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꾸짖은 대통령, 부동산보다 '신뢰' 겨눴다 [왜 지금]

손유지 2026. 2. 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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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작심 발언, 언론 향한 직설의 정치학
부동산 중과세 종료 논란... 원칙인가 역풍인가
언론과 투기 프레임, 신뢰의 균열 드러내
남은 100일, 공정·실효성 시험대 선 정부

[지데일리] “언론이 투기를 편들다니... 이건 나라의 위기입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뜨겁게 달아오른 정치권의 화약고에 이재명 대통령이 성냥을 던졌다. 그것도 대통령 본인의 X(옛 트위터)를 통해서였다. “바른 정보와 의견이 언론의 사명인데, 왜 망국적 투기를 두둔하느냐”는 비판은 공직의 언어보다는 도덕적 질책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 한 줄의 강도 높은 메시지가 향하는 곳은 단순히 부동산 논쟁 그 이상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X를 통해 언론의 ‘부동산 투기 두둔’을 강하게 비판했다. 다주택자 세금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공정과세 원칙을 강조하며, 언론의 정론직필 회복과 투기 구조 개혁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 X 캡처

대통령의 글은 한 나라의 정책 신호이자 정치적 선언문이다. 이 메시지 속에는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확정하면서 고조된 언론과 시장의 반발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 

“4년간 유예를 줬으니 이제는 원칙으로 돌아갈 때”라는 대통령의 논리에는 투기로 인한 주거 불평등을 ‘국가적 병리현상’으로 본 구조적 인식이 깔려 있다. 그는 언론조차 이 문제를 바로잡는 데 동참하기는커녕, 오히려 감세 연장을 요구하며 투기 세력을 ‘비정상적으로 옹호’하고 있다고 본다. 

정치적 맥락, ‘정언유착’ 비판의 포석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언론’이다. 정책 비판이 아닌 윤리적 질타의 형태로 언론을 겨눈 건 단지 보도 방향에 대한 불만을 넘어 언론과 자본의 결탁 구조를 노골적으로 문제 삼은 것으로 읽힌다. 

사실 부동산을 둘러싼 언론 보도는 오랫동안 정치적 프레임의 도구였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세금폭탄’, ‘날벼락’ 등의 자극적 문구로 표현한 헤드라인들이 여론을 움직였고, 시장 심리를 흔들었다.

대통령의 글은 이런 관행을 정면으로 깨부순 메시지로 보인다. “언론인 본인들이 투기적 다주택자도 아닐 텐데 왜 투기를 편드느냐”는 문장은 곧 ‘언론이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진단이다. 

정론직필(正論直筆)은 언론 윤리서의 첫 문장처럼 익숙한 말이지만, 대통령 입에서 이 단어가 나온 순간, 이는 정치적 심판의 의미로 변했다. 본래 ‘제4부’라 불리며 권력 감시자 역할을 수행해야 할 언론이 거꾸로 기득권을 옹호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정당화한다면 그 순간 사회의 감시 체계는 무너진다.

경제와 정치의 경계, 대통령의 선택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공정 과세’와 ‘투기 억제’를 국정 기조로 삼아왔다. 그 과정에서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종료는 상징적인 정책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과 전세 회복세로 조용히 꿈틀대는 중이다. 거래가 막 재개되려는 상황에서 중과세 부활은 투자 위축과 시장 급랭을 불러올 수 있다.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날벼락’ ‘거래절벽’ ‘경제위기 자초’ 등 위기 프레임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의 계산은 다르다. 세제 유예라는 일종의 ‘사회적 유예기간’을 4년이나 부여한 이상, 그마저도 다시 연장은 ‘국민적 불공정’이라는 인식이다. 그는 구조적으로 ‘열 집 가진 사람이 다섯 채 더 사는 동안 한 채 살 기회조차 없었던 젊은 세대의 분노’를 대변했다. 

나아가 이번 발언은 단순히 세금을 걷겠다는 행정적 기록이 아닌 ‘불로소득과 언론 권력의 카르텔’에 맞선 정치적 선언을 보인다.

