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23주기 앞…빛바랜 ‘추모 염원’

유족들 요구에도 팔공산 상인들 반발 커…시 “의회에서 해결” 뒷짐
테마파크 내 ‘수목장 설치’ 소송전까지…대책위, 12일 기자회견 나서
192명이 죽고 151명이 다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가 오는 18일로 23주기를 맞는다. 유가족들은 참사를 계기로 건립된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추모공원 명칭 부여,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수목장 시설 조성 등을 20년 넘게 요구 중이지만 대구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11일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대책위) 등에 따르면 대구시의회는 지난 3일 회의를 열어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2·18 기념공원’이라는 이름을 함께 쓰도록 한 조례 개정안을 안건에 올렸지만 결국 부결됐다. 해당 조례안이 부결된 건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다.
개정안은 육정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의원이 “현재 명칭으로는 건립 배경과 추모의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취지로 발의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다수인 소관 상임위는 지역 상인들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조례 개정에 반대했다. 상임위는 “‘2·18’이 ‘2·28민주운동’과 혼동될 수 있다” “참사에 ‘기념’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도 들었다.
시민안전테마파크는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2008년 팔공산 집단시설지구 내에 조성됐다. 이곳에는 ‘안전상징 조형물’로 불리는 추모탑과 희생자 32명이 묻힌 묘역도 자리 잡고 있다. 테마파크 개관 취지를 알 수 있도록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게 유족 입장이다.
유족들과 대책위는 “시의회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책위는 “대구시와 시의회가 무책임한 자세로 추모공원 명칭 병기 등 유족들의 염원을 저버리고 있다”면서 “온전한 추모사업과 안전사회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다. 테마파크가 지역 대표 관광지인 팔공산에 있고, 인근 상인들의 반발이 크다는 이유도 있다. 시는 “조례 개정 문제는 의회에서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22주기 추모식 현장에서는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가 추모 행사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열어 소동을 빚기도 했다.
유족들은 대구시가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테마파크 내 수목장 시설 설치를 약속했다며 이 역시 지켜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희생자 192명의 유골 중 테마파크에 묻힌 32명을 제외한 대부분은 대구시립공원묘지나 개인 선산 등에 자리해 있다. 유족들은 “본래 희생자 모두를 매장하기로 했는데, 당시 여건상 32기만 우선 안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구시는 “그런 약속 자체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대책위는 이 문제로 2024년 4월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양측의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해 11월 항소심 재판부도 소송 청구 적격 여부 문제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대구시는 “테마파크가 장사법·자연공원법 등에 따라 수목장 시설 설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책위에도 이 부분을 여러 차례 알리고, 법적 판단 역시 내려졌음에도 관련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난감하다”고 밝혔다.
양측의 갈등이 계속되자 지난달 16일 전성환 청와대 경청통합수석은 대구를 찾아 희생자 수목장 시설 조성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윤석기 대책위원장은 “대구시의 거짓과 소극적인 행정을 계속 문제 삼겠다”면서 “앞으로 사회적 참사 관련 법률에 유족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유족 측이 (수목장 시설 조성이 아닌) 추모를 위한 다른 사업 방안 등을 제안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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