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Interview] “여행지에선 뭐 먹어요 셰프님?” 가성비 여행지에 맞춘 제철 미식 여행 캘린더 공개한 박준우 셰프
박준우 셰프 “페루에서 먹은 기니피그 구이 기억에 남아” “제철 음식으로 현지인들이 일상 어떻게 채우는지 알게 돼”
스카이스캐너, 여행 전문가·셰프와 함께 하는 ‘제철 미식’ 캘린더 선보여
한국인들은 늘 먹는 것에 진심이었다. 계절에 맞는 소비 생활을 하려는 ‘제철 코어’가 거기에 기름을 부었고, 여행지의 레스토랑 탐방·편의점 싹쓸이를 벗어나 이젠 현지 마트에서 산 식재료로 로컬 음식을 해먹는 여행객도 늘어났다.
2025년 상반기 글로벌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미식여행(Food travel) 관련 검색량이 전년대비 18% 증가했다. 글로벌 여행 앱 스카이스캐너는 ‘트래블 트렌드 2026’ 보고서에서 한국인 여행객의 56%가 해외 여행 중 현지 슈퍼마켓을 방문하며, 많은 여행객들이 현지 마트와 시장 투어, 편의점 쇼핑 등에 나서고 있다며 ‘마트어택(Mart Attack)’을 2026 여행 트렌드 중 하나로 소개했다.

월별 가성비 여행지와 제철 식재료의 만남
2026 트렌드 ‘마트어택(Mart Attack)’ 즐기는 여행자 공략
마트 어택은 여행비도 아낄 겸 로컬의 삶으로 더 깊숙이 가보려는 트렌드로, 이제 식당 예약을 넘어서서 보다 일상적인 현지 식문화 탐방으로 미식 여행이 확장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여행을 사랑하는 셰프로, 이미 오래 전부터 ‘여행’과 ‘미식’ 사이의 감도를 높여온 그가 스카이스캐너의 여행 전문가 제시카 민과 함께 1~12월까지 월별 최적의 가성비 미식 여행지 및 제철 식재료를 매칭했다. 1월 기타큐슈의 복어를 시작으로 6월은 호주 시드니의 굴, 8월은 쿠알라룸푸르의 잭프룻, 12월은 대한민국의 방어와 고등어를 추천했다.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제철코어’ 트렌드가 최근 젊은 세대에게 주목 받았듯 현지의 신선한 식재료나 이색적인 향신료 등을 오감으로 접하며 현지의 맛과 문화를 만끽하는 것은 특별한 여행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스카이스캐너의 여행 전문가 제시카 민)

“맥주의 신선도는 해산물과 비슷해서, 갓 생산된 맥주를 바로 마시면 그 신선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 그는 “칭따오 양조장에서 맥주와 함께 조개 볶음을 곁들여 먹었는데, 매콤하고 짭짤한 맛과 맥주가 정말 잘 어울렸다. 칭따오에선 노점에서 비닐봉지에 담긴 맥주에 빨대를 꽂아 마셨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계절마다 어떻게 일상을 채우는지 경험 가능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대만과 일본을 추천하고 싶다. 오랜 시간 동안 미식 문화 강국이었던 일본은 사시미와 가이세키 요리 등 전통 음식의 매력은 물론, 프랑스에서 유입된 양과자 등 서양에서 건너와 오랜 시간 정착한 외국 문화까지 즐길 수 있다.
간사이 지방의 항구 옆 큰 시장에서 우리나라 통인시장처럼 음식을 각자 골라 간이 테이블에서 먹는 모습을 봤는데, 옆에선 생참치 해체쇼가 진행되고 있었다. 일본은 특히 맛뿐 아니라 손님을 편안하게 대접하는 호스피탈리티 서비스가 폭넓게 정착된 곳이다.
대만의 경우, 촬영 차 함께 대만 음식 전문가인 이연복 셰프님과 찾았었는데, 전통적인 미식 문화에 더해 일본 문화와 서양 문화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미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복어는 재료 특성상 전문점에 가서 회나 지리를 먹는 것을 추천한다. 대만의 롄우는 무엇보다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은 현지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껴보는 것이 좋다. 요리 시에는 구워야하는 타르트보다는 화채에 넣어 먹거나 젤라또로 만들어 먹는 것이 어울리겠다. 그럼에도 제철의 맛을 가장 맛보고 싶다면 많은 가공을 거치기보다는 화채나 과일 샐러드 형태로 먹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매달 독특한 음식이 많다. 11월 제철 미식 여행지와 음식으로 튀르키에 이스탄불의 ‘멸치, 밤’을 선정했는데.
튀르키에는 바다가 껴 있어서 멸치나 고등어로 만든 음식이 많다. 멸치를 말려서 먹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생멸치의 뼈를 발라낸 뒤 올리브 오일과 양념을 함께 곁들여 먹는다. 길거리에서 고등어 케밥도 쉽게 맛볼 수 있었고, 군밤을 파는 거리 풍경도 우리와 비슷했다.

