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부모가 제일 불안해 하는 것? ‘능력주의 교육’” 선행학습 제국:부모 불안 설명서③

서재희 2026. 2. 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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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를 바랍니다.

■ 프로그램명 : KBS 1라디오 저출생위기대응특집 4부작 선행학습제국 부모불안설명서
■ 방송 시간 : 1월 24일(토) 14:00~15:00 KBS 1R FM 97.3MHz
■ 진행 : 신성원 아나운서
■ 출연 :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흙수저 난 데서 흙수저 나고 금수저 난 데서 금수저 나는 세상"

▷ 신성원 : 요즘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건 이루어질 수 없는 신화 같은 얘기고요. 흙수저 난 데서 흙수저 나고 금수저 난 데서 금수저 나는 세상이라고 믿고들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 아이만은 모든 게 완벽한 육각형 인간으로 자라길 바라는데 이런 완벽에 완벽을 좇는 모습이 때로는 부모의 강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부모는 과연 어떤 교육 철학으로 아이를 키워야 할지, 또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디까지인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치철학자이신 경희대학교 김만권 학술연구교수 자리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만권 : 네, 안녕하세요.


▷ 신성원 : 아이 키우고 계시잖아요?

▶ 김만권 : 네, 그렇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고요. 올해 이제 4학년 올라갑니다.

▷ 신성원 : 4학년 올라가고. 저랑 같은.

▶ 김만권 : 저도 똑같이 아이들 키우면서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고민하는 학부모의 입장에 있습니다.

▷ 신성원 : 4세 고시, 7세 고시, 초등 의대반, 더 내려가면 조리원 때부터 시작되는 이 사교육이 결국은 시험 잘 봐서 좋은 직장 가고 또 사회 지배층이 되려는 거잖아요. 우리 사회가 시험을 대표적인 공정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만권 : 이게 많은 분들이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사회적으로 높은 계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데요. 이제 이런 욕망이 너무 강해지는 그런 사회를 저희들이 능력주의 사회라고 부르죠. 이 능력주의 사회가 원래는 진짜 좋은 거예요. 왜냐하면 이게 신분 사회를 타파하려고 나온 거고 신분에 따라 부와 명예가 세습되는 거 말고 자기 능력대로 물려주자라는 건데 능력주의 사회도 한 두 세대, 세 세대들 정도 거치면 이게 또 세습이 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 옛날에 신분을 물려주듯이 능력을 만들어서 물려줘요. 사실 능력주의로 성공한 부모들이 제일 불안해하는 게 뭐냐 하면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거예요.

▷ 신성원 : 참 아이러니하네요.

▶ 김만권 : 네, 아이러니한 거죠.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제일 두려운 거예요. 왜냐하면 자기 자식의 자리를 치고 들어올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사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우리 머릿속에 박혀 있으면 성공한 사람은 이게 불안이 됩니다. 그러면 내 자녀들이 있는데 내가 누리는 어떤 특권이나 내가 누리는 어떤 혜택을 내 자식이 못 누린다? 이거는...

▷ 신성원 : 그거는 또 안 되잖아요.

▶ 김만권 : 그렇죠. 그 부모들 마음이 그런 거죠. 그러면 부모들은 중산층 자녀들이, 그런데 중산층에도 보면 중산층도 이런 신념이 있기 때문에 자기들의 능력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걸 교육에 투자하거든요. 그럼 이렇게 상당히 많은 교육에 투자하는 걸 들여다보면 능력주의 사회에서 성공하신 분들은 이 중산층에 대응하는 방법은 딱 하나예요. 중산층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자원을 투입하는 거야. 격차를 확 벌려버리는 거죠. 그러니까 저희들이 봤을 때는 너무나 비상식적인 유치원을 들어가기 위해서 시험을 보게 만들고 과외도 하고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인데 중학교 수학 선행을 하고 있고 이런 일들이 왜 벌어지느냐라고 하면 사실은 성공한 부모들이 자신이 가진 불안감 때문에 그렇게 투자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죠.

