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에서 AI 로봇·전기차까지… 대동, 농업·로봇 주인공 된다
대동 부품사 대동기어, 그룹 로봇 사업과 연계해 정밀 감속기·액추에이터 기반 로봇 부품 신사업 본격화 시작
지난 1947년 창설 이래 농업 분야에서 굳건한 1위를 다져 온 대동이 2026년을 새로운 도전의 해로 나아간다. 실제로 김준식 대동 회장은 지난 1월 7일 임직원 대상 신년사에서 2026년을 인공지능(AI)·로보틱스 기업 대전환 원년으로 삼고 스마트 파밍과 스마트 로봇을 미래 사업으로 재설계하겠다고 천명했다.

건국 초창기부터 농업 지킨 1위, 대동의 출발점
대동은 대한민국 건국 초창기인 1947년 진주에서 만들어졌다. 1954년 전국국산품전시회 우량상을 비롯해 1955년 해방 10주년 산업박람회에서 대통령상, 1958년 정부 수립 10주년 전시회에서 농림부 장관상을 각각 수상한 바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대동 제품의 품질은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아 왔었다.
1949년 일본에서 들여오던 발동기를 대체한 국내 최초의 국산 발동기를 만들었으며 1962년에는 국내 최초 동력경운기를 제작·보급해 농기계 제조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어 1968년에는 업계·국내 최초로 농업용 트랙터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1971년에도 업계 최초로 콤바인을 만들기 시작해 본격적인 콤바인 라인을 준비해 왔다.


특히 농로·교량·상수도를 비롯한 관개·배수, 집단 방제를 당시 새마을운동과 엮어 진행함으로써 경운기·트랙터 보급이 묶여 추진됐고 농촌에서 농기계 보유가 곧 '근대적 농가'의 상징이 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자연스럽게 대동은 70년대에 정부 보조·융자와 분위기에 힘입어 당시 한국 농기계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최전성기를 누렸다.
韓 체질 변화에 수출 택한 대동… 산업혁명 격변에 눈 돌리다
통계청과 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198만 2000명으로 200만 명 선이 붕괴됐다. 1970년 1442만 명에서 2019년 224만 명으로 50년 만에 85% 감소했다. 올해 예상 농가 인구 전망은 194만 4820명으로 훨씬 어둡다. 경지면적은 1975년 224㏊에서 2025년 149만 7770㏊로 50년 만에 30% 이상 줄어들었다.
3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농업 대신 서류 작업과 데스크톱을 만질 수 있는 도시로 사람들이 떠나오기 시작한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였다. 다만 땅이 좁은 한국은 선택과 집중의 시기에 놓여 있었고 그 선택의 과정에서 서울·수도권 쏠림이 이어지며 조금 더 빠르게 도시화 쏠림 현상이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존디어가 지배하던 미국 트랙터 시장을 파고든 몇 안 되던 업체가 바로 대동의 카이오티"라며 "일본 쿠보타와 비슷한 사양·품질이지만 가격이 더 낮은 가성비 컴팩트 트랙터로 틈새시장 인지도를 키우며 당시 딜러망을 키워 나갔다"고 말했다.

