는, 지역 교통·환경·안전 측면에서도 과밀을 낮추고, 행정·민간의 준비 부담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이 같은 방향성을 감안하면, 향후 괴산군이 고민해야 할 과제도 명확해진다. 먼저, 축제 외형 성장에 비례하는 ‘내실’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이미 세 축제의 방문객과 경제효과 수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해 1인당 소비와 재방문을 더 끌어올리려면 숙박, 교통, 야간 콘텐츠, 로컬 푸드 인프라 등 기반 시설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
또한, 환경·지속가능성 관점에서의 축제 운영 기준 정립도 필요하다. 대규모 방문객이 몰리는 만큼 쓰레기 발생, 교통 혼잡, 하천·농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친환경 교통, 다회용기 사용, 지역 순환 자원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더불어, 농업인과 청년층, 소상공인이 축제 수익 구조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로컬 브랜드 개발,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판매, 농촌 체험 창업과 연계된 지원 프로그램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축제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역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축제 기간 외에도 지속적인 교류·교육·실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괴산축제위원회가 연간 성과보고회와 평가 용역을 통해 데이터 기반 평가를 수행하고, 축제 전문가 및 주민 의견을 수렴해 프로그램을 개선해 나가는 현재의 구조는 긍정적 출발점이다.
여기에 청소년·청년 기획단, 로컬 크리에이터, 사회적 경제 주체 등이 참여하는 상시 기획 워크숍, 지역 대학·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 농업·관광·문화 정책과 연동된 중장기 로드맵이 더해진다면, 괴산 3대 축제는 단순한 관광 행사를 넘어 농촌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실험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괴산군이 올해 확정한 세 축제 일정과 운영 방향은, 축제를 ‘지역의 농업과 관광, 경제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규정한 군의 인식을 분명히 드러낸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동력을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 청년 정착, 지속가능한 농업 구조와 어떻게 구체적으로 연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실천의 문제다.
축제의 숫자나 규모를 넘어서, 축제를 매개로 한 ‘지역 시스템’을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하느냐가, 앞으로 괴산이 진정한 의미의 ‘가고 싶고, 머물고, 살고 싶은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의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