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당당한 실력"이라더니… 1타 강사들의 위험한 거래

김태현 기자 2026. 1. 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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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으로 승부한다”며 수험생들에게 정정당당함을 강조해온 연봉 200억대 스타 강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현직 교사들과 수억 원대 문항 거래를 해왔다면? 공정과 투명을 외치던 사교육계 정점의 민낯이 검찰 수사로 벗겨졌다.

[우먼센스] '1타 강사'는 단순한 직업명이 아니다. 수험생에게는 성적을 끌어올려 줄 마지막 카드이고, 학부모에게는 불안을 맡겨두는 일종의 보증수표다. 정점에 선 스타 강사들은 누구보다 '공정한 경쟁'과 '실력으로 증명하는 세계'를 말해온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그 성공 신화의 이면을 떠받친 검은 거래가 드러났다. 업계를 대표하는 1타 강사들이 현직 교사들과 거액을 주고받으며 문항을 거래했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사교육 시장이 의지해온 신뢰의 토대 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유튜브 메가스터디 캡처

"내가 왜 성공했을까? 재능일까, 노력일까, 운일까? 셋 다죠. 당연한 거 아니겠어?"

국내 최대의 사교육 기업인 메가스터디의 수학 영역 1타 강사인 현우진(39)씨는 늘 자신만만했다. 많은 수강생들 앞에서 자신만의 성공론을 전파해도 이견이 따라붙을 일은 없었다. 뛰어난 강의력과 교재 퀄리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이 이를 증명했다. 

연봉 200억 현우진, 4억 20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다

2010년 대치동 미래탐구 학원에서 강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2~3년 만에 현장 강의를 전 타임 마감시키는 활약을 보였다. 메가스타디에 합류한 건 2014년이다. 20대의 젊은 강사는 메가스터디 입성 한 달 만에 1타 자리에 올랐다. '슈퍼 리치',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87년생'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연봉만 200억 원 이상, 직접 제작한 교재는 매년 100만 권 이상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분양가가 80~200억 원에 육박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초고급 주택 '더펜트하우스청담'에 거주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현 씨가 최대 위기에 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최태은)은 지난해 12월 30일 현 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대대적으로 착수한 '사교육 카르텔' 수사 결과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현 씨는 현직 교사들에게 수능 관련 수학 문항을 제공받는 대가로 총 4억 2000여만 원을 송금했다. 검찰은 "현 씨는 경쟁 사교육 업체들 사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교직 경험과 EBS 교재 집필 경험 등 문제 출제 역량을 갖춘 현직 교원들로부터 문항을 공급 받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현 씨의 지시는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고교 교사들과 친분이 있던 인물은 메가스터디 교재개발실장이었다. 현 씨가 문항이 필요하면 교재개발실장은 교사들에게 요청했고, 현 씨는 금품을 제공했다. 그렇게 교사 A 씨에게는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20회에 걸쳐 총 1억 6777만 원을, 교사 B 씨에게는 20회에 걸쳐 1억 7909만 원을 지급했다. 교사 C 씨에게는 2020년 3월부터 2023년 6월까지 37회에 걸쳐 7530만 원을 C 씨 배우자 명의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가스터디 영어 1타 강사이자 여러 예능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적으로도 얼굴을 알린 조정식(44) 씨 역시 수사망을 피하지 못했다. 조 씨는 교재 제작업체를 설립한 김 아무개 씨를 중간 다리 삼아 교사들에게 돈을 건네고 문항을 산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시즌2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조 씨는 영어 문항을 받는 대가로 2021년 1월 8일부터 2022년 10월 21일까지 67회에 걸쳐 총 8351만 원을 현직 교사 2명에게 전달했다. 당시 EBS 교재 집필진으로 참여했던 한 현직 교사는 시중에 풀리지 않은 '2022학년도 수능특강(영어 독해 연습) 본문' 등 EBS 교재 파일을 조 씨 측에 유출하기도 했다. 당시 이 교사는 'EBS에 제공한 문항을 타 출판사 등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집필약정서와 보안서약서를 작성한 상태였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두 1타 강사는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현 씨는 불구속 기소 사실이 전해진 뒤 메가스터디 홈페이지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부 기사에서 수능 문제를 유출해 거래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해당 거래가 "문항 공모, 외부업체를 포함한 다양한 문항 수급 채널 중 하나였을 뿐"이라며 "교사라는 이유로 프리미엄을 지급한 사실이 없고, '문항의 퀄리티'로 평가해 구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씨 측 역시 "도덕적·법적으로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검찰 판단과는 달리 사실관계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충분히 다툴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잘못 없다"는 1타 강사 vs "검은 뒷거래 끊어야" 검찰로 대립

스타 강사의 '문항 거래'는 사교육 시장에서 암암리에 존재해 왔던 관행이라는 점은 수사당국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 관계자는 "문항 거래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것으로 보이고, 스타 강사일수록 다양한 문항 공급 루트가 필요한 구조"라며 "다만 공직자에 해당하는 교사들이 스타 강사와 수 억 원대 문항을 사고파는 '검은 뒷거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Gemini 생성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받은 사람과 준 사람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법조계에선 현 씨와 조 씨의 처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청탁금지법에는 직무 관련성을 묻지 않기 때문에 공소장에 나온 액수 정도라면 처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며 "문항을 독점적으로 제공했는지 여부, 사적 이익을 위해 공교육의 신뢰성에 타격을 줬는지 등도 종합적으로 재판부가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학교 시험에 그대로 출제한 교사, 문항 거래는 11억까지

두 1타 강사뿐만 아니라 이번 사교육 카르텔 수사로 50여명의 사교육 업체 강사들과 전현직 교사 등도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사회 과목 교사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사교육 업체 등과 아예 계약을 맺고 문항을 제공해왔다. 이 교사는 판매한 문항들을 학교 시험 문제에 그대로 출제하기도 했다. 지문을 똑같이 사용하고 5지선다 문항의 순서만 바꾸는 식이었다. 검찰은 그에게 청탁금지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밖에 대형 입시학원인 시대인재의 모회사 하이컨시와 강남대성학원 계열사인 강남대성연구소가 2020∼2023년 교사들과 문항을 거래하며 각각 7억여 원, 11억여 원을 지급했다는 수사 결과도 나왔다. 

사진=Gemini 생성

이번 사태에 따라 사교육 시장의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학원들이 문항 수급 구조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면서 외부 수급이 아닌 자체 문항 생성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문항 공급이 쏠렸던 1타 강사들의 리스크가 부상하고, '2타 강사'들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 여지도 있다. 다만 당장 현 씨와 조 씨의 강의 중단이나 은퇴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교육 시장에서 여전히 두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현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타 강사에게 온 기회? 사교육 시장 지각변동 올 수도

현 씨와 조 씨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며 법정 다툼을 예고하고 있지만, 법적 유무죄와 별개로 공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과 거액의 돈이 오간 구조는 '공정'을 내세워온 사교육의 명분을 스스로 허무는 장면에 가깝다. 수험생들에게는 '정정당당한 실력'을, 학부모들에게는 '합법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을 강조해온 스타 강사들이 정작 문제 수급 과정에서는 그 기준을 얼마나 지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사교육은 문제 적중률이 아니라, 그 성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떳떳하다는 믿음까지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CREDIT INFO

권준혁 법조전문기자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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