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동혁, 한동훈 제명… 공멸 아니면 자멸의 길

물론 게시판 논란이 일어난 지 1년이 넘도록 사실관계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은 잘못이 없는 것처럼 행동해 온 한 전 대표에게 1차적 책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소명을 듣지 않은 윤리위를 비판해 놓고 정작 재심을 신청하지 않아 시시비비를 가릴 기회를 스스로 내던졌다.
하지만 장 대표 역시 한 전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이었던 2024년엔 “익명 게시판에 그 정도 (비판)도 올릴 수 없다면 왜 익명 게시판을 두느냐”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제명까지 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민의힘은 경선으로 선출된 김문수 대선 후보를 심야 날치기를 통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려 한 초유의 공작극엔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지난해 당무감사위는 교체 시도를 주도한 권영세 당시 비대위원장과 이양수 선관위원장에 대해 ‘정당화할 수 없는 불법 행위’라며 당원권 정지 3년을 청구했다. 하지만 윤리위는 징계 없이 면죄부를 줬다. 한 전 대표 제명과 견줘 형평성이 크게 어긋난다. 이러니 사실상 ‘심리적 분당 상태’라고 할 정도로 당내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는 것이다.
한 전 대표 제명 사흘 전 윤리위는 장 대표를 비판해 온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사실상 제명 수순인 탈당 권유 처분을 내렸다.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라고 강요하는 건 파시스트적”이라고 한 것 등이 모욕적이라고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당원 자유 의지의 총합인 대표를 공격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들었다. 당 대표를 비판의 성역으로 만들겠다는 궤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비판에 귀를 닫은 채 독선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권 내부의 요구를 배신이라고 몰았다. 결국 윤 전 대통령 주변엔 그를 맹종하거나 ‘나 몰라라 식 침묵’으로 일관한 참모와 의원들만 남았고 시대착오적 계엄을 저지르는 결과를 낳았다.
장 대표는 그런 과오를 끊어내기는커녕 권위주의 시대에도 쉽게 들어보지 못한 ‘당성’을 공천의 기준으로 삼겠다며 의원들에게 당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는 탄핵 반대 인사들이 주요 직책을 차지했고, 장 대표의 측근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에게 입조심하라는 취지의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기어이 공멸 아니면 자멸의 길을 가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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