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누가 투자"…여권서도 코인거래소 지분 제한 우려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민간 사업자인 거래소의 지분을 강제로 쪼개는 ‘소유 규제’보다는 경쟁 촉진·인가 요건 강화·내부통제 확립 등 ‘운영 규제’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소속 이강일 의원은 29일 저녁 페이스북에 “(거래소 시장의) 독점 구조를 깨려면 후발주자는 과감한 혁신과 투자가 필요해 주체의식이 필요한데, 대주주 지분을 20% 이하로 찍어 누르면 누가 공격적인 투자를 할까요”라고 적었다. 현재 국내 거래소 시장은 대형사 2곳이 약 9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주주 지분율을 규제하면 후발 업체의 혁신적인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지분 규제 논란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논의 과정에서 나왔다. 금융위가 지난달 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는 거래소 대주주 1인의 소유 지분율을 현행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15%) 수준인 15~20%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주주의 지배력이 집중되면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거래소의) 공공 인프라적 성격과 역할, 제도권으로의 편입 등을 고려해 소유 지분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위의 의지대로 대주주 지분이 제한되면 5대 거래소는 모두 관련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송치형 의장이 지분율 25.52%를 가진 최대주주다.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3.56%를 가지고 있다. 코인원은 창업자인 차명훈 대표가 개인회사 지분을 포함해 53.44%를 갖고 있다. 코빗은 NXC가 60.5%를 보유 중이다.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는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지분율이 67.45%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래소 업계는 금융위의 규제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5대 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DAXA)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인위적으로 민간기업의 소유 구조를 변경하려는 시도는 자생적으로 성장해 온 디지털 자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거래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강조한 성장주의나 스타트업 육성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거래소가 민간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스타트업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스타트업 단체인 벤처기업협회는 “창업자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규제는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혁신 의지를 꺾고 성장동력을 상실케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공한 기업의 지분을 강제로 팔게 하는 법’은 창업과 투자의 선순환을 근본부터 흔들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같은 우려에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이정문 의원은 최근 “명확히 결론을 낸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이번에 (대주주 지분율 제한을) 담기에는 시간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또 입법 전략상으로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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