페루의 ‘꾸이(Cuy)’가 기억에 남는다. ‘꾸이’는 쿠스코 지역 특산물인 ‘기니피그’의 현지어인데 이동 중 방문한 식당에서 기니피그를 꼬치에 꽂아 구워내고 있는 걸 봤다. 일행들은 난색을 표했지만 페루에 또 올 것 같지도 않았고, 한 번도 안 먹어봤기 때문에 일행 중 혼자 유일하게 먹어봤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매우 맛있었다. 직화로 구운 닭고기와 비슷한 맛이 나서 맥주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 이후로 페루를 떠올리면 쿠스코의 꾸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한겨울 프랑스로 출장 갔을 때 먹어본 음식인데 론알프스 지역의 스키 휴양지 ‘사부아’와 그곳의 지역 음식인 ‘크루트 사부와야르’를 추천한다. 와인에 적신 빵 위에 생크림, 햄, 그리고 사부아 지역 치즈를 올려 오븐에 구워낸 대표적인 음식인데 ‘사부와야르’는 ‘사부아의’라는 뜻이고, ‘크루트’는 크러스트를 의미한다. 추운 겨울에 스키나 산행을 즐긴 뒤 먹으면 더욱 맛있는데, 사부아 지역의 화이트와인을 곁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벨기에는 무조건 맥주다. 보리, 물, 홉만 넣는 순수령을 따르는 독일과는 달리 귀리, 꿀이나 과일이 들어간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맛볼 수 있다. 벨기에 현지인들은 맥주와 함께 고다 치즈를 큼직하게 큐브 형태로 썰어 샐러리 파우더를 섞은 가는 소금에 찍어 먹는데, 맥주와 매우 잘 어울린다.

그렇다. 특히 와인과 맥주를 즐긴다. 방송 때문에 홍콩, 대만, 마카오, 칭다오, 광저우, 항저우 등 중화권의 여러 도시를 방문하면서 다양한 술을 맛봤는데, 그중에서도 중국 저장성의 샤오싱주(소흥주/소흥황주)가 특히 인상 깊었다. 샤오싱 지역에서 쌀로 빚은 술로 알코올 도수가 20도 정도에 당도가 있어 맛의 결이 스페인의 셰리나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와인 등 유럽의 주정 강화 와인과 비슷했다.
당시 샤오싱주를 사용해 만든 ‘취한 새우’라는 뜻의 취하(醉蝦)를 함께 먹었다. 홍콩 무협 영화에 자주 등장하던 객잔 콘셉트의 술집에서 반찬류와 함께 샤오싱주를 곁들여 마셨는데, 쌀쌀한 날씨와 어우러져 특히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최근 다녀온 스페인 마드리드의 K-푸드쇼에서 현지인들이 입장 오픈런을 하고, 셰프들과 찍은 사진을 프로필로 거는 걸 봤다. 파리의 유명 거리 곳곳에 한국 음식점이나 붕어빵, 호두과자 등 한국 간식을 파는 가게가 생겨나고, 돼지국밥으로 유명한 ‘옥동식’이 뉴욕, 도쿄, 파리에 문을 여는가 하면 한국 셰프들의 레스토랑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다.
외신 기자들은 한국에 오면 짜장면과 소주를 꼭 먹어보고 싶어 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들이 기쁘거나 슬픈 순간에 짜장면이나 소주를 즐기기 때문인 것 같다. 2000년대 초반, 서유럽에 머무를 때만 해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대화가 끊기곤 했지만 이젠 깜짝 놀랄 정도로 달라진 것 같다.

[글 박찬은 기자(park.chaneun@mk.co.kr)]
[일러스트·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스카이스캐너, 더테이블, 박준우 셰프 공식 홈페이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17호(26.02.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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