▷ 신성원 : 그냥 우리 아이가 공부를 못할까 불안한 게 아니네요.

▶ 김만권 : 단순히 우리 아이가 공부를 못할까 불안한 게 아니라 사실 자기가 성공해서 누려보면 자기들이 이거 좋은 것들을 알고 있고 그러면 이것들이 자식한테 갔으면 좋겠는데 능력주의 사회라는 것들은 우리도 다 알다시피 능력대로라고 한다면 수많은 노력하는 아이들이 있을 거고 그 아이들이 나의 자식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거리를 벌려야겠죠. 그 거리를 벌리는 방식이 보통 중산층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의 자원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 신성원 : 그냥 포기하게.

▶ 김만권 : 네, 사실은 중산층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정말 거기서.

▷ 신성원 : 해봤자 소용이 없다.

▶ 김만권 : 그렇죠. 개천에서 용 나듯 하나 되는 거지 따라잡지 못하게 투입하는 거로 대응을 하는 거죠.

▷ 신성원 : 그렇군요. 그런 수단 중에 하나로 수학능력시험이라든지 어떤 시험을 공정한 수단이라고 보세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만권 : 저희들이 시험 이야기, 우리나라가 모든 것들을 갖다가 능력을 평가할 때 다 시험으로 평가를 하죠.

▷ 신성원 : 다 시험이잖아요.

▶ 김만권 : 수시나 이런 것들은 입시 같은 제도는 돌려놓고 있는데요. 근데 지금 보면 수시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이것도 부자들이 투자하고 이래서 이게 불공정의 온상이 되고 정치적으로도 몇몇 성공한 사람들이 자기 자녀들 입시할 때 그런 비리들이 드러나면서 많은 부모들이 여기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계신 거죠. 그런데 이거는 저도 교육자로서 여러분께 꼭 당부하고 싶은 건 뭐냐 하면 실제 통계를 들여다보면 정시일 때 소득이 높은 자녀들이 훨씬 좋은 대학에 많이 갑니다.

▷ 신성원 : 정시일 때.

▶ 김만권 : 정시일 때 훨씬 좋은 대학에 많이 갑니다. 그나마 수시일 때 소득이 낮은 가정의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갈 기회가 더 열려요. 그거는 지금까지 나와 있는 많은 연구들이 딱 그거는 데이터로 증명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소위 상위권 대학으로 올라갈수록 국가 장학금 대상이 작아져요. 왜? 소득이 높으니까.

▷ 신성원 : 필요가 없는 거네요, 어떻게 보면.

▶ 김만권 :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국가의 입장에서는 이 가정에서는 우리 국가 장학금이 필요 없습니다라고 하는 그런 대상이 되어 버리는 거죠. 그래서 소득이 높은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가는 확률들이 되게 높아지는데요. 근데 이건 여러분 진짜 간단합니다. 왜냐하면 정시는 사실 우리나라 정시, 특히 입시 문제가 시험 문제 푸는 기계를 만드는 곳이잖아요.

▷ 신성원 : 문제 풀이 방법이라든지.

▶ 김만권 : 네, 우리가 지금 아이들에게 문제 푸는 능력을 사실은 길러주고 있는 건데 또 하나 더 큰 문제는 뭐냐 하면 소득이 높은 가정에서 N수생이 많아요. 어떤 대학에 합격할 때까지 부모들이 지원을 할 수 있는 거예요.

▷ 신성원 : 그러니까요. 내가 원하는 대학 학과를 갈 때까지 계속 지원하는.

▶ 김만권 : 그렇죠. 대학에 붙을 때까지 계속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거죠.

▷ 신성원 : 가능한.

