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 들이받고 조롱하는 ‘픽시 폭도’…단속에도 무법지대 여전

이현웅 기자 2026. 2. 23. 23:0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찰, 4개월간 불법 픽시 자전거 721건 단속
서울시, 픽시족 상습 출몰지역 폐쇄 검토
지난 12일 저녁 서울 여의도 공원의 한 자전거 연습장에 픽시 자전거를 탄 청소년들이 모여있다. 이현웅 기자

지난 12일 저녁 무렵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한 자전거 연습장에 ‘픽시 자전거’를 탄 청소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픽시는 ‘고정 기어 자전거(Fixed-gear bicycle)’의 줄임말로, 기어 변속 없이 속도를 낼 수 있는 자전거다. 모여든 20여 명의 학생들은 큰 소리로 노래를 틀고 춤을 추고, 무리를 지어 일대 자전거 도로를 질주하기도 했다. 규정상 픽시 자전거에는 브레이크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하지만, 상당수 학생들의 픽시 자전거에는 브레이크가 달려있지 않았다.

해당 자전거 연습장에서 찍힌 영상은 최근 SNS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달 초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픽시 자전거 관련 신고를 받고 여의도공원으로 출동했다. 경찰관들이 자전거 연습장 바로 옆에 있는 주차장에 경찰차를 세워놓고 신고현장으로 이동한 사이, 픽시 자전거를 탄 수십명의 청소년들이 비어있는 경찰차를 둘러쌌다. 한 학생은 자전거 바퀴로 경찰차의 옆문을 찍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으며, 일부 픽시자전거는 경찰차 보닛에 기대어 세워져있었다. 이후 해당 청소년들은 현장을 떠나는 경찰차를 에워싸고 발길질을 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해당 자전거 연습장을 우범 지역으로 보고, 폐쇄 후 광장으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 여의도 공원의 한 자전거 연습장 인근 주차장에서 청소년으로 보이는 학생이 픽시 자전거로 경찰차를 들이받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동영상 캡처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남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픽시 자전거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선수의 경우 시속 70㎞까지, 일반인도 내리막길에서는 60㎞까지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별도 브레이크 없이 뒷바퀴에 고정된 페달을 멈추는 방식으로 제동하기 때문에 급제동이 어렵다. 숙련자는 뒷바퀴를 좌우로 흔들며 마찰을 일으켜 감속하는 ‘스키딩(skidding)’이란 기술을 쓰기도 한다. 청소년들 사이에선 이것이 일종의 ‘묘기’로 여겨지면서 인기가 커졌지만, 부상과 사망에까지 이르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 규제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23일 경찰청의 ‘픽시자전거 단속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7일부터 올 1월 31일까지 4개월 여간 전국에서 단속된 픽시자전거 관련 사건만 721건에 달했다. 매일 약 5건의 단속이 이뤄진 셈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남부가 262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가 68건, 서울이 62건으로 뒤를 이었다.

치안 현장에선 단속에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무리지어 다니는 청소년들이 순간적으로 흩어지며 경찰을 따돌리는 경우가 많고, 붙잡히더라도 강제 귀가가 최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의도공원에서 경찰차를 위협했던 학생들에게 계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차 안에 경찰이 없어 이들의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고, 경찰차가 주차돼 있던 곳은 현행법상 도로가 아닌 주차장이어서 법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문제는 픽시 자전거로 인한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의 경우 사고 발생으로 재판에서 책임 소재를 가릴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인천지법은 픽시자전거를 타던 초등학생을 치어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힌 버스기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버스 기사가 신호 위반을 했지만, 피해자가 버스 옆에 바짝 붙어 운전하다가 갑자기 버스 앞으로 끼어 들어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운전한 자전거는 제동을 하려면 페달을 거꾸로 밟아야 하는 ‘픽시’라는 자전거”라며 “자전거를 급제동하려다가 페달조작 실수로 넘어지면서 피고인의 버스와 충돌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에 더해 청소년들의 인식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도가 지나친 일탈이 왜 문제인지 지적하는 교육이 수행돼야 한다”며 “픽시의 경우 사고 사례를 통해 위험성을 가르치거나 법 적용이 어떤 방식으로 되는지 등을 꾸준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현웅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