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반전, "형사사건 성공보수 유효" 하급심 판결… 법조 반응은

박수연 기자 2026. 1. 2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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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대법원이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선언한 지 10년 만에 이와 다른 하급심 판결이 나오며 법조가 들썩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최성수, 임은하, 김용두 부장판사)는 1월 23일, 10년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과 달리 형사 성공보수 약정의 효력을 인정했다(2025나7739).

재판부는 "모든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에서 해당 성공보수 약정이 형사 사법의 염결성(청렴한 정도)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거나 사법 정의에 반하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무효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사, 즉각 환영

변호사 업계는 즉각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법원 판결 이후 수많은 로펌과 법률사무소에는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중소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한국 법조 시장에 시간제 보수(타임차지, Time charge) 방식이 정착되지 않았고, 오랫동안 변호사 보수 체계가 착수금과 성공보수(사례금)으로 고착화된 현실을 짚었다. 때문에 형사 성공보수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변호사의 업무 동력을 저하시켜 결국 의뢰인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실무 현실과 괴리된 법 해석이 오히려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해 온 만큼, 이번 판결이 대법원 전합 판례를 재검토하고 보수 체계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희대 로스쿨 원장을 지낸 정형근(사법연수원 24기) 법무법인 더스마트 변호사는 성공보수를 지급하면서 양질의 변호사 조력을 받고자 하는 의뢰인에게 도움이 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률적으로 형사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라고 한 대법원 판결은 계약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형사 성공보수는 과다하냐, 아니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더 지급하는 사회에 관행회된 풍토를 외면하는 전합 판결은 변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변호사로서의 이해관계를 떠나, 이번 판결은 재판부의 깊이 있는 연구와 고민의 결과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민법 제103조 위반 여부를 판단하면서 구체적 사안은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무효로 본 기존 판결은 결과적으로 변호사의 성공보수 약정을 도박자금 대여계약이나 마약 매매계약과 다름 없는 수준으로 평가한 셈이었기에, 법리적으로 무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형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도 "기존 대법원 전합 판결의 의문을 품은 의견이 있어왔던 만큼, 판례 변경까지 갈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서울변회도 환영 목소리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도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형사 성공보수는 김정욱(변호사시험 2회) 협회장의 15대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집행부는 형사 성공보수 청구 소송을 협회 차원에서 발굴한 뒤 지원하고 있으며, 변호사법에 형사 성공보수를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형사 성공보수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조순열)는 2월부터 소속 변호사들로부터 탄원서를 받아 대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변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은 2015년 대법원 전합 판결의 불합리함에 의해 생겨난 왜곡을 바로잡고,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 조력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며 수사 및 형사절차에서 정당한 방어권을 행사할 권리를 회복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법원의 결단을 다시 한번 환영하며, 앞으로도 형사성공보수 약정에 대한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변호사의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 조력권 및 국민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순열(33기) 회장은 법률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형사 성공보수는 변호사들의 노력에 의해 얻은 결과에 대한 정당한 보수이고, 서민과 약자들이 변호사를 찾을 수 있는 최소한의 사다리 역할로써 권장되어야 할 덕목이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민주사회의 기본질서를 확인한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한국법조인협회(회장 채용현)도 1월 28일 이번 판결에 대해 "법조 현실과 의뢰인의 권익, 계약 자유의 원칙을 확인한 지극히 타당한 판결"이라며 적극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법협은 "대법원은 이번 하급심의 전향적인 판단을 수용해 획일적인 규제로 국민의 법률 접근성을 가로막고 있는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서둘러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