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재산관리 ‘국민연금’이 돕는다···4월부터 시범 도입

김찬호 기자 2026. 2. 1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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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 따른 변화 내용.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가 치매 환자 재산이 범죄에 악용되거나 부당하게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이 환자의 재산을 대신 관리해주는 공공신탁 제도를 오는 4월부터 도입한다. 또, 고령 운전자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한 운전능력 평가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는 등 치매 환자 권리 보호와 예방적 관리를 대폭 강화한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국가치매관리위원회를 열고,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심의·확정했다. 이번 5차 계획은 인프라 확충 위주의 양적 지원에서 벗어나 치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예방·돌봄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복지부는 “‘치매가 있어도 일상을 누릴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비전으로 73개 세부과제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는 4월부터 시행하는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 시범사업이다. 이는 치매 진단을 받은 후 판단력이 흐려져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거나 가족 등에 의한 경제적 학대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환자 본인이나 후견인 의사에 따라 국민연금공단과 신탁 계약을 맺고 재산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맡겨진 재산은 환자의 병원비나 요양비, 각종 공과금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지출하도록 지원한다.

정부는 올해 75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해 2028년 본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기간에는 현금과 보증금 반환채권 등 일부 자산으로 범위가 한정되며, 신탁 재산 상한액은 10억원으로 제한된다.

이와 함께 치매 환자의 법적 의사결정을 돕는 ‘공공후견’ 지원도 대폭 늘어난다. 정부는 현재 연간 300명 수준인 공공후견 지원 대상을 2030년까지 19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치매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법률적·행정적 어려움을 덜어주고, 신상 보호와 필수 사무 처리를 촘촘하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2023년 치매역학실태조사 결과, 65세 이상 치매환자 및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진단자가 증가 추세다. 보건복지부 제공

환자 본인과 시민 안전을 위한 교통안전 관리 체계도 손질한다. 현재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3년마다 인지능력 검사를 받고 있으나 실제 운전 가능 여부를 정밀하게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경찰청은 올해부터 VR이나 모의주행 장치 등을 활용한 ‘운전능력진단시스템’을 시범 도입해, 돌발 상황 대처 능력 등 실질적인 운전 능력을 평가한다.

환자가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의료·돌봄 체계도 촘촘하게 개선한다. 먼저 의료 접근성을 높여 환자가 살던 곳에서 꾸준히 관리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동네 의원에서 치매 치료와 건강 관리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이 2028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된다. 현재 42개 시·군·구에서 운영 중인 이 제도가 안착하면, 환자들은 대형병원까지 가지 않고도 거주지 인근에서 지속적인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됐다. 그동안 금지됐던 장기요양기관의 ‘주야간보호시설’과 치매안심센터의 ‘치매쉼터’ 중복 이용이 허용되고, 경증인 인지지원등급 수급자의 주야간보호시설 월 이용 한도도 늘어난다. 또 치매 환자 가족들이 서로의 돌봄 노하우를 공유하고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기억친구 멘토-멘티’ 노인 일자리 사업이 신설된다. 오랜 기간 환자를 돌보며 경험을 쌓은 선배 보호자가 초기 환자 가족에게 멘토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복지부는 “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은 선제적 예방, 돌봄 부담 완화, 환자 권리보장 등 정책 체감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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