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이리시 위스키

아레나옴므플러스 2026. 2. 9. 09:07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위스키 중에서도 스카치 위스키를 찾는다. 하지만 다양성을 추구하면 음주 생활은 더 즐거워진다. 마침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리시 위스키의 기세가 남다르다. 알고 보면 스카치 위스키만큼 역사도 깊다. 그 흐름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아이리시 위스키와 친해져보자. 풍파를 겪었지만 건재한 위스키. 삶의 희로애락처럼 부드럽지만 매콤한 위스키. 모두가 아는 제임슨 말고도, 많다.

흔히 위스키의 원조라고 하면 스코틀랜드를 떠올린다. 수세기 전부터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누가 먼저인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런 논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질문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것이 스코틀랜드는 1494년 정부의 회계 장부에 위스키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아일랜드는 1608년 부시밀스 증류소가 세계 최초로 공식 증류를 시작했다. 서로 최초를 주장할 근거가 있는 셈이다. 최초를 떠나 확실한 건 18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일랜드 위스키 인기가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월등히 앞섰다는 사실이다. 'Whiskey'라는 별칭이 생긴 것도 아일랜드가 스코틀랜드와 동일하게 불리는 걸 꺼렸기 때문이니까. 현재는 스카치 위스키를 지칭하는 'Whisky'라는 단어가 위스키를 대표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아이리시 위스키는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점차 인기가 상승 중이다. 페르노리카가 인수한 제임슨을 시작으로 부흥기가 시작했다고 본다. 몇 년 전부터는 레드브레스트, 틸링, 그린 스팟, 워터포드 등 프리미엄 아이리시 위스키를 주목하는 흐름도 있다. 부활한 아이리시 위스키는 과연 어떤 시간을 겪으면서 현재까지 왔나. 또 종류는 몇 가지인가. 위스키 애호가들은 어떤 걸 마시는가. 아이리시 위스키와 더 친해지기 위해 알아본다. 

아이리시 위스키의 격동기
아이리시 위스키가 주춤했던 건 연속식 증류기가 등장한 이후부터다. 스코틀랜드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연속식 증류기를 적극 도입해 블렌디드 위스키를 생산했다. 같은 시기에 아일랜드는 단식 증류기를 고수했다. 속성으로 만든 위스키는 품질이 떨어진다고 여겼다. 하지만 연속식 증류기로 만든 위스키는 의외로 사람들의 기호를 충족시켰다. 가벼운 풍미의 위스키 인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설상가상 제1·2차 세계대전과 미국의 금주법은 아이리시 위스키를 몰락으로 이끌고 만다. 

1차 세계대전 때는 전쟁용 알코올만 제조 가능한 데다 음식이 아닌 곳에 보리를 사용할 수 없었다. 1918년에는 아일랜드와 영국이 독립전쟁도 치른다. 연이어 2차 세계대전까지 발발한다. 결국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던 영국과 미국의 거래가 중단되기에 이른다. 1972년을 기준으로 100개가 넘는 증류소는 부시밀스와 제임슨 단 두 곳만이 남는다. 두 증류소가 손잡고 만든 것이 '뉴 미들턴 디스틸러리'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듯 지난 역사는 아이리시 위스키 고유의 색을 더 짙게 만들었다. 영국이 맥아에 세금을 부과한 일이나 단식 증류기를 고집한 방향 모두 그렇다. 세금 부과를 줄이기 위해 생보리를 사용하고, 맥아와 생보리를 섞어 세 번 증류하는 포트 스틸 위스키 방식은 현재 아이리시 위스키만의 풍미를 완성했다. 

아이리시 위스키를 알아보자
아이리시 위스키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스카치 위스키에 싱글 몰트, 싱글 그레인, 블렌디드 몰트 등 여러 종류가 있는 것처럼. 그전에 아이리시 위스키의 정의는 이렇다.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아일랜드에서 증류해야 한다. 맥아를 포함한 곡물로 만들고, 증류 시 알코올 도수는 94.8도가 넘으면 안 된다. 숙성은 아일랜드 내에서, 700리터 이하 용량의 오크통에서 최소 3년 이상 한다. 그리고 병입 도수는 40도를 넘겨야 한다. 

이 기준에 준해서 네 가지 종류가 탄생한다. 먼저 아이리시 위스키를 대표하는 '포트 스틸 위스키'다. 포트 스틸 위스키는 한 증류소에서 대형 구리 단식 증류기로 만든다. 맥아 보리와 생보리를 혼합해 부드러움과 강렬함이 공존하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몰트 위스키'. 100% 맥아만 사용한다. 단일 증류소에서 생산하면 싱글 몰트 위스키, 그 외에는 몰트 위스키라고 한다. 보통 소형 구리 단식 증류기를 쓴다. 포트 스틸 위스키와 몰트 위스키는 모두 3회에 걸쳐 증류한다. '그레인 위스키'는 30%의 맥아에 생보리를 비롯한 밀과 옥수수, 호밀 등 곡물을 더해 만든다. 유일하게 연속식 증류기를 사용하는 종류다. 마지막으로 '블렌디드 위스키'는 포트 스틸, 몰트, 그레인 중 두 가지 이상을 섞어 제조한 것이다. 