▶ 김만권 : 네, 그러니까 이 문제도 사실 있는 겁니다. 아니, 많은 분들이 그러거든요. 여러 번 시험 봐서 대학 가겠다는데 그게 뭐가 문제냐고 하겠지만 그 여러 번을 대줄 수 있는 가정이 있고 그걸 한두 번밖에 대줄 수 없는 가정이 있다고 하면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이건 부모의 경제력이나 이런 것들이 훨씬 더 중요해지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지금 현재로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좀 안타까운 일이지만 부모가 가진 경제력이 아이들의 학력이 되는 경우들이 많고요. 수학 능력이 되는 경우들이 많고 그것 때문에 다시 학력 격차 이런 것들이 벌어지고 그런 것들이 다시 소득 격차와 부의 격차로 대물림되는 그런 현상들이 이어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 신성원 : 그러니까요. 어떻게 보면 그래서 시험이 좀 공정하지만 않은 그런 수단일 수도 있겠네요.

▶ 김만권 : 단지 저희들이 시험 자체를 공정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거 하나만이 아이들을 뽑는 수단인 게 문제라는 거죠, 그거 하나만이. 왜냐하면 아이들은 여러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이 있어야 되는데 우리는 그냥 시험인 거죠. 근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일생에 어려운 시험을 한두 번 잘 통과하면 돼요. 그러면 사실 이게 진짜 능력주의도 아니에요. 어중간한 능력주의예요. 옛날에 마치 과거시험이 있었을 때 끝나던 그런 식의 능력주의예요.

▷ 신성원 : 과거시험 하나로 그냥 끝나는.

▶ 김만권 : 그렇죠, 끝나던. 그러니까 이게 과연 공정한가라고 진짜 또 물었을 때는 그렇지 않으니까 아이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좀 다양하게 넓혀주자. 아이들의 능력은 다양하고 자기들이 발휘하는 재능도 다양할 수 있고 그리고 누군가는 시험 문제를 잘 풀지만 누군가는 시험 문제를 못 풀고 현장에서 잘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어쨌든 능력주의를 포기하자는 것들이 아니라 사실은 좀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열어주자, 좀 더 넓혀주자는 거죠.

▷ 신성원 : 다양화하자. 요즘 몇 퍼센트 안에 아이들이 들어야 된다, 그래서 조기 영어 교육하고 사교육도 선행 학습을 어마어마하게 하잖아요. 그래서 의대를 가야 된다. 4학년 때부터는 수학이 어렵기 때문에 중등, 고등 수학 공부해야 된다 이렇게 얘기하던데요.

▶ 김만권 : 우리나라가 지금 의대 열풍인 거 맞습니다. 근데 부모님들도 자녀들을 교육할 때 저는 미래를 좀 잘 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뭐냐 하면 저희들이 인공지능이 발전할 때 가장 위험한 직군으로 보는 것 중에 하나가 뭐냐라고 하면 의사, 변호사, 회계사 그리고 주식 딜러 같은 직종이에요. 인공지능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복잡하고 어렵지만 규칙이 있는 일을 진단하는 거거든요. 근데 그게 의학 분야죠. 의사들이 하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사실 우리가 미래에 어떤 직군이 되기 위해서 특정한 직업을 삼아놓고 이렇게 하는 게 저는 맞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기본적으로 많은 분들이 열심히 교육시키고 특정한 직군에 몇 퍼센트에 넣기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을 하는데 만약에 우리가 그렇게 교육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학교 교육이나 국가가 그런 데 신경을 써주게 되면 저는 어떤 일이 벌어지냐고 생각하냐면 교육이 1%를 위한 교육이 되고 5%를 위한 교육이 되면서 사실은 99%의 아이와 95%의 아이를 버리는 교육이 되는 거죠.

▷ 신성원 : 그러니까요. 그거는 또...

