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현장] “형광등부터 보일러까지” 거제시민 불편 생기면 나타난다
시민 체감 높은 생활밀착형 행정
퇴직 중장년 10명 일자리 창출로
각종 민원 소규모 수리 사업 추진
3년간 7000여 건 불편 신고 해결

이달 중순, 거제시 거제면 화원마을 한 시골집. 생계급여를 받는 70대 노인이 홀로 사는 집은 며칠째 물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보일러 배관이 얼어붙은 탓이다. 형광 조끼를 입은 중년 남성 두 명이 외부에 노출된 배관을 보온재로 감싸고 있었다. 조끼 뒷면에 '척척거제 기동대'라는 글자가 찍혀 있다.
보일러 수리를 마친 기동대원들은 따뜻한 물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했다. 노인은 "밀려 있던 빨래를 이제야 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옆 마을 경로당. 준공된 지 30년 가까이 된 이곳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기동대원들은 욕실과 부엌의 수도꼭지 세 개를 교체했다. 거실에 모여 있던 대여섯 명의 노인은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강철석(60)·김일권(60) 씨는 조선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퇴직 노동자들이다. 기동대원이 된 지금은 2인 1조로 지역을 돌며 보일러·수도·방충망·형광등 교체 등 각종 생활 민원을 처리한다.
2년 차 대원인 강 씨는 "30년간 조선업에 몸담다 퇴직한 뒤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어 지원했다"며 "면·동 지역에 가면 주민 대부분이 70~80대인데, 작은 수리에도 어르신들이 엄청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업자를 부르기에는 비용이 부담돼 방치하던 생활 불편을 해결해 드릴 수 있어 기쁘다"라며 "갈수록 고령화사회가 될 텐데 이러한 현장 중심 정책이 절실하고, 지속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척척거제 기동대'는 거제시가 2023년부터 운영 중인 생활밀착형 현장 대응 사업이다. 대원들이 지역 곳곳을 순찰하며 가로등·보도블록·벤치 등 공공시설물의 경미한 파손을 수리하고 정비한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등의 소규모 수리도 주요 업무다. 현장 조치가 어려운 사안은 관련 부서와 공유해 해결한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행복생활민원 소규모 수리' 사업도 병행한다. 문손잡이·수도·방충망·형광등 교체처럼 사소하지만 방치되기 쉬운 불편을 직접 찾아가 해결하는 방식이다. 즉각적인 조치로 시민 체감도가 높고 사업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운영 실적은 2023년 1785건에서 2024년 2788건, 2025년 2510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새 학기를 앞두고 다음 달 13일까지 '등굣길 미리보기' 순찰도 진행 중이다. 초중고 통학로 70곳에서 횡단보도와 교차로·보행자 밀집 구간 등을 점검해 학생 안전을 챙기려는 목적이다.

시는 시민공감실 내 현장기동팀(055-639-7282·처리빨리)을 운영하며 민원 신청을 수시로 접수하고 있다. 시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고자 시 캐릭터로 '척척 몽꾸'도 만들었다.
김현수 현장기동팀 주무관은 "작은 생활 불편도 취약계층에게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며 "기동대가 시민 불편을 신속히 해소해 일상의 안전과 편의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도 높은 산업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이제는 공공 영역에서 시민을 위한 업무에 활용하며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고,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는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봉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