빛을 보는 아이리시 위스키
1800년대부터 승승장구하던 스카치 위스키와 달리, 아이리시 위스키는 오랜 시간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당시 제임슨은 포트 스틸 위스키에 그레인 위스키를 더해 대중적인 맛의 블렌디드 위스키를 팔았다. 그러던 1988년 어느 날, 프랑스 주류 기업인 페르노리카가 제임슨의 진가를 발견한다. 페르노리카에 인수된 제임슨은 공격적인 지원에 힘입어 놀라운 성장을 이룬다. 2016년 이후 매년 20% 이상 성장했고, 2022년에는 1년 동안 1억3000만 병의 위스키를 판매했다. 

아이리시 위스키 인기는 제임슨에 그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위스키 열풍이 아이리시 위스키로도 번졌다. 처음에는 '조니워커 블랙' 같은 입문용 블렌디드 위스키가 잘 팔렸다. '발베니 12년 더블우드'처럼 싱글 몰트 위스키도 인기를 끌었다. 시간이 지나자 대중은 음주량을 줄이는 대신 더 좋은 품질, 더 새로운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스카치 위스키를 넘어 버번이나 라이 위스키로 관심이 이어졌다. 그 흐름이 아이리시 위스키에도 가닿았다. 달콤하고 고소한 데다 매콤한 맛까지 느껴지는 맥아와 생보리의 조화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맛으로 다가왔다. 글로벌 주류 시장 분석 기관 IWSR에 따르면, 2024년 아이리시 위스키 수출액은 1조원을 훌쩍 넘었다. 

스카치 위스키냐, 아이리시 위스키냐. 어떤 게 더 낫고 좋다 말할 수 없다. 취향은 다양해질수록 즐거워지니까. <30초 위스키>의 공동 저자이자 아이리시 위스키 협회 위원을 맡고 있는 피어넌 오코너는 "한 모금 크게 입에 넣고 끈적이는 기름 식감과 고무처럼 감기는 향을 느껴보라. 그런 다음에 입을 열고 숨을 내쉬어 입안에서 터지는 풋보리의 맵싸한 향을 느껴보라"고 말했다. 어떤 위스키를 마실지 고민된다면 색다르게 아이리시 위스키를 선택해보는 건 어떨까. 입안을 감싸는 맵고 싸한 풍미가 새로운 맛으로 인도할 테니까. 무얼 골라야 할지 어렵게 느껴진다면 위스키 애호가들의 추천 리스트를 참고해도 좋다.


위스키 애호가들이 추천하는 아이리시 위스키

워터포드 더 뀌베

근사한 병뿐만 아니라 테루아와 데이터에 대한 집착으로 잘 알려져 있는 워터포드 위스키. 와인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테루아를 밭 단위로 나눠 데이터화한다. 그중에서도 워터포드 더 뀌베는 농장 25곳에서 수확한 보리를 각각 증류한 뒤 숙성한 위스키를 블렌딩했다. 갓 구운 빵과 눅진한 과일 맛, 다채로운 풍미가 인상적이다. 2014년 설립한 신생 증류소인데, 2년 전 경영난으로 법정 관리에 들어간 탓에 더욱 응원하고 싶어진다. 

_제준혁(낫투두 낫토앤바 대표)

제임슨 캐스크메이즈 스타우트 에디션

캐스크 실험 트렌드를 대표하는 아이리시 위스키다. 아일랜드 코크 카운티의 양조장과 협업해 스타우트 맥주 캐스크에 숙성했다. 제임슨 고유의 스타일에 스타우트 향이 더해져 위스키는 물론 수제 맥주를 좋아하는 이라면 색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 세 번 증류한 위스키에 초콜릿, 커피, 헤이즐넛의 풍미가 살아 있어 부드럽고 깊은 맛을 전한다. 하이볼이나 온더록스보다 니트로 마실 때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_김세은(제임슨 마케팅 담당자)

레드브레스트 15년

레드브레스트 15년은 '싱글 포트 스틸' 위스키의 정점을 보여준다. 미들턴 증류소의 두 거장, 빌리 레이튼과 케빈 오고먼이 원액 숙성에 리필 캐스크를 전략적으로 사용했기 때문. 오크통의 간섭은 줄이고 증류소 고유의 스피릿 캐릭터를 극대화했다. 덕분에 입안을 감싸는 부드러운 질감 속에서 잘 익은 살구와 견과류의 복합적인 맛이 피어오른다. 왜 전 세계가 다시 유서 깊은 아이리시 위스키에 주목하는지 단번에 설득시킨다.

_정보연(<포켓 드링크 가이드: 홋카이도 편> 저자)

워터포드 오가닉 가이아 1.1 

이름 속 '오가닉'이라는 단어가 와닿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흙 내음, 구수하면서 은은한 스파이스가 잘 어우러진다. 워터포드 오가닉 가이아 1.1은 6가지 토양에서 7명의 농부가 재배한 유기농 보리를 사용했다. 생각보다 도수가 높지만 한 모금 마시면 따뜻한 대지와 경작 중인 토양의 이미지가 기분 좋게 떠오른다. 전통이 강한 위스키가 많지만 토양, 미세 기후, 경작 방식을 차별화해 모든 정보를 라벨 뒤 코드를 통해 공유하는 워터포드 위스키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_김민홍(바텐더)

CREDIT INFO
Editor 김지수
Design 한예은

Copyright © 아레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