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국힘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경기도를 보게 하라

“이러다 경기도에서 진짜 김문수나 김민수 나오는 거 아니에요?”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경기지사 선거 얘기를 하다 보면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보통 대화는 서울시장 선거로 시작해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얘기로 이어집니다. 김동연 경기지사를 비롯해 추미애, 한준호, 김병주, 양기대 의원 등 다양한 후보군에 대한 논평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쪽으로 이야기가 넘어가면, 갑자기 대화 장르가 바뀝니다. 진지한 정치 이야기가 아닌 후보군에 대한 ‘농담’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후보는 ㄱㅁㅅ(김문수 혹은 김민수) 아닌가요?”
김문수와 김민수. 두 정치인 모두 경기지사 여론조사에도 잘 등장하지 않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 둘이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그만큼 국민의힘에 마땅한 후보가 보이질 않기 때문입니다.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김은혜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출마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유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출마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 전 대표는 지금 당 체제에선 공천을 받기 어렵습니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은 승리 가능성이 희박한 선거에 의원직을 던지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지사는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방적인 결과가 예상되다 보니 여론 관심에서도 벗어나 있는 듯 보입니다. 수도라는 상징성이 있는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이야기나 해양수산부 이전 등과 맞물려 여당이 선전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부산시장 관련 이야기가 언론에 매일 보도되지만,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 선거는 화제가 되질 않습니다.
각종 여론조사도 경기지사 선거가 일방적으로 흘러갈 거란 전망에 힘을 싣습니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경기일보가 조원씨앤아이, 리서치앤리서치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1월3∼4일, 만 18살 이상 경기도민 1천명, 무선전화 면접조사, 오차범위 ±3.1%포인트)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지지도 48%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27.3%에 불과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와도 경기지사에 당선되기는 어려울 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경기지사 선거가 이처럼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이유는 뭘까요? 일반적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인구 구조 변화를 꼽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집값 상승과 경기도에서 이어진 잇단 새도시 건설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30∼50대가 경기도로 많이 이주하면서, 정치 지형 자체가 변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설명은 그만큼 서울은 보수화됐다는 분석과 맞닿아있습니다. 이제는 경기도가 ‘민주당 텃밭’이 됐다는 주장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집니다.
정말로 경기도에는 30∼50대가 많을까요? 2025년 12월 기준 서울과 경기도 인구 구조를 살펴봤습니다. 0∼19살을 제외한 인구 중 30∼50대 비율을 살펴보니 서울은 52.8%(429만5천298명)였습니다. 이에 비해 경기도는 56.1%(646만4천883명)로 서울보다 약 3%포인트 높았습니다. 치열한 수도권 선거에서 이 정도 차이가 영향력이 없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연령별 인구만으로는 경기도가 민주당에게 유리한 이유를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런 공백을 설명하는 게 서울에서 나타나는 계급 투표 성향입니다. 과거부터 지역색이 옅은 수도권은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혔습니다. 서울은 그중에서도 민심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서울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계급 투표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강남 3구를 등에 업고 한명숙 전 총리를 상대로 막판 역전승을 거뒀던 2010년 지방선거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종부세나 재건축 문제 등에 민감한 ‘부자 동네’ 몰표가 서울과 경기도 정치 지형의 차이를 만드는 셈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경기도는 과거 서울이 담당했던 민심의 시금석 역할을 이어받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그간 선거에서도 경기도는 민심 향방을 잘 보여줬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면, 1987년 민주화 이후 경기도에서 이긴 후보는 모두 대통령이 됐습니다. 이는 경기도를 쉽사리 민주당 텃밭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 불과 4년 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는 김동연 현 지사와 김은혜 당시 후보가 불과 8186표 차이 접전을 벌였습니다.
2024년 총선에서 화성에서 당선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선전도 경기도가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당시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한정민 후보,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 등과 삼자구도로 선거를 치렀지만 막판에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당선됐습니다. 이 지역은 직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3선을 한 이원욱 전 의원에게 모든 동에서 60% 이상의 지지를 보냈던 곳이었습니다. 보수정당 후보가 둘이 나온 어려운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아닌 다른 세력이 선택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입니다.
