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중고차] 레이, 국내 유일 박스형 경차…감가방어 ‘으뜸’
독보적 입지…중고차 시세 신차 근접
신차 품귀에 ‘중고차 프리미엄’ 사례도
캐스퍼 출고 지연 반사이익까지 톡톡

[대한경제=강주현 기자]새 차를 사려면 10개월, 중고를 사도 감가가 거의 없다. 2011년 데뷔한 경형 MPV(다목적차량) ‘레이’의 중고차 시장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18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아 레이의 중고차 거래량은 2017년 이후 생산된 ‘뉴 레이’(부분변경 모델)가 3만3566대, 그보다 앞선 모델인 ‘레이’가 2만5519대로 나타났다. 국산 중고차 실거래 순위에서 각각 4위, 8위에 오르기도 했다. 경차 중 10위권에 두 개 이상 모델이 이름을 올린 건 레이가 유일하다.
올 1월에도 각각 뉴 레이(2877대ㆍ4위), 레이(2044대ㆍ8위)로 인기를 이어갔다.
시세도 오름세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이달 뉴 레이 중고차 평균 시세는 1326만원으로 전월 대비 1.5% 상승할 전망이다. 이달 국산 중고차 시장 전체가 0.4%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레이의 활약으로 경차만 0.6% 상승할 전망이다.
여기에 길어진 신차 납기까지 중고차 수요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기아의 2월 납기 정보를 보면 레이 가솔린은 7개월, X-Line 트림과 전기차(EV)는 10개월이 소요된다. 기아 승용 라인업 중 가장 긴데, 쏘렌토나 카니발도 4∼5주(가솔린 모델 기준)면 출고된다는 점에서 레이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최근엔 즉시 탈 수 있는 중고차를 웃돈 주고 구매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레이의 저력은 국내 유일의 박스형 경차라는 특징에서 나온다. 전고 1700㎜에 축거 2520㎜로 경차답지 않은 실내공간을 확보했고, 우측 슬라이딩 도어 덕에 캠핑, 업무, 복지차량 등 용도를 가리지 않는다. 다마스 단종 이후 소형 밴 수요까지 흡수하며 수요층이 더 넓어졌다.
감가 방어력도 발군이다. 1.0 가솔린 모델 신차 가격이 트림별로 1490만∼2003만원인데, 중고차 시세가 신차에 근접할 정도로 잔존가치가 높다.
케이카에 올라와 있는 매물을 보면 2024년 11월식(25년형) 프레스티지 트림이 주행거리 약 1만3700㎞에 1640만원, 같은 해 4월식 시그니처 트림(약 7800㎞)은 1790만원에 판매 중이다. 10년 넘은 2016년형 터보 모델(약 3만5600㎞)도 1180만원 수준이다. 옵션 구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연식 대비 높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신차 출고 대기만 1년이 넘어가는 캐스퍼가 품귀 현상을 빚고, 중고 매물도 시장에 잘 풀리지 않자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도 있다. 경형 SUV를 찾던 소비자들이 대체재로 레이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물론 약점도 있다. 998㏄ 자연흡기 엔진에 높은 차체, 1톤(t)을 넘는 공차중량 탓에 공인연비가 12.6~12.9㎞/ℓ로 웬만한 중형차에 버금간다. 동력 성능도 여유롭지 않아 고속 주행 등 상황에 제약이 따른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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