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수익’ 中 애니 ‘너자 2’, 한국서도 성공할까

손미정 2026. 2. 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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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글로벌 흥행 1위 ‘너자 2’ 국내 개봉
요괴·신선·인간의 전쟁…선악에 대한 메시지
1161억원 제작비 투입, 압도적 스케일의 CG
[(주)콘텐츠존, (주)씨씨에스충북방송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신선과 요괴가 맞붙는다. 거대한 파도가 치듯, 백의 신선 부대과 흑의 요괴 부대가 커다란 대류를 일으키며 뒤섞이고 충돌한다. 선(善)과 악(惡)에 대한 통념과 편견은 이 치열한 전장의 격렬함 속에 함께 요동친다. 커다란 스크린을 빈틈없이 채운 화려한 움직임과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장대한 스케일의 전투신. 애니메이션 영화 ‘너자 2’의 클라이맥스이자, 미국·일본이 포진한‘애니메이션 강국’의 자리를 단숨에 위협하고 있는 중국산 애니메이션의 현주소다.

이달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너자 2’가 국내에서 개봉한다. 지난 2019년 개봉한 ‘너자’의 속편으로, 명나라 소설 봉신연의(封神演义)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영화는 남들과는 다르게 태어난 말썽꾸러기 문제아 ‘너자’의 모험을 통해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선악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다.

영화는 지난해 1월 말 중국 개봉 이후 2월과 3월 북미와 유럽 일부 국가에서 순차 개봉해 글로벌 관객과 만났다. 글로벌 흥행 수익은 무려 22억 달러(한화 약 3조2000억원). 지난해 글로벌 박스오피스 흥행 순위 1위, 그리고 역대 전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1위의 기록이다. 주춤했던 중국 영화의 완벽한 부활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주)콘텐츠존, (주)씨씨에스충북방송 제공]

박진희 영화연구자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포럼 비프에서 “2025년에 ‘너자 2’라는 강력한 영화가 등장하면서, 중국 애니메이션의 전반적인 발전 속도도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이미 봉신연의란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중국에서는 수백개의 영화가 제작됐고, 그 중 ‘너자 2’는 새로운 해석으로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짚었다.

물론 이 같은 ‘너자 2’의 흥행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 속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백을 틈타 자국산 영화와 애니메이션 제작에 자원을 집중했다. 그 중 애니메이션은 내수 시장에서 기술력과 흥행 공식에 대한 검증을 수차례 거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 안에는 중국 신화 ‘손오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몽키킹: 영웅의 귀환’(2015)이 있었고, ‘너자’와 봉신연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강자아’(2020), 그리고 당나라 시인 이백의 이야기를 담은 ‘장안삼만리’(2023) 등이 있다. 모두가 신화를 바탕으로 한 서사 위에 강력한 전통주의를 담은 이야기들이다.

이와 관련해 CNN은 “전통 중국 설화를 바탕으로 최첨단 특수효과를 가미한 애니메이션은 흥행 성공공식”이라면서 “높아진 문화적 자긍심, 세련된 스토리텔링, 빠른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액션, 로맨스, SF(Science Fiction) 등의 장르에서 중국산 영화가 급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애니메이션의 존재감을 알린 ‘너자 2’는 이제 개봉 1년 만인 오는 25일 한국 관객을 만난다. 중국 애니메이션이 국내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주)콘텐츠존, (주)씨씨에스충북방송 제공]
[(주)콘텐츠존, (주)씨씨에스충북방송 제공]

이제 관심은 ‘너자 2’의 성공 신화가 한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지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정치·정서적 거리감과 반감,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과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와 비교해 한없이 높아진 진입 장벽이 극복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너자 2’의 국내 흥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이 애니메이션이 가진 압도적 스케일과 메시지가 ‘영화적 경험’이라는 관객의 수요에 정확히 부합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괴력과 판다 같은 눈 등 남다른 외모에 호전적인 성격을 지닌 너자를 주인공으로, 요괴와 인간, 신선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담아낸다. 천계의 질서와 요괴 세계의 혼돈,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과 신의 경계가 서사의 중심이다. 영화는 이를 통해 선과 악은 명확히 구분할 수 없고, 동시에 정의가 언제든 폭력의 얼굴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던진다. 중국 신화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영화가 전하는 것은 결국엔 모든 인류에게 던지는 보편적 질문이다.

서사를 뒷받침하는 상상력과 이를 구현한 기술력도 기대를 뛰어넘는다. ‘너자 2’는 시작부터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었던 수준의 거대하고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138개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총 4000명이 넘는 제작진이 달라붙어 5년간 제작한 결과물이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강력한 자본력이다. 배급사 등에 따르면 ‘너자 2’에는 총 8000만달러(약 1161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주)콘텐츠존, (주)씨씨에스충북방송 제공]

가파른 절벽과 깊게 떨어지는 폭포수로 둘러싸인 마을과 하늘 위 구름 뒤에 가려진 웅장하고도 신비로운 신선 세상, 그리고 수 많은 병력들이 메뚜기떼처럼 충돌하고,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연출 등은 마치 거대한 블록버스터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극 후반부 요괴와 신선, 인간의 전쟁신은 2억개의 캐릭터가 모두 독립적으로 움직이도록 각각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해 만들었다. 이 전쟁을 구현하는 데만 1년 반의 시간이 투입됐다.

여기에 전투의 핵심인 액션 역시 화려하면서도 박진감 넘친다. 캐릭터들의 군더더기 없이 맞아떨어지는 합은 더없이 짜릿하다. 상하좌우, 그리고 안과 밖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점 변화와 공간 활용도 관객의 몰입감을 높인다. 자본력과 기술력의 성취이자 승리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국내 관객층이 확장된 것도 ‘너자 2’에는 기회다. 지난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극장판 체인소맨: 레제편’, ‘주토피아 2’가 잇따라 국내 극장가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객의 니즈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너자 2’의 성공을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글로벌 1위’라는 흥행 수익의 90%가 중국 본토에서 나왔다는 점, 정작 ‘애니메이션의 본토’인 북미에서는 픽사·디즈니 대비 현저히 낮은 2000만달러(290억원)대 성적에 머물렀다는 점은 ‘너자 2’의 확장성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주)콘텐츠존, (주)씨씨에스충북방송 제공]

작 중 영화가 곳곳에서 봉착하는 한계 역시 분명하다. ‘너자 2’는 캐릭터의 움직임과 표정, 연출 등에서 픽사와 디즈니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과장된 표정과 빠른 리액션, 그리고 넘어지고 구르는 슬랩스틱 개그는 픽사 감성 그 자체다. 더군다나 영화는 중국 신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관객은 영화를 충분히 즐기지 못한 채 내래이션과 전후 관계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상황에 놓인다. 영화는 정작 관객이 넘어야 할 문화적 장벽에는 친절하지 않다.

오늘날 ‘K-컬처’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에서의 흥행은 ‘너자 2’에 남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중국 애니메이션이 ‘주류’로 진입하느냐를 결정할 진짜 시험대일지도 모른다. 성공한다면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애니메이션이 현재의 시장 지형을 뒤바꾸고, 덩달아 중국 신화를 기반으로 한 후속 애니메이션들의 국내 진입 역시 가속화될 가능성도 높다. 이미 ‘너자 2’를 통해 ‘너자 3’의 등장도 예고된 상태다.

한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지난해 애니메이션 흥행을 통해서 애니 관객층이 40대 이상으로까지 확장돼있다는 것이 검증됐다. 심지어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진 분위기”라면서 “문화적 장벽과 별개로 잘 만든 작품이라면 관객들이 찾는다는 공식은 ‘너자 2’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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