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탐구생활] 왜 청년은 수도권으로 몰릴까… ‘교육·취업·주거·정착 구조’가 문제였다
고용률·임금 우위… 지역별 격차도
정부, 지역 맞춤형 고용서비스 확대
“산업·주거 등 통합한 정착 전략 필요”

지방소멸과 청년 인구 유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고용환경 격차가 청년정책의 체감도와 효과까지 갈라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청년 고용률은 55.9%로 비수도권보다 6.6%포인트 높고, 평균임금도 더 높은 수준을 보인다. 동일한 청년정책이 적용되고 있지만 지역별 노동시장 구조가 다른 만큼 정책 요구와 체감 수준 역시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고용정보원 ‘청년정책 네트워크 구축 및 활성화 사업:지역별 청년고용과 정책 인식조사’에 따르면 청년 고용정책은 전국 단위로 설계되지만 노동시장은 이미 지역별로 전혀 다른 조건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 수도권은 일자리 규모와 질 모두에서 우위를 보이는 반면, 비수도권은 일자리 선택 폭 자체가 제한적이다. 정책이 같아도 효과가 달라지는 이유다.
이 격차는 단순한 취업 기회 차이를 넘어 노동시장 작동 방식의 차이로 이어진다. 수도권은 기업 밀집도가 높고 산업이 다양해 인력 이동이 활발하다. 직무 전환이나 경력 이동이 비교적 쉽고, 노동시장 내부 경쟁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반면 비수도권은 산업 구성이 제한적이고 기업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노동시장 내부에서 기회를 재창출하기 어렵다. 일자리를 한 번 잃으면 대체 기회를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다.
청년들의 인식도 이를 반영한다. 수도권 청년은 일자리의 질 개선을 더 중시하고, 비수도권 청년은 취업 기회 부족을 더 크게 문제로 인식한다. 취업 결정에서 임금, 고용 안정성, 워라밸 등 근로조건이 핵심 기준이라는 점은 같지만, 노동시장 환경이 정책 요구의 방향을 갈라놓고 있다.

■ 취업 전망과 재도전 속도도 격차
취업 전망에 대한 인식도 지역별로 차이가 뚜렷하다. 비수도권 청년은 취업 가능성을 더 낮게 평가하고, 특히 거주 지역 취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부정적 전망이 더욱 강해진다.
구직 활동을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시점도 다르다. 수도권은 재참여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지만 비수도권은 장기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노동시장 재진입 가능성 자체가 다른 것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심리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가깝다. 구직 실패 이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일자리 풀이 충분하냐가 노동시장 참여 지속 여부를 좌우한다. 기회가 많은 지역에서는 재도전이 반복되지만, 기회가 제한된 환경에서는 구직 단념이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노동시장 활력의 차이가 청년의 행동 전략 자체를 바꾸는 셈이다.

■ 수도권 이동의 핵심 동인, 지역 일자리 한계
지역 일자리 구조 자체도 청년 이동을 촉진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직종 선택 폭이 좁고 산업 편중이 심하며 임금과 복지 수준이 낮다는 인식이 강하다. 경력 발전 가능성 역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고숙련·고부가가치 직무가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가 이동을 가속한다. 연구개발, 기획, 콘텐츠, 첨단기술 직무처럼 성장 경로가 뚜렷한 직업일수록 수도권 집중도가 높다. 청년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 일자리’보다 ‘미래 경력’이기 때문이다.
청년 이동은 생애주기별로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대 초반에는 교육과 취업, 이후에는 직업, 30대 초반에는 주거가 핵심 변수로 작동한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과 가족 형성 조건이 지역 정착 여부를 좌우한다.
이는 청년 이동이 단순 취업 문제가 아니라 교육–취업–주거–정착으로 이어지는 생애 경로 전반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정 단계만 지원하는 정책으로는 이동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