▶ 김만권 : 근데 또 기본적으로는 자기 개인이 그럴 수 있고 부모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가는 결코 이런 데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이런 교육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 제도가 재편되거나 해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이 또 제 개인적으로는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뭐냐 하면 다니엘 마코비츠라고 하는 아주 유명한 예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있는 교수님이 계신데요. 제가 듣기로는 이분이 예일대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오는 천재라고 하는 이름으로 명성을 얻었던 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분이 [엘리트 세습]이라고 번역되어 들어온 책인데요. 이 책에서 뭐라고 이야기하시냐면 능력을 상속받는 그 초엘리트의 아이들도 행복하지 않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평생 동안 경쟁 시스템에 들어가서 늘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 제자들이 수업 시간에 들어와 있는데 보면 자기 제자들이 지금 서른다섯 이런데 사실 미국 헌법을 보면 서른다섯이면 대통령이 된다고 했는데 지금 현재 우리 아이들은 35살 때까지 교육을 받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인생의 3분의 1을 교육받으면서 경쟁의 장에 있고 그러면서 또 삶에 들어가면 또 거기서 경쟁을 해야 되고 이겨야 돼서 끊임없이 쫓기는 삶을 살게 되면서 늘 불안에 쫓겨 있고 그리고 자기가 어떤 안에 들어가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되면 그때부터 아, 안심이야라는 게 아니라 여기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또 발버둥치고 불안한 삶을 살게 된다는 거죠. 그러면서 이 능력주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가 사실은 누구도 행복하지는 않은 사회다. 그래서 오히려 성공한 사람은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착각이다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계속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이 좋다라고만 생각하면 우리는 위로만 위로만 위로만 올라가게 되는데요.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1등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사실 2등도 3등도 별로 평가받지 못합니다. 그러면 항상 1등이 주목받는 사회라고 한다면 우리는 자꾸 거기를 바라보게 되고요. 그리고 더 난감한 건 뭐냐 하면 사회의 기준이 자꾸 거기에 맞춰지게 됩니다. 그런데 사회의 기준은 1%에 맞춰지는 거나 5%에 맞춰져서 안 되겠죠. 10%에 맞춰져서도 안 됩니다. 전체적인 사회의 기준은 중산층에 맞춰져야 돼요. 그런데 지금 능력주의 사회는 어떤 거냐면 중산층의 삶이 비루한 삶이 되거든요. 그래서 근본적으로 우리 눈이 너무 높아지면서 중산층의 삶이 비루한 삶이 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기준을 사실은 거기에 갖다 맞추지 말고 뭔가 전체적인 국가 교육은 조금은 내려서 맞추는 게 옳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저 개인적으로는 하고 있습니다.

▷ 신성원 : 말씀만 들어도 막 답답한데요. 다들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구나.

▶ 김만권 : 그렇죠. 우리나라가 실제로 가장 경쟁이 높은 사회 중에 하나고요. 2018년에 KDI라고 한국개발연구원 같은 데서 낸 자료를 보면 입시가 제일 빡센 나라라고 제가 표현을 하겠습니다, 빡센 네 나라.

▷ 신성원 : 힘이 들고 어려운.

▶ 김만권 : 네, 어려운 네 나라 대학생한테. 그러니까 한국 그다음에 일본, 미국, 중국 대학생들 애들한테 ‘너에게 고등학교란 어떤 것이었느냐?’라고 질문을 해요. 그런데 한국의 대학생의 80%가 넘게 뭐라고 답하냐면 살아남기 위한 전쟁터였다라고 답해요. 생존하기 위한 전쟁터였다고 답합니다.

▷ 신성원 : 어떻게 보면 가장 예쁠 나이인데.

▶ 김만권 : 그렇죠. 근데 그 비율이 다른 국가와 비교가 안 돼요.

▷ 신성원 : 그래요?

▶ 김만권 : 다른 데도 그렇게 입시가 치열한데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리가 높은 걸 실제로 볼 수 있습니다. 거기서 고등학교가 함께하는 광장이었다고 답한 친구들이 15%가 안 나와요. 그래서 우리나라가 사실은 경쟁이 가장 극심한 나라 중에 하나고요. 그러다 보니까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높고 그리고 청소년들의 행복도나 만족도를 조사했을 때 OECD 국가나 다양한 여러 국가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국가로 나오는 게 아마 거기에 이유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저는 합니다.

