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종범' 박경수 놓고 불붙은 계약금 경쟁...5천만원 더 얹어 빼앗았다

2026. 2. 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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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LG 트윈스 소속이었던 박경수(오른쪽)가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홈 슬라이딩을 하고 있다. 그는 성남고 시절 초고교급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였다.
2003년 신인 스카우트의 나비효과

2003년 신인 드래프트의 최대어는 성남고 유격수 박경수였다. 박경수는 고교 1학년 시절부터 ‘제2의 이종범’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서울 지역 공동 연고권을 갖고 있던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는 모두 박경수를 2003년 신인 1차지명 선수로 점찍고 있었다.

특히 두산의 사정은 절박했다. 당시 주전 유격수였던 김민호가 하락세에 접어들며 후계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2002년 김민호의 성적은 160타수 25안타 타율 1할5푼6리였다. 두산은 1년 전인 2002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박경수와 성남고에서 호흡을 맞췄던 2루수 고영민을 영입했다. 두산은 박경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내야를 구상하고 있었고, 박경수에게 계약금으로 3억8,000만원을 제시했다. 고졸 야수에게는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류지현·김민호 후계자를 찾아라'...박경수 둘러싼 LG 두산의 스카우트 경쟁

그러나 LG 역시 물러설 수 없는 처지였다. 포스트 류지현 체제 구축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사실 LG의 ‘포스트 류지현’ 준비는 이미 6년 전에 시작됐다. 1997년 LG는 휘문고를 졸업한 손지환을 고졸우선지명으로 영입했다. 손지환 역시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유격수 유망주로, 고교 시절부터 ‘제2의 이종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입단과 동시에 당시 주전 유격수였던 류지현(현 WBC 국가대표팀 감독)의 대항마로 거론됐다. 류지현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어깨 문제를 감안하면, LG 입장에서는 차세대 유격수의 등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당시 LG 내야진은 류지현(유격수), 박종호(2루수), 송구홍(3루수)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상급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었다. 손지환은 입단 초기부터 구단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타격에서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며 기존 선배들의 자리를 꿰차지는 못했다.

류지현 전 LG 트윈스 감독. 그는 1994년 신인왕 출신으로 LG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LG의 코치를 거쳐 감독이 됐다. 박경수는 유격수 레전드로 평가받는 류지현의 뒤를 이을 선수로 주목받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런 상황에서 서울 지역에 ‘초고교급 유격수’ 박경수가 등장한 것이다. LG로서는 손지환이 해결하지 못한 유격수 과제를, 박경수가 대신 풀어주기를 바랐다.

결국 LG는 두산보다 5,000만원을 더 얹은 계약금 4억3,000만원을 안기며 박경수를 품었다. 이는 고졸 야수 기준으로 2001년 정상호(당시 동산고 포수, SK 와이번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신인 계약금에 비교적 후했던 LG의 성향을 감안하더라도, 이 액수는 박경수에게 걸었던 기대의 크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6년 전 똑같이 ‘제2의 이종범’으로 불렸던 손지환의 계약금이 2억8,000만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박경수의 시장 가치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2009년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한 SK 와이번스 송은범. 그는 2003년 SK에 입단해 KIA, 한화, LG, 삼성을 거치며 22시즌 동안 프로무대에 섰다. 연합뉴스

야수 쪽에서 박경수가 단연 톱이었다면, 투수 최대어는 동산고 송은범이었다. 송은범은 키 183㎝, 몸무게 76㎏의 크지 않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최고 시속 146㎞의 빠른 볼과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하는 오른손 정통파 투수였다. 송은범 역시 박경수처럼 고교 1학년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00년 대붕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대전고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1실점 완투승을 거두며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2학년이던 2001년에는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선발됐고, 3학년이던 2002년에도 청소년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성남고 노경은, 광주일고 김대우와 함께 고교 투수 ‘빅3’로 평가받았다. 그의 등장은 인천 연고 구단인 SK 와이번스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2003년 투수 '넘버1' 송은범은 4억원에 SK행

‘최대어’ 박경수가 6월 3일 LG와의 계약(계약금 4억3,000만원)을 발표하자, 투수 '넘버1' 송은범의 계약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다. SK는 6월 6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송은범을 1차지명 선수로 제출했지만, 실제 계약은 한 달 보름이 지난 7월 25일에야 성사됐다. 계약금 협상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박경수의 계약금이 두산과 LG의 경쟁 속에서 상승한 금액이었다면, 송은범의 계약금 4억원은 단독 협상이라는 점에서 더 눈에 띄었다. 고졸 신인 투수로서 4억원은 당시 파격적인 수준으로, 역대 고졸 신인 투수 계약금 가운데 세 번째에 해당했다. 2002년 KIA 김진우(7억원), 2001년 삼성 이정호(5억3,000만원)에 이은 금액이었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승리한 뒤 마운드에서 환호하고 있는 한화 문동주. 2003년 이승호, 제춘모, 채병용, 송은범이 뛰었던 SK 와이번스는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정우주로 이어지는 한화 이글스의 젊은 투수들 못지 않은 위력적인 마운드를 구축했다. 뉴스1

그만큼 SK가 송은범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오랜만에 인천에서 배출된 '전국구'급 투수라는 상징성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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