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하고 응집하는 미네소타발 저항, '트럼프 권위주의'에 제동 걸까
“우크라 침공 러처럼 무고한 사람 죽여”
‘트윈시티’ 교회들, 이민자 연대 종소리
노벨상 아제모을루 “무법 권력과 결전”

임계점에 가까이 다가간 것일까. 미국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저질러질 법한 정부의 폭력적 행태를 용인할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법적 이민 단속이 연초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잇달아 초래한 시민 사망 사건이 미국 전역에 파장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커지는 반발
토요일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니애폴리스뿐만 아니라 뉴욕과 시카고,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 동서부 곳곳의 도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연방정부 부분 ‘셧다운(예산 공백에 따른 기능 정지)’이 시작된 이날, “일하지 말고 학교에 가지도 말고 쇼핑도 하지 마라”라는 전날 ‘전국 셧다운’ 시위 주최 측 촉구에 따라 미국인 수천 명이 가게 문을 닫거나 장을 보러 가는 대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뉴욕시(市) 외곽 뉴저지주 페어론에서도 이날 집회가 열렸다. 100명가량의 참가자 중에는 20여 년 전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앨릭스 바빈도 있었다. 모국을 떠올린 바빈은 NYT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인권을 유린하려 했다”며 “트럼프는 러시아를 지지한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 그의 정책 탓에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출신 컬럼비아대 교수 알바 루시아 모랄레스 히메네스도 시위를 함께했다. 미국 시민권자인데도 연방 요원들의 표적이 될까 봐 두렵다고 토로한 히메네스는 “더는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납치되거나 총에 맞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작가인 제시카 옥스는 연방 요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옥스는 “법 집행 활동을 계속 기록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목격자”라며 “모두 하나씩 갖고 있는 휴대폰을 좋은 일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뭉치는 미네소타

미네소타는 응집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당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 손에 숨진 뒤 함께 뭉쳤던 미네소타 주민들이 트럼프의 대규모 이민 추방 정책에 맞서기 위해 네트워크를 재가동했다”고 1일 보도했다. 미네소타 주민 수만 명은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로부터 이웃을 지키기 위해 △자가용으로 순찰하며 요원들의 활동을 기록하고 △운전이 불안한 사람들을 차에 태워 주고 △등·하교 때 학교 밖에서 아이들과 부모를 보호하고 △체포될 것이 두려워 집에 머무는 이민자 가족들에게 식료품과 생필품을 배달하는 등 지원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자신들이 마치 전쟁 피해자 같다는 게 이들의 토로다. 지역 변호사 윌 스탠실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침략을 당하는 기분”이라며 “침략자는 도시를 파괴하려 하지만 우리는 도시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폭력에 항거하는 이들의 수단이 폭력은 아니다. 음식 전문 작가 커스티 킴벌은 가디언에 “우리를 죽이려는 자들을 평화롭게만 상대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지만 자기 방어로라도 폭력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미네소타의 정신(soul)은 물론 이 나라 전체의 정신을 위해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튿날도 이민자들이 구금된 미니애폴리스 외곽 헨리 위플 주교 연방 청사에 100여 명이 모여 호루라기를 불고 경적을 울리며 국토안보부 요원들을 향해 “미네소타에서 떠나라”고 요구했다. 당일 이 도시 기온은 영하 17도까지 떨어졌고, 낮에도 바람의 영향으로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에 이르렀다. 남동부 플로리다주에서 와 시위에 참가한 에스더는 “이 도시는 말 그대로 ‘정치적 스포츠’를 위해 도살당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트윈 시티(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교회들은 추방 위기에 놓인 사람들과 시위대에 연대한다는 의미로 종을 울렸다고 지난달 31일 NYT가 전했다.
결전의 시간

미네소타발(發) 시민 저항이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 강화 행보에 제동을 걸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최근 논평 전문 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 ‘피의 미네소타(Bloody Minnesota)’에서 “반대 세력에 대해 과도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권위주의 정부의 핵심 특징인데, ICE 요원들한테 사실상 면책권을 부여해 폭력적 전술 구사를 부추기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요즘 작태”라며 “이민자 이웃을 돕고 ICE의 잔혹한 진압에 맞서는 미네소타 사람들의 열정과 연대가 무법적 공권력과 시민 간의 결전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네소타주에 많이 사는 소말리아계 이민자들을 ‘쓰레기’라고 불러 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ICE, 세관국경보호국(CBP), 국경순찰대 등 연방 이민 당국 요원들을 대거 미니애폴리스 등에 투입해 단속 강도를 높였고, 지난달 7일 세 아이 엄마 러네이 니콜 굿(37), 24일 중환자실 간호사 앨릭스 제프리 프레티(37)가 요원의 총격에 연이어 사망했다.
워싱턴= 권경성 워싱턴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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