▷ 신성원 : 계속 1등만 바라보고 1등 해야 된다, 공부해야 된다 하니까 사실은 그 나이에 맞는 어떤 다른 교육들을 받지 못하는 거잖아요. 예를 들면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든지 약간 감정도 좀 메마른 것 같기도 해서 이 아이들이 그렇게 원하는 대학에 가는 걸 성공이라고 한다면 그 이후에 이 아이들의 삶은 어떨까.

▶ 김만권 : 제가 아까 경쟁이 치열한 사회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나타나는 현상이 하나 있는데요. 옆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지 못합니다. 다 경쟁자잖아요. 그러니까 친구들끼리도 서로 도와주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져요. 그런데 이렇게 서로 도와주지 않는 문화에 살다 보면 어떤 게 또 생기냐면요. 사람들이 대가 없이 도와준다는 걸 믿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누군가 나한테 도와주면 반드시 뭔가 대가를 바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현상까지 나타나냐면 도와준다 그러면 거절하는 현상도 나타나요.

▷ 신성원 : 나는 괜찮다.

▶ 김만권 : 네, 그런 도움 필요 없습니다. 괜찮다고 거절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거든요. 그런데 우리 직장에서 많이 그런 이야기를 하세요. 제가 학교를 가거나 그러면 중견 교사, 회사에 가면 중견급에 있는 공무원 이런 분들이 뭐라고 이야기하냐면 신입사원이나 신입 교사들이 도와준다 그런다면 도움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나는 괜찮다고 안 받겠다고 하는 그런 경우가 상당히 옛날보다 많아졌다는 거예요.

▷ 신성원 : 씁쓸하네요. 선의를 믿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 김만권 : 그렇죠. 타인의 선의를 잘 믿지 못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도움이 부재한 사이가 되면서 뭔가를 다 자기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을 해요. 그러면 자기 스스로 계속 뭔가를 해결하는 게 상당히 어렵잖아요.

▷ 신성원 : 너무 어렵죠, 힘들고.

▶ 김만권 : 힘들고 어렵고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 어렵게 뭔가를 해결하려다가 그걸 못하면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가거나 나가떨어지는 경우들이 생기고 그리고 더 심하게는 이렇게 입시 경쟁이 또 치열해지고 이러면 더 큰 문화가 정말 이건 좀 심각한데요. 사회적으로 고립 문화가 생겨납니다. 은둔 고립 문화가 생겨납니다. 왜냐하면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능력주의 사회가 끼리끼리 문화로 발전을 했거든요. 그래서 정말 능력이 비슷한 사람들이 서로 다 모여 삽니다. 그러면서 이게 가장 잘될 수 있는 이유가 뭐냐 하면 우리나라가 아파트 단지가 있어요. 가정 배경이 비슷한 애들. 심지어 평수도 비싼 애들. 이런 애들끼리 모여서 비슷비슷한 수준의 애들이 모여서 서로 친구들이 됩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끼리 경쟁해요. 그리고 그 아이들끼리 경쟁하면서 자기들끼리 성공의 기준이 정해집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그 기준을 맞추는 아이들이 나오고 누군가는 그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아이들이 나오거든요. 그러면 그 맞추지 못한 아이들이 그다음 단계로 가는 것들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패배자나 루저로 규정하고요. 그러면서 자기가 스스로 은둔이나 고립을 택하는 경우들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가 여러 다양한 통계들이 나오고 있지만 제가 2024년 청년의 삶 실태 조사에 보니까 우리나라 청년의 5% 이상이 은둔 고립 상태예요. 그러면 20명 중에 1명이 은둔 고립 상태입니다. 근데 보통 은둔 고립의 정의가 뭐냐면 6개월 이상 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않거나 6개월 이상 사람을 만나는 걸 정서적, 물리적으로 회피하는 경우거든요.