언론 반응과 여론의 움직임

대통령의 메시지가 공개되자 대부분의 주요 신문과 방송은 즉각 반응했다. 일부는 “대통령이 언론을 적으로 돌렸다”는 제목을 걸었다. 또 다른 일부는 “언론비판의 프레임 전환이 오히려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강화한다”고 풀이했다. 이른바 ‘이재명식 정면승부’가 본격화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론의 움직임이다.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 댓글과 커뮤니티 여론에서는 “대통령 말이 맞다, 언론이 늘 다주택자 편”이라는 반응이 절반, “언론 비판은 결국 책임 회피용 정치 메시지”라는 시선이 절반으로 갈렸다. 즉 이번 논쟁은 부동산 정책의 옳고 그름을 넘어 ‘언론 신뢰도의 문제’와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라는 두 갈래로 확산됐다.

이른바 ‘이재명식 메시지 정치’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그는 전통적 언론 구조를 우회해 X(옛 트위터)라는 짧고 직접적인 경로를 통해 국민에게 바로 말을 건넨다. 과거 트럼프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정치가 ‘분열의 정서’를 자극했다면, 이재명식 발언은 ‘도덕적 논쟁’을 소환한다. 감정적 호소보다는 윤리적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대통령의 메시지, 세금서 '신뢰'로

이번 메시지는 의외의 방향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우선 정책 신뢰의 회복 또는 붕괴다. 부동산 정책은 늘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예 종료를 못 박음으로써 ‘더 이상 예외는 없다’는 시그널을 던졌다. 세무당국의 정책 신뢰도는 높아지겠지만, 시장 불확실성은 오히려 단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다음으로 언론의 신뢰도 재평가다. 대통령의 비판이 과격하다는 논란을 떠나 언론 스스로 내부 성찰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정치적 의도와 별개로 ‘누가 진짜 국민의 눈으로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중심에 선다. 단순한 보도 경쟁이 아니라 ‘언론의 공익 윤리’라는 근본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세대정치의 파장도 주목된다. 부동산 투기와 불평등 문제는 정파적 논쟁을 넘어 세대 갈등의 원인으로 쌓여왔다. 대통령의 언급은 MZ세대에게는 ‘공정 메시지’로, 기득층에게는 ‘재산권 위협’으로 다르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간극이 올 총선을 앞두고 여론시장의 온도를 좌우할 수 있다.

리더십의 언어, 남은 숙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행정의 언어’가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이는 누군가의 머리를 숙이게 하거나 표를 얻기 위한 계산된 문장이 아니라 권력과 언론의 오래된 균열선을 드러낸 정치적 담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언유착’을 비판하는 대통령의 말조차 또 다른 정치적 의심의 대상이 되는 현실, 이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는 언제나 메시지의 예술이다. 대통령의 한 문장이 경제와 여론, 미디어 전선을 동시에 흔든다. 그러나 이 파급이 건강한 논쟁의 장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언론이 자성적 시각으로 기사 생산 구조를 돌아봐야 한다. 단순한 정책 비판 그 이상의 메시지를, 나아가 ‘국가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관점으로 확장해야 한다.

정부 역시 숙제가 남았다. ‘불로소득 과세 강화’라는 원칙을 내세웠다면, 그 세수 효과가 실질적인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도록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금을 걷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그 세금을 통해 다시 국민이 ‘살 집’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남은 100일, 정책의 진심은 어디에

이재명 대통령은 메시지의 마지막에서 “아직 100일이 남았다. 부동산 시장이 유예 기간을 잘 활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100일’은 투기와 언론, 권력의 관계를 시험하는 100일로 읽힌다. 대통령의 강한 언어는 분명 논쟁을 낳았지만, 논쟁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 중요한 건 그 논쟁을 정쟁이 아니라 방향의 경쟁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번 발언의 진정한 의미는 ‘누가 투기를 옹호했느냐’보다 ‘누가 진실로 국민 편에 서 있느냐’를 가려내는 시험대로 보인다. 대통령의 '한 줄'이 불러온 파장은 부동산을 넘어 한국 사회의 도덕적 감수성을 다시 재조정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