결국, 국민의힘이 경기도에서 보이는 부진은 단순히 인구 구조 등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경기도에서 국민의힘이 후보조차 내기 어려운 건, 그만큼 지금 국민의힘이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언론에서는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선거 등이 주목을 받지만, 당장의 지방선거 승패를 넘어 더 넓은 정치적 흐름에서 보면 경기도야말로 국민의힘이 ‘정상 궤도’로 돌아왔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는 셈입니다. 이런 면에서 ‘누군가 국민의힘의 미래를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경기도를 보게 하라’고 할 만합니다.

물론 경기도가 정치의 표준이라는 건 아닙니다. 경기도도 하나의 지역일 뿐이고, 그 안에서 지역 이기주의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수도권에 인구가 쏠린 한국에선 이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지역균형발전이 국가적인 과제이지만 산업단지 조성이나 광역교통망 확충에 있어서는 경기도가 우선시되는 경향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최근 용인 반도체 산단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에서도 경기도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주의하며 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경기도가 ‘상식 밖’ 정당에 대해 가장 냉정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경기도는 지역색이 약합니다. 소위 “민주당 지지층”이라고 불리는 30∼50대도 실은 일자리, 육아, 주거, 교통, 복지, 재테크 등 각종 정책에 있어서 가장 민감한 세대일 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보이는 행보에서 볼 수 있듯 민주당은 일종의 주류 교체 전략을 펴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마땅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펼친 지역화폐 등 정책은 그 평가를 떠나 전국적으로 퍼진 몇 안 되는 정책이기도 합니다. 경기도라는 밭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라는 ‘농부’의 무능을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7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불법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2024년 12월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며 “과거의 일들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했습니다. 장 대표의 이런 행보를 민심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그 방향을 가늠할 단서를 경기지사 선거와 관련한 흐름 속에서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2024년 총선 당시 서울 등에서 자산에 따른 계급 투표 성향이 강하게 드러났음을 분석한 ‘2024년 총선에서의 자산 투표 : 수도권 유권자를 중심으로’(김수인)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지역적으로 영남에 갇혀 있을 뿐만 아니라, 세대적으로는 노령 세대에 묶여 있는 국민의힘이 계층적으로도 ‘가진 자’에 국한되어 있음을 이 연구가 보여주고 있다. 이제 국민의힘은 전세계의 보수 정당들이 위기를 극복했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의제들을 가지고 중도층,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경기도민은?
경기도에서 나고 자라, 경기도를 취재하는 전국부 이준희 기자가 함께 울고 웃고 공감할 경기도 이야기를 전합니다. 또한 경기도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이상한 나라’를 들여다봅니다. 이 기자가 풀어내는 경기도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https://www.hani.co.kr/arti/SERIES/3313?h=s)에서 만나보세요!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쇼트트랙 황대헌, 올림픽 1500m 은메달
- 심석희가 밀고 최민정이 추월…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행
- “이번 설엔 부모님 예방접종했는지 여쭤봐야”…고령층 사망 원인 2위 폐렴
- 연휴 장거리 이동, 임신부는 1시간마다 쉬다 가세요 [건강한겨레]
- 꽉 막힌 도로 지루함 잊게 해줄 ‘설날 플레이리스트’
- 집안싸움으로 지새우는 여야, 지방선거 뒤에도 계속 싸울 것
- 이 대통령 “다주택 팔라 강요한 적 없어…말 바꿨단 비난 납득 안 돼”
- ‘포기 대신 도전’ 최가온 “아직도 꿈같아…할머니 밥 먹고 싶어요”
- 내 당뇨병·고혈압 가족력은?…설 연휴, 우리 가족 숨은 병 찾아보자
- 전두환·박근혜·윤석열…국힘 당사에 사진 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