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처는 없다"… 아이유가 쏘아 올린 '500만 원'의 청구서 [M-scope]

홍동희 선임기자 2026. 2. 12. 12: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유의 '무관용'이 바꾼 판도
"선처는 없다"… 민사소송까지 불사하는 이유
미국 법원까지 움직였다… "지구 끝까지 쫓아간다"

(MHN 홍동희 선임기자) "해외 서버라 못 잡는다", "고소한다고 겁만 줄 뿐 실제로는 유야무야될 것이다."

지난 수년간 악성 게시물을 생산해 온 이들이 익명성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서로를 안심시키며 내뱉던 말들이다. 경찰 수사가 어렵다는 해외 SNS나 커뮤니티는 그들에게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았다. 하지만 최근 가수 아이유(IU)와 소속사 EDAM 엔터테인먼트가 보여준 행보는 이 견고했던 믿음을 산산조각 내고 있다.

그들은 단순히 경고장을 보내는 수준을 넘어, 미국 법원에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해 가해자의 신원을 특정하고, 형사 처벌은 물론 수천만 원에 달하는 민사 소송까지 청구하며 악플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바야흐로 연예인 악플 대응의 패러다임이 '호소'에서 '응징'으로, '용서'에서 '파산'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법적 대응을 넘어, 무너진 디지털 윤리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한 아티스트의 고독하지만 단호한 투쟁이다.

 

간첩 루머엔 500만 원, 표절 의혹엔 3,000만 원

지난 10여 년간 아이유는 대중문화 예술인이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형태의 온라인 폭력을 감내해 왔다. 단순한 비하 발언으로 시작된 악성 댓글은 시간이 흐르며 조직적인 표절 의혹 제기, 인격 살인에 가까운 성희롱, 심지어는 '북한 간첩설'이라는 황당무계한 루머로까지 진화했다. 특히 간첩설 유포자는 온라인을 넘어 아이유의 거주지 인근 아파트 단지에 전단지를 살포하는 등 오프라인 스토킹 범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는 명백히 한 사람의 사회적 평판을 말살하려는 범죄 행위였다.

이에 대한 아이유 측의 대응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역사상 가장 집요하고 체계적이다. 소속사가 최근 2년 동안 식별하여 고소한 가해자만 180여 명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이 숫자가 단순한 '고소장 접수' 통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속사는 가해자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상세히 공개하며 일종의 '범죄 기록'을 만천하에 알렸다. 벌금형은 기본이고, 죄질이 나쁜 경우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까지 받아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해외 플랫폼을 이용한 악플러를 끝까지 추적해 낸 것이다. 아이유 측은 미국 법원에 직접 증거 개시 절차(Discovery)를 밟아 가해자의 신원 정보를 확보했다. "미국 기업은 개인 정보를 넘겨주지 않는다"는 악플러들의 안일한 맹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국제 공조를 통해 익명의 가면을 벗겨낸 것이다. 사이버 범죄에는 국경도, 안전지대도 없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한 셈이다.

사법부의 판결 또한 예전과 달리 엄중해졌다. 법원은 아이유가 북한 간첩이라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더욱 의미심장한 판결은 '표절 의혹' 제기자에 대한 민사 소송 결과다. 법원은 아이유의 음악적 커리어를 흠집 내기 위해 악의적으로 고발을 남발했던 인물에게, 청구액 3,000만 원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보통 민사 소송에서 청구액이 감액되는 관례를 깼다는 점에서, 이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가해자의 경제적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 묵직한 판결이었다. 

 

"반성문은 읽지 않는다"… 관용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정의

사실 데뷔 초창기 아이유는 악플러들에게 꽤나 관대한 편이었다. "이혼 위기에 처했다", "생계가 어렵다"며 읍소하는 반성문을 읽고 마음이 약해져 처벌불원서를 써주기도 했다. 사회봉사 정도로 끝내준 적도 많다. 하지만 선처를 받은 이들이 아이디만 바꿔 또다시 악성 게시물을 올리는 악순환을 목격하고, 그녀의 원칙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아이유에게 '자비'란 없다. 그녀는 소속사에 법적 대응에 관한 전권을 위임했고, "합의나 선처는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혹시나 배상금을 받게 되더라도 본인의 수익으로 챙기지 않는다. 전액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쓰거나 기부해 버린다. 가해자가 "돈 때문에 고소하냐"고 비아냥거릴 여지조차 차단한 것이다. 이제 악플러들이 마주하는 건 감정에 호소하면 받아주는 피해자가 아니라, 냉혹한 법률 대리인과 통장 압류 통지서뿐이다.

아이유의 소속사 역시 고소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상시적인 시스템'으로 정착시켰다. 분기별로 증거를 수집하고, 팬들의 제보를 받아 변호인단에 넘기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자택이나 회사 인근을 찾아오는 스토킹 행위에 대해서도 즉각 경찰에 신고하는 등 물리적 대응 수위도 높였다. 이는 회사가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책무임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아이유의 사례는 K-콘텐츠 산업 전반에 거대한 나비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장원영, 뉴진스 등 후배 아티스트들이 아이유가 닦아 놓은 길을 따라 더욱 강력하게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무관용 원칙'은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아이유가 쏘아 올린 이 서늘한 경고장은, 이제 악플이라는 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비용'을 따져보라고 말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K-콘텐츠가 세계를 호령하는 시대, 우리의 디지털 윤리 역시 그에 걸맞은 품격을 갖춰야 할 때다. 아이유는 더 이상 참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권리다.

사진=MHN DB, MBC

Copyright © MH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