■ 정책 체감도는 ‘내용’보다 ‘접근성’
고용서비스와 직업훈련은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많지만, 정책 개선 요구는 지역별로 다르다. 수도권은 서비스 질과 다양성 개선을, 비수도권은 접근성과 참여 조건 완화를 더 중요하게 본다.
이 차이는 정책 인프라 밀도에서 비롯된다. 수도권은 서비스 공급 자체는 충분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질적 개선 요구가 커진다. 반면 비수도권은 서비스가 존재하더라도 이용 기회가 제한되거나 참여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국 정책 내용보다 정책 접근성이 체감도를 좌우한다는 의미다.
■ 정책 확대에도 수도권 집중은 지속
청년정책이 확대돼 왔지만 수도권 집중은 완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수도권 청년 인구 비중은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책이 존재해도 노동시장 구조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인구 이동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정책 단위와 이동 단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정책은 개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이동은 산업과 공간 구조가 결정한다. 기업 입지, 교육기관 분포, 금융 접근성, 문화 인프라까지 결합된 도시 경쟁력이 인구 이동을 좌우한다.
■ 청년정책, 취업 지원에서 정착 정책으로
청년들은 단기 취업률 개선보다 장기적 경력 형성과 역량 개발을 더 중시한다. 정책 방향도 전환 요구가 제기된다. 일자리 지원 중심에서 주거·교육·복지까지 연계한 통합 정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청년정책이 노동시장 정책에서 지역 정착 정책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의미한다.
지역별 노동시장 구조가 다른 만큼 정책도 달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은 산업 경쟁력 강화, 광역시는 인구 감소 대응, 산업도시는 전환 투자, 도 지역은 정주 기반 강화가 핵심 과제다. 동일 정책은 격차를 줄이기보다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 지역 대학은 인력 공급 기관을 넘어 지역 경제와 고용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재정의되고 있다. 교육과 취업을 분리하지 않고 산업과 연계하는 구조가 요구된다.

■ 정부 대응 확대…재정지원 넘어 산업·투자 연계
이에 정부는 청년의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재정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부터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사업에 비수도권 우대 원칙을 도입했다. 비수도권 기업 취업 청년에게 최대 720만원 근속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인구감소지역 취업 청년에는 추가 지원을 제공한다. 지방 산업단지 입주 중견기업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해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기 위한 정책 실험도 시작됐다. 고용노동부는 지역 산업 특성에 맞는 취업·훈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산업 특화 고용센터’를 출범시켰다. 지역이 산업 구조와 인력 수요를 반영해 직접 고용서비스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특화센터는 반도체, 해양, 바이오, 미래모빌리티 등 지역 주력 산업 인력을 양성하고 채용을 연계하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산 센터는 해양산업 취업자 2000명 확대를 목표로 운영된다.
지역 청년 고용 대응은 산업 정책 차원에서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수도권 투자 확대와 양질의 지역 일자리 창출을 직접 요청했다. 수도권 과밀이 부동산 상승과 저출산 등 구조적 문제의 원인이라는 인식 아래, 기업의 지방 생산 거점 확대와 지역 고용 창출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지방 산업 기반 확충과 기업 투자 유도를 통해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정 지원뿐 아니라 민간 투자와 산업 재편까지 연계하는 방식으로 정책 범위를 넓히고 있다.

■ 청년정책의 핵심은 ‘지역 구조 대응’
청년 고용 문제는 더 이상 단일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은 경쟁 과열, 비수도권은 기회 부족이라는 서로 다른 구조 속에 놓여 있다.
비수도권 취업 인센티브, 지역 산업 맞춤형 고용서비스, 기업 투자 유도까지 정책 대응도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청년 이동을 결정하는 요인이 일자리뿐 아니라 주거, 경력, 산업 기반 전반에 걸쳐 있다는 점에서 단편적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노동 전문가는 “청년 지역 정착을 위해서는 단순 취업 지원을 넘어 주거, 경력 개발, 산업 기반을 함께 설계하는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지역 산업 수요와 연계한 일자리 창출, 안정적인 주거 지원, 장기 근속 유인을 결합해야 실질적인 정착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백 기자 baeki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