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더봄] 누구나 갖고 있는 영화에 관한 로망 - '시네마 천국'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2026. 2. 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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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시니어 입장가] (57)
세대마다 다르게 읽히는 인생 영화의 깊이
안주 대신 성장을 선택하게 한 스승의 결단
낡은 영사실 속에서 피어난 세대 초월 우정
영화 '시네마천국' 포스터 /TMDB

칸 영화제,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등 수많은 영화 관련 상을 수상한 명작이다. 쥬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 감독의 1988년 작품으로 알프레도 역으로는 필립 누아레, 토토 역으로는 어린 시절 살마토레 카시오, 청년 시절 마르코 레오나리드, 장년 시절 자크 페렝이 나온다.

이 영화엔 쥬세페 감독의 자서전적 요소가 깃들어 있다. 그는 실제로 이 영화의 배경인 시칠리아 섬 출신으로 어린 시절 마을 극장에서 영사 보조로 일하며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는데, 이 경험이 영화 속 토토의 유년 시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흥행의 반전 드라마로도 유명하다. 처음 개봉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흥행에 참패했다. 하지만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155분 분량을 123분 분량으로 과감히 편집하여 칸 영화제에 출품했고, 여기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2차대전이 끝난 직후 1940년대 시칠리아에 6살 살바토레(아명 토토)가 살고 있었다. 어머니·여동생과 살면서 토토는 아델피오 신부의 영화를 검열하는 일을 도우며 소일했다.

꼬마였던 토토는 동네 유일의 작은 영화관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을 들락거리며 영사기사 알프레도 아저씨와 우정을 키워나간다. 영사실에서 토토에게 영사기 조작법을 어깨너머로 가르쳐주고, 아버지가 없는 토토가 의지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어준다.

토토가 자라서 군에 갔다 제대하고 다시 꿈에 그리던 영사실로 돌아왔지만 뜻밖에도 알프레도는 토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로마로 가라고만 한다. 둘의 인연은 여기까지다.
영화 '시네마천국' 스틸컷 /TMDB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명화로 기억되는 까닭엔 출연진의 다양한 나이를 꼽을 수 있겠다. 꼬마 토토부터 성장하여 30년 만에 고향을 찾아온 중년의 토토, 나이 든 알프레도와 검열을 맡던 신부까지 관객이 공감대를 가질만한 다양한 연령대의 출연자가 골고루 포진되어 있다는 점이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영특한 토토만 보였다. 그러나 몇 년 간격으로 볼 때마다 청년 토토가 보이고, 이젠 알프레도가 가장 크게 보인다. 출연자 각각은 그 나이에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자기 나이에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도를 지킨 사람들이다.

알프레도는 필요할 때 잔인할 줄 아는 어른이었다. 토토와 계속 같이 있으면 편하고 좋았겠지만 토토에게는 장래가 있고 성장에는 상처가 따른다는 것을 가르쳐 준 것이다.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토토를 붙들고 있었을 것이다.

알프레도는 평생 영사실에서 살았다. 필름 냄새와 먼지, 끊어질 듯한 빛 속에서 관객들이 웃고 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토토를 봤을 때 이 마을은 너무 작고 행복은 달콤했지만 안주하게 되면 자기 처지밖에 안 된다며 밀어낸 것이다.
영화 '시네마천국' 스틸컷 /TMDB

이 영화의 다른 매력은 '영화'라는 주제다. 영화는 누구나 좋아한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작은 시골 마을에 비록 초라하지만 영화관이 있다는 것 자체가 흥밋거리다. 어린 토토에게는 신문명이었다. 필름 영사기의 빛을 화면에 비추면 영화라는 것이 보이는 것이 신기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동네에 있었던 영화관은 동네 명소로 남아 있다. 지금은 멀티상영관 시대라서 대형 건물로 바뀌었다. 지금 시니어 세대들에게 어린 시절 봤던 영화관은 그대로 추억의 장소로 남아 있다. 아직 남아 있다면 낡은 건물로 지방문화 유산으로 보존되거나 대부분 재개발되어 없어졌다.
영화 '시네마천국' 스틸컷 /TMDB

토토가 미성년자일 때 봐서는 안 될 영화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 덕분에 연애하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어느덧 배웠다. 그대로 써먹었더니 그 방법이 통하는 것이다. 30년 만에 돌아와 보니 그 당시에는 보수적인 아델피오 신부가 영화를 검열하는 일을 하는 바람에 볼 수 없었던 키스 장면, 정사 장면도 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 보니 별것도 아닌 것을 못 보게 해 더 호기심을 갖게 했다고 추억을 더듬는다. 세월은 흐르는 강물처럼 어느덧 토토도 세대가 바뀐 것이다. 어릴 때 어른의 행동 하나하나는 아이에게 인생행로에서 중요한 동기를 유발한다. 어릴 때의 영화 덕분에 토토는 유명한 영화감독이 되어 30년 만에 돌아왔다.

잔잔한 감동이 남는 감성적인 영화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로 꼽는 이유가 있다.

이 영화는 극장판과 감독판 두 버전이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중년이 된 토토가 첫사랑 엘레나와 다시 만나느냐 아니냐이다. 이 한 가지 설정 때문에 영화 전체의 정서와 알프레도라는 인물에 대한 해석이 완전히 달라진다.

극장판에선 중년의 토토가 고향에 내려가지만 엘레나를 만나지 못하고 아름답고 아련한 추억 속의 첫사랑으로 남는다. 그러나 감독판에선 토토가 중년이 된 엘레나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알프레도의 의도적 개입이 있었음이 밝혀지고 한 여자의 인생과 사랑의 뒷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극장판에선 토토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성공하길 바라는 완벽한 멘토이자 정신적 지주로 알프레도가 그려지는 반면 감독판에선 토토가 사랑 때문에 시골 마을에 안주하여 재능을 썩힐까 봐 두 사람의 연락을 중간에서 의도적으로 차단한 잔인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토토의 성공을 위해 평생의 사랑을 희생시킨 사람이다. 이처럼 각기 다른 스토리라인으로 엔딩의 감정선도 달라진다. 

첫 관람이라면 영화가 가진 마법 같은 환상과 알프레도의 따뜻한 이미지를 온전히 간직할 수 있는 극장판을 추천한다. 

이 영화에서 또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테마곡이다. 'Love Theme'와 'Cinema Paradiso', 'Childhood and Manhood'의 선율은 영화의 정서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음악만으로도 눈물을 자아내는 힘이 있으니 선율에 귀를 기울여 보길 바란다.

여성경제신문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ksy6922@hanmail.net

강신영 댄스·영화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댄스스포츠 1세대로서 지도자, 선수, 기자, 통역, 장애인 봉사, 책 출간 등 댄스계 전반을 두루 섭렵한 전문가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댄스 칼럼을 집필하고 있다. 영화 칼럼니스트로서 시니어가 등장하는 영화를 시니어만의 고유한 시각으로 분석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