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체성과 가치를 흔들며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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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 후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시 전문을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정 대표는 지난 22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당에 전격 합당을 제안했다.
합당 제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최고위원들은 정 대표의 독단을 공개적으로 규탄했다.
깜짝 합당 제안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든 민주당은 향후 정체성과 조직적 신뢰 회복이라는 더 큰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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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 후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시 전문을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결단을 꺾지 않고 합당 추진 의지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한 건 정 대표가 피우려는 꽃이 민주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흔들었다는 지적들이다. 합당 제안은 내용 이전에 절차와 방식에서 민주당이 내세우는 '당원 주권주의'와 정면 충돌했다. 정 대표는 지난 22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당에 전격 합당을 제안했다. 당 지도부는 회견 20분 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내용을 사실상 통보받았다고 한다. 당내 대다수 의원도 언론 보도로 소식을 접했다. 합당 제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최고위원들은 정 대표의 독단을 공개적으로 규탄했다.
반발이 커지자 정 대표는 "제안을 한 것일 뿐 결정은 전 당원 투표로 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당내에선 절차의 복원이 아니라 사후 정당화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원 주권은 마지막 단계에서 찬반을 찍는 권리가 아니라 의제의 형성부터 논의 과정을 함께 나누고 결정하는 권리다. '선 제안, 후 동의' 방식은 당원을 승인 기구로 전락시킬 뿐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 내부 반발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당 대표가 정치적 효율성과 선거 전략을 이유로 당의 방향을 규정하고 형식적인 당원 참여를 끼워 맞추는 것은 민주당이 배격해 온 '제왕적 대표'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당원 주권주의 실현을 위한 '1인1표제'를 추진하고 있는 정 대표가 가장 먼저 이를 훼손했다는 점이 가장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도종환 시인의 시처럼 정치는 이리저리 흔들리면도 가능성을 찾아가는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흔들림은 토론과 숙의, 합의에 이르기 위한 진동이어야 한다. 당 대표나 지도부의 일방적 결단이 만들어낸 충격파여서는 곤란하다. 깜짝 합당 제안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든 민주당은 향후 정체성과 조직적 신뢰 회복이라는 더 큰 과제를 안게 됐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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