▷ 신성원 : 본인이 스스로 회피하는 거잖아요?

▶ 김만권 : 그렇죠, 스스로 회피하는 거죠.

▷ 신성원 : 선택한 거죠.

▶ 김만권 : 그렇죠. 그러면 은둔 고립이 그 정도로 정말 많다고 해서 통계적으로 또 들여다보면 숫자로 보면 지금 현재 통계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오긴 하지만 50만 명에서 60만 명 사이가 잡히고 있습니다.

▷ 신성원 : 꽤 많은 수인데요?

▶ 김만권 : 19세에서 39세. 그런데 이게 얼마나 큰 숫자냐면 2023년에 우리나라에 23만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24년에는 24만 명이 태어났거든요. 그러면 우리가 이거 다 합쳐도 지금 47만 명밖에 안 되잖아요. 이 두 해에 태어난 아이들을 다 합쳐도 은둔 고립하고 있는 청년들의 숫자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 사실은 생각보다 엄청난 규모입니다. 그래서 이것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부작용도 상당히 심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우리가 위만 위만 봐서는 안 되는 거거든요. 그 위만 위만 보는 문화들이 상당히 큰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밀려났다 그러면 자꾸 우리는 바닥을 보거든요. 그렇지 않습니다.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그냥 모든 곳에서 다 밀려난 아이들이 나옵니다, 모든 수준에서. 그래서 능력주의 사회가 끼리끼리 문화라서 그렇다는 거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요. 그래서 그 은둔이나 고립이나 사회적 문제가 사회 전체적으로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우리 부모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신경을 써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 신성원 : 그러면 우리 부모들이 좀 삶을 어떻게 살고 그걸 보여주느냐 부모의 역할이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 김만권 : 실제 저희들이 부모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서 아이들이 반드시 그렇게 따라 크지는 않지만 부모들이 아이들의 삶이나 인생관에 영향을 많이 주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실제 저도 학생들 상담을 학교에 있다가 해보면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을 걱정하고. 왜냐하면 아이들이 요즘 아이들 버릇없다, 버릇없다 하지만 저는 아닌 것 같아요. 아이들하고 이야기해 보면 아이들은 전체적으로 부모님들이 자기한테 엄청나게 많은 걸 투자했다는 걸 알고 있고요. 그리고 그 투자한 만큼 자기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에 대해서 엄청나게 정신적으로 압박감에 시달리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면 이건 어떤 뜻이냐? 부모가 서두르고 있으면 아이들도 서두르게 돼요.

▷ 신성원 : 그러니까요. 부모가 막 불안해하고 아, 시험을 잘 봐야 돼 이런.

▶ 김만권 : 네, 맞습니다. 아이들도 불안해요. 그리고 부모가 그 불안한 걸 해소시키지 못하면 자기는 부모의 불안을 해소시켜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되게 자기가 별로인 아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자기가 좀 좋은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성향도.

▷ 신성원 : 그건 아닌데.

▶ 김만권 : 실제로 그게 있어요.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면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그 행복의 만족도나 이런 조사들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우리나라가 OECD 국가 항상 최하위권에 가 있는 걸 보는 게 바로 이런 것 때문이고요. 청년들의 자살률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들여다보면 정말 우리나라 지표가 좋지 않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가 청년들이 행복하지 않은 국가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신성원 : 아이가 이제 만 10살이라고 하셨는데 한 30살쯤 됐을까 어떤 얘기를 좀 듣는 어른이었으면 좋겠습니까?

▶ 김만권 : 제가 요즘 청년들을 만나보고 이야기해 보고 하면서 좀 생각하는 건데요. 저는 미래에 제일 중요한 능력이 내가 얼마나 알고 있고 문제를 푸는 능력이 아니라 친절하고 싹싹한 게 진짜 큰 무기가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 현재 많은 청년들이 소통을 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통하는 걸 상당히 어려워하고요. 사람들하고 대화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많아지고 있거든요.