황폐화가 된 우크라이나 재건도 대동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곡창지대였던 우크라이나 농지가 전쟁으로 인해 불타 없어지자 농업 재건 프로젝트에 제일 먼저 뛰어든 것이다. KOTRA 추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농업은 전쟁으로 인해 전체 잠재력의 약 30%, 농지의 20%를 상실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동은 2023년부터 행정적 절차에 돌입해 지난해부터 300억 원 규모 트랙터 판매를 진행 중이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우크라이나 농업정책식품부와 농기계 교육 및 기술 지원 MOU를 체결하며 국내 농기계 업체 중 유일하게 농업부와 공식 재건 협력을 맺었다.
이 외에도 아직도 농업을 중심 산업으로 꼽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을 제2의 거점으로 낙점한 대동은 2026년 매출 두 자릿수 성장과 시장점유율 3%대 진입을 목표로 설정한 만큼 현지 사업 확대에 더 힘을 싣는다.
다만 2010년대 2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음에도 한국에서의 포지션은 여전한 고민점이었다.
한국의 쌀 생산량은 1988년 약 605만 톤이 정점으로 이후 재배 면적 축소와 수요 감소로 장기 하락·정체 추세로 진입한다. 최근 5년 국내 전체 농기계 판매량도 2021년 3만 4727대에서 2025년 2만 803대로 약 40% 감소해 대동의 매출도 어쩔 수 없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대동이 자율주행 농기계를 비롯한 전반적인 포지션 변화를 고민하게 된 계기 중 하나다.
NICE디앤비 조성아 선임연구원은 "농업에서는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이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왔으나, 불균일하고 열악한 작업 환경, 다양한 변수와 생명을 다룬다는 특이성으로 인해 상용화가 쉽지 않다"면서도 "대동은 무인 자율작업이 가능한 자율주행 4단계 트랙터를 엣지 컴퓨팅 기술 적용과 함께 2026년에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긴 고민 끝에 대동이 선택한 길은 자율주행과 로봇 기업으로의 재편이다. 현재 RT100-TS, RT100-TA 두 가지 운반로봇을 판매 중인 대동은 지난해 10월 두산로보틱스와 스마트팜·실외 작업 특화용 자율이동 조작로봇(Autonomous Mobile Manipulator Robot, AMMR)을 공동 개발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대동과 두산로보틱스는 앞으로 양사는 ▲스마트팜 농작업용 필드로봇 개발 ▲일반 산업용 필드로봇 개발 ▲온디바이스 AI 개발 ▲필드로봇 글로벌 시장 공동 개척 등 4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다.
대동기어 공장에서도 로봇 공정 존재감이 돋보인다. 그동안 부품 생산 공정을 해 왔던 공장이기에 생산 전환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리고 대동기어는 그룹의 로봇 프로젝트에 참여해 로봇 핵심 부품인 감속기 개발 역량을 확보, 로봇용 액추에이터 시제품을 개발한다는 설명이다. 미래 모빌리티·로봇 기업으로의 본격적인 전환이다.

그동안 공들여 온 자율주행, 자율작업도 로봇으로 꽃피운다. 나영중 대동 부사장은 지난 2023년 "2026년에는 사람이 직접 타지 않아도 무인으로 움직일 수 있는 완전 자율 농기계를 선보이겠다"며 "미국 등 글로벌 시장과 경쟁할 수 있도록 농지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술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모든 사업이 그의 바람대로 진행되진 않았지만 온디바이스 AI와 로봇 시장이 3년 사이 커지며 이를 대체하게 됐다.
현재 대동의 자율주행 농기계의 수준은 3단계(자율작업) 정도이며 4단계(무인 자율작업)까지는 시연·개발 단계에 와 있다고 업계에선 여겨진다. 여기에 지난해 설립된 대동AI랩의 기술이 운반로봇과 두산로보틱스 합작 로봇에 향후 더해지면 대동의 농업 자율작업 프로젝트는 2020년대 초반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를 받는다.
대동AI랩은 대동이 지난 2년간 쌓아 온 AI 기술을 토대로 무인 작업 농기계와 로봇 개발 속도를 높이고자 설립한 계열사로, 장기적 목표로는 2028년까지 농업과 건설 등 여러 산업에 로봇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동기어의 로봇 산업 확대 역시 이 일환이다.
대동기어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감속기 외에도 인간의 관절에 해당하는 사이클로이드 감속기를 올해 연구 시행 중에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로봇 모터 생산 계획도 충분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이클로이드 감속기란 고속으로 빨리 도는 모터를 천천히, 세게 돌도록 만들어 주는 특수 기어박스를 의미한다. 협동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종환 대동기어 대표는 "대동기어는 미래차와 로봇 핵심 부품 시장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강화하며, 기존 농기계와 산업장비 파워트레인의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그룹의 로봇 사업과 연계해 관련 기술력을 확장함으로써 로봇 부품 기업으로 성장하는 새로운 스토리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속기 기술을 기준으로 로봇 액츄에이터 개발을 위한 R&D와 인재개발 추진할 예정"이라며 "풀스택 로보틱스 기업으로의 도약과 동시에 하드웨어 전문업체로 빌드업 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