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美 중간선거 시험대 오른 트럼프… 보수 심장부 텍사스서 민주당 파란
공화, 조직·자금 앞서고도 패배
11월 중간선거 ‘적신호’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에서 치러진 연방하원·주상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잇따라 승리하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진영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지한 공화당 후보가 패배한 주상원 선거 결과는 공화당 텃밭에 균열이 생겼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일(현지시각) 주요매체들은 공화당 심장부에서 발생한 이변을 두고, 이번 결과가 보여준 민심의 균열이 과연 11월 본 게임에서도 재현될 지 주목했다.

이번 텍사스 보궐선거 결과 연방하원 텍사스 18지구에서는 민주당 크리스천 메네피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결과로 하원 의석수가 공화당 218석 대 민주당 214석으로 재편됐다. 불과 4석 차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중간선거 전까지 극도로 취약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11월 중간선거까지 남은 기간 동안 공화당이 하원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살얼음판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다.
중간선거 전망과 이어질 만한 더 결정적인 결과는 텍사스 주 상원 9지구에서 나왔다. 이 곳은 단순한 소규모 선거구가 아니라, 앞선 연방하원 18자구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주 상원 선거구다. 1년 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17%포인트 격차로 민주당에 압승을 거뒀다. 소위 말하는 ‘공화당 텃밭’이다. 그러나 31일 민주당 테일러 레멧 후보는 이 지역에서 57%를 득표해 공화당 리 웜스간스 후보를 14%포인트 차로 크게 따돌렸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여유 있게 승리했던 지역에서 민주당이 두 자릿수 격차로 파란을 일으켰다”며 이 결과가 공화당 주류에 주는 충격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화당 리 웜스간스 후보에 ‘전폭적 지지(complete and total endorsement)’를 수차례 전했다. AP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최소 세 차례 이상 이 선거를 직접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에 맞춰 그레그 애벗 주지사와 댄 패트릭 부지사를 포함한 텍사스 공화당 지도부도 지원에 총출동했다. 그럼에도 결론은 패배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패배를 두고 트럼프 개인 책임론과 공화당 선거 전략 실패론을 동시에 제기했다.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① ‘트럼프 효과’의 한계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지지’가 곧 ‘당선’을 보장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철학에 동의하는 지지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선거에서 선거일 직전 직접 개입해 공화당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여러 차례 성공했다. 폴리티코는 대선은 물론, 일부 경합 지역 선거에서도 “선거일에 나와 공화당에 투표하라”는 트럼프 메시지는 실제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졌고, 공화당 내부에서 이를 트럼프 정치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했다고 전다.
그러나 이번 텍사스 보궐선거에서는 그 공식이 작동하지 않았다. 과거 트럼프가 선거일을 앞두고 전하는 메시지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면, 텍사스에서는 그 효과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민주당 테일러 레멧 후보는 사전투표 단계부터 공화당에 56 대 44로 크게 앞섰다. 통상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던 선거 당일 투표에서조차 58 대 42로 격차를 더 벌렸다. CNN은 이를 두고 “트럼프의 핵심 강점이던 ‘선거일 동원력’이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패배 직후 “내 이름은 이번 투표용지에 없었다”며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고 AP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를 인용해 이를 “트럼프가 패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역 선거에 한정하려 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앞으로 공화당 후보 입장에서는 트럼프 공개 지지 선언이 이전처럼 선거일 투표율을 끌어올릴 확실한 보증수표인지, 아니면 상황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양날의 검인지 다시 계산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전략가들이 ‘트럼프 마케팅’ 효용을 재점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② 핵심 유권자층 동원 실패
두 번째는 구조적 변수다. 이번 보궐선거는 토요일에 치러졌다. 남부 텍사스로선 이례적인 한파까지 겹쳤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체 투표 규모가 10만 표에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같은 시기 다른 주에서 치러진 하원 보궐선거 투표수(약 18만 표)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투표율이 저조한 환경에서는 유권자 전체 선호도보다, 어느 당이 실제 유권자를 투표장에 나오도록 했는지가 결과를 좌우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 지점에서 공화당은 전략적으로 자금을 집행하지 못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공화당 후보 진영은 지난해 10월 이후 100만 달러(약 14억 5000만 원) 이상을 추가해 총 모금액을 250만 달러(약 36억 원) 이상으로 늘렸다. 반면 민주당 후보측 모금액은 40만 달러(약 6억 원)에도 못 미쳤다. 자금 규모만 놓고 보면 공화당이 압도적 우위에 있었다.

그럼에도 결과가 뒤집혔다는 점은 공화당이 저투표율 보궐 선거에 맞춘 선거 전략을 짜는 데 실패했음을 시사한다. 돈이 많았지만, 실제 투표할 의지를 가질 핵심 유권자 층을 정확히 겨냥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민주당은 사전투표와 선거일 투표를 가리지 않고 참여율이 높은 층에 조직 역량을 집중했다. AP는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으로도 투표 참여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를 효과적으로 조직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는 ‘얼마나 많이 썼느냐’보다 ‘어디에, 누구를 위해 썼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WSJ는 이 결과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자금 우위에 대한 과신을 경계하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공화당으로서는 전국 정치 메시지와 자금 공세에 기대기보다, 저투표율이 예상되는 경합 지역에서 정밀 동원 전략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③ 교외 지역과 히스패닉 표심 이탈
중간선거 향방을 가를 마지막 변수는 교외 지역과 히스패닉 유권자 표심 변화다. 이번 선거가 치러진 텍사스 포트워스 인근은 보수 유권자층이 두터운 교외 지역이다. 공화당은 이 지역을 ‘안전지대’로 인식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공화당 진영은 보수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던 기존 전략을 그대로 적용했다. 주로 성 정체성 교육 문제, 진보 세력의 교육위원회 장악 같은 이른바 문화 전쟁(culture war) 관련 이슈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접근이 오히려 교외 중도층 이탈을 불렀다고 했다. 학군과 교육의 질을 중시하는 교외 유권자들은 문화 전쟁보다 학교 운영 안정성, 생활비 부담, 지역 치안 같은 실질적 이슈가 더 중요했다. 공화당이 제시한 공약은 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CNN도 “학군 이슈에서 공화당이 너무 멀리 갔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공화당이 보수 핵심층을 의식해 이념적 선명성을 높이는 동안, 교외 중도층은 ‘정치가 일상 문제를 잠식하고 있다’는 피로감을 느꼈다는 평가가 나온다.

히스패닉 유권자 표심 이동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의료·생활비 등 생활 밀착 의제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공화당은 국경·교육 문화 이슈에 무게를 두면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우선순위와 엇박자를 냈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이민 이슈에도 관심이 높지만, 선거에서는 물가·주거·의료 같은 생활 문제가 더 직접적인 투표 기준으로 작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 이번 보궐 선거에서도 히스패닉 비중이 높은 프리싱트에서는 민주당 득표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제이슨 비야르바 텍사스 히스패닉 정책재단 대표는 “공화당으로 향하던 히스패닉 표심이 다시 민주당으로 되돌아가는 조짐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이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파장은 텍사스를 넘어 경합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애리조나, 네바다처럼 히스패닉 비중이 높고 교외 지역이 승부를 가르는 주에서 이번 선거처럼 문화 전쟁을 중심으로 한 공약들은 공화당 표 확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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