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백인 우월’ 망상 빠졌나…한 달 내내 “백인 학살” 발언

정유경 기자 2026. 2. 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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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백인우월주의자 발언과 구분 어려워”
엘론 머스크가 지난달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6회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제일의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의 백인 우월주의를 향한 집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1월 한달간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26일에 걸쳐 백인이 차별받고 있다고 강조하거나, 백인의 인종적 우월성을 강조하고 반이민 음모론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머스크가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극단적 콘텐츠에 노골적으로 쏠리고 있다는 극단주의 연구자들의 지적도 실었다.

지난달 22일 머스크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참석 직전, “백인은 급격히 사라져 가는 소수 인종”이라며, 아일랜드의 반이민 인플루언서가 게시한 인구 변화 관련 영상을 공유했다. 머스크는 지난 1월 9일 ‘백인이 소수집단이 되면 학살당할 것”이라는 음모론적 게시물에 “진실”이라고 답하는가 하면, 16일에는 예일대 조정선수팀이 모두 문신을 한 흑인 여성인 것처럼 제작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올린 우익 인플루언서의 글을 공유했다. 17일에는 백인 대체론(Replacement Theory·비백인 이민자들이 백인들을 몰아낼 것이라는 음모론), 재이주론(remigration·비백인을 강제 이주시키자는 주장) 등을 주장해 온 오스트리아 극우 활동가인 마르틴 셀너의 반이민 글을 공유하며 “이건 그저 사실일 뿐”이라고 했다. 머스크는 극단적인 혐오 발언을 해 엑스에서 활동이 정지됐던 셀너의 계정을 2024년 다시 복원해 준 바 있다.

머스크는 예전부터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 온 인물이지만, 최근 들어 전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자신이 보유한 거대 플랫폼 엑스에서 백인우월주의 담론을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인종주의적 성향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머스크는 자신이 인종 차별주의자나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가 보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 내에선 활발히 활동하는 극우 활동가들의 주장을 퍼 나르며 직접 지지하는 글을 쓰는 데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머스크는 자신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우려하는 이들을 조롱하며, 자신의 말은 “상식”이고 “그저 사실을 반복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월 들어서도 “아일랜드 문명은 인종차별자라는 비난을 받는 걸 두려워하는 남자들 때문에 멸망할 것이다.”라는 반이민주의자의 글에 “그런 인간들은 한심한 배신자”라고 댓글을 달았다.

국제극단주의대응프로젝트(GPAE)의 공동 설립자 하이디 베이리히는 “이름을 가리고 봤다면 전형적인 백인우월주의자의 글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지금 머스크는 백인우월주의에 깊이 빠져든 상태”라고 분석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테러·극단주의예방국 윌리엄 브래니프 전 국장은 “머스크 게시물 상당수가 백인 대체론 등 전형적인 백인우월주의자 음모론과 일치한다”며 “이 이론은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동원 논리로 사용됐다”고 경계했다.

실제로, 백인 대체론은 지난 10년간 발생한 테러 사건의 사상적 뿌리가 됐다. 2018년 미국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격 사건(11명 사망), 2019년 엘패소 월마트 총격 사건(20명 사망), 2022년 버펄로 슈퍼마켓 학살 사건(10명 사망) 가해자들은 모두 백인 대체론을 언급하며 테러를 저질렀다. 유대교 회당 총격 사건의 범인은 “나는 우리 사람들이 도살당하는 것을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유대인들을 겨눴고, 엘패소 월마트 총기난사범은 “히스패닉계의 텍사스 침공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으며, 흑인만 골라 죽인 버펄로 슈퍼마켓 총기난사범은 범행 직전 “나는 내 공동체, 내 사람, 내 문화, 내 인종을 지키고 이들을 섬기려는 백인일 뿐”이라는 글을 남겼다.

머스크의 최근 발언은 미국 내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나 공화당 주요 인사들의 백인우월주의적 표현이 부각되고 있는 최근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원숭이로 묘사하는 인종차별적인 영상을 올렸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국토안보부는 백인 우월주의 선전물과 흡사한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됐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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