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카 사태’와 CEO 리스크… 폭행 논란 경영자 탓 실적악화 불 보듯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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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알아?”
친분이 있는 사이에서 상대방이 정색하며 이런 말을 한다면 싸우자는 건지 인연을 끝내자는 건지 의중을 파악하기 참 힘들 듯하다. 갑자기 주먹이 날아온다면 더 당황스러울 것 같다.
국외 운동화 브랜드 호카(HOKA)의 국내 오프라인 판매업체인 조이웍스앤코(Joyworks & Co.)의 2인 대표 중 한 명이 외주업체 대표와 직원을 폭행하면서 반복적으로 했던 말이다. 폭행 현장에 있던 피해자들이 녹음해둔 음성파일이 방송 전파를 타면서 전 국민이 알게 됐고 결국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이 사실을 인지한 호카 브랜드의 본사인 데커스는 조이웍스앤코와의 관계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SPAC 통해 우회 상장
이 기업인수목적회사는 비상장기업과 합병하기 위해 설립한 서류상 회사로 통상 공모가액 2천원, 500만 주 내외의 주식을 발행해 시가총액 100억원 규모로 상장한다. 즉, 100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 비상장기업이 기업인수목적회사와 합병하면서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게끔 지원한 것이다. 이 제도로 주식시장에 상장한 조이웍스앤코의 최대주주는 원래 오하임투자조합이었는데, 2025년 7월4일 현재의 최대주주인 주식회사 조이웍스에 경영권을 양도했다.
주식회사 조이웍스는 신발 및 잡화 도소매업을 하는 회사로 연매출 820억원, 영업이익 184억원을 창출하는 비상장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두 달 뒤인 9월12일 호카의 소매사업 중 오프라인 부문 일체를 조이웍스앤코에 양도했다. 조이웍스 전체 매출액의 96%에 해당하는 사업을 통째로 넘겼는데 양수도금액은 250억원으로 알려졌다. 조이웍스 최대주주는 이번 폭행사건 가해자의 배우자로 알려져 있다. 조이웍스앤코에 사업을 넘기면서 투자금을 회수(Exit)한 것으로 보인다.
조이웍스앤코의 호카 영업양수 관련 공시사항을 보면 250억원 중 125억원은 2025년 9월30일에 지급하고 나머지 125억원은 2026년 9월30일부터 2027년 9월30일까지 분할해 지급하면서 ‘언아웃’(Earn-Out) 방식으로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언아웃은 사업을 넘겨받은 뒤 실제 얼마나 잘 벌어들이는지를 보고, 그 성과에 연동해 인수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계약 형태다. 지금 시점에서 사업가치의 불확실성이 크고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 가치 인식 차이가 있을 때 주로 쓴다.
2023년 105억원이던 호카의 매출액은 러닝 열풍으로 2024년 306억원으로 급증했고, 2025년 상반기에도 188억원이나 매출을 달성하면서 분위기가 꽤 좋았다. 매출액 증가에 따라 영업이익도 11억원대에서 47억원대로 수직 상승했고, 2025년 상반기에 28억의 이익을 창출했으니 나름 괜찮은 사업 양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내수 중심이고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큰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영업양수 관련 공시사항을 보면 2025년 376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2026년 이후는 400억원 초중반에서 유지되리라고 예상했다. 러닝이 계속 유행하고 호카 브랜드의 지배력이 어느 정도 지속되리라는 가정을 했을 것이다. 그 가정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으니 매출액이 일정 수준 이상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몇 년 전만 해도 골프가 대유행했다.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되다보니 해외여행을 못하게 된 많은 사람이 골프를 배워 국내 골프장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그러다가 엔데믹(풍토병화)이 되면서 골프 유행은 주춤해졌고, 코로나19 때 골프를 배웠던 엠제트(MZ)세대는 테니스로 옮겨갔다.
그런데 테니스 유행은 너무 짧게 끝나버렸다. 골프나 테니스 모두 장비에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취미 활동이어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가 오면서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그러면서 비교적 돈이 많이 안 들어가는 러닝이 유행했다. 기존의 나이키·아디다스 같은 브랜드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호카 같은 신선한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먹히면서 조이웍스의 실적이 단기간에 크게 좋아졌다.
조이웍스앤코는 호카의 오프라인 판매 사업을 250억원에 사온 지 4개월 만에 호카 본사인 데커스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했으니 큰 위기가 찾아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 이 위기는 경영진 스스로 만들어냈다. 더는 운동화를 팔 수 없게 된 조이웍스앤코의 실적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주가 폭락은 물론이고 계약금 125억원도 사라져 재무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경영자 갑질의 위험성
이번 사태는 경영자의 언행과 도덕성 등 이른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기업 실적과 주가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기업 규모가 크든 작든,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든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든 경영진은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주주·종업원·거래처·고객 등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존재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동흠 공인회계사·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박동흠은 많은 사람에게 기업 숫자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글을 쓰고 강의하는 일을 주로 한다. 뉴스나 소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숫자를 찾아 분석하면 숨은 뜻을 헤아리고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생긴다. 그 힘을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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