▷ 신성원 : 아니, 전화 통화를 못한다면서요.

▶ 김만권 : 네, 전화 통화도 잘 못하고요. 대부분 다 문자를 하는 경우도 많고 그리고 직접적으로 저희들이 이야기할 때 뭔가 사정을 설명할 때 정확하게 육하원칙 같은 걸 따라서 설명하는 친구들도 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근데 교육 수준이 높은 거에 비해서 자기 자신을 잘 표현하지를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미래에 사람을 대하는 대인 능력이 정말 중요한 능력이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그냥 나의 아이가 커서 서른쯤 되었을 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었냐라고 하면 ‘친절하고 쟤 참 싹싹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저는 제 아이가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다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 신성원 : 똑똑해보다.

▶ 김만권 : 저는 똑똑한 걸 만드는 건 1%, 2% 이런 싸움을 해야 되잖아요. 근데 친절하고 싹싹한 건 1~2%의 싸움이 아니거든요. 훨씬 더 좋은 겁니다. 저도 교육을 받아봤고 교육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1%를 만들 수 있을 거야라는 계산은 나와요. 근데 그 계산을 해보면 아이가 너무 고통스러운 게 보입니다.

▷ 신성원 : 힘들어요.

▶ 김만권 : 예, 그래서 굳이 그 과정에 놓지 않고 아이가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다른 방법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고 생각이 들고요. 제가 친절하고 싹싹하다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싹싹하다라는 말 안에 뭐가 들어 있냐면 자기 주도적이라는 말이 들어 있어요, 자기 주도적이라는 말. 그러니까 자기 주도적인 어떤 능력을 기르는 것들이 상당히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생각보다 자기 생각을 밝히는 일을 상당히 어려워합니다. 그리고 지금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답안을 어떻게 적고 있냐면 교수님이 말한 거 토시까지 똑같이 써요. 그대로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진짜 학습일까라고 생각을 해보면 저는 잘 모르겠어요.

▷ 신성원 : 게다가 대학생인데.

▶ 김만권 : 네, 대학생인데 그래서 조금은 좀 다른 방식의 어떤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능력에 싹싹함이 있는 게 아닐까. 그 말 안에 좀 들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싹싹하다는 말을 좀 들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여기에 자기 주도적이고 싹싹하다는 말은 어떤 뜻이냐 하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상의도 잘한다는 뜻이에요. 뭔가 있을 때 내가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고 상의도 하고 그리고 어떤 조언도 받을 줄 알고 이런 능력이 다 거기에 포함이 되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신성원 : 맞아요. 부모님도 그런 부분을 좀 강조해서 교육하셔야겠죠, 부모님이 가져야 할 철학이 있다면.

▶ 김만권 : 그렇죠. 맞습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님들이 뭐라고 이야기 하시냐면 니 인생 니가 책임지는 거라고 이야기를 해요. 사실 이 말이 되게 폭력적인 말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걸 아이한테 다 떠넘기는 말이고요. 그리고 두 번째는 뭐냐 하면 사회에 책임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게 각자도생의 사회를 만드는 말이거든요. 나는 그런 의미로 쓰지 않았다고 하시겠지만 결국은 그런 의미가 되고 그것들이 모이면 양적으로 많아지면 우리가 질적 변화를 만들잖아요. 그런 것들이 결국은 그런 방식으로 각자도생의 사회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 도울 줄도 아는 능력 그런 것들을 좀 만들어 주시는 게 어떨까라고 생각이 듭니다.

▷ 신성원 : 정말 자신을 잘 알고 나를 좀 잘 표현하고 아까 말씀하신 친절하고 싹싹한 아이로 교육할 수 있도록 부모가 좀 중심을 세워야겠다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됐습니다. 오늘 정치 철학자이신 경희대학교 학술연구교수 김만권 교수님과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 김만권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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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희 기자 (seo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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