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이 보고 싶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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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는 한국 가족만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웬만해선 서로를 포기하지 않으니까요.
그런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직사각형, 삼각형>은 두 번째 연출작이죠. 배우 활동만으로도 바쁠 텐데, 연출은 어떻게 준비하게 됐는지 궁금했어요.
보고 싶은 영화들이 있었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이런 영화 누가 만들어주면 참 좋겠다' '너무 재밌는데 왜 아무도 안 만들지' 싶은 영화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생각을 꽤 오래 했는데, 어느 순간 제가 만들고 있더라고요.
첫 연출작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병훈의 하루>라는 16분짜리 단편영화입니다. 2018년에 만든 작품인데요. 당시만 해도 공황장애가 얼마나 힘든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았거든요. 저는 공황장애가 있는데요.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훨씬 좋아졌어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실제로 공황장애를 겪는 분들께 위로가 됐다는 리뷰를 받으면서 이런 게 '영화를 만드는 보람이구나' 느꼈어요.
<병훈의 하루>와 <직사각형, 삼각형> 모두 연출, 제작, 각본까지 직접 맡았어요.
<직사각형, 삼각형> 각본은 <병훈의 하루>를 완성하고 곧바로 썼어요. 이야기 자체는 7년 전에 이미 완성됐죠. 그런데 연출자로서 영화를 만드는 게 무척 고단한 일이더라고요. <병훈의 하루>는 총 3회차 촬영이었는데, 끝나고 나니까 5kg이 빠졌어요. '대본 쓰는 것도 힘든데 굳이 또 바로 만들어야 되나' 하는 생각이 컸죠. 그러다 '이거 안 만들면 더 나이 들어서 후회하겠다' 싶은 시점이 오더라고요. 일단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죠.
영화를 만들지 않고는 못 버티는 시점이 온 거네요.
뭔가 결정하기 어려울 때 그런 생각을 해요. '만일 내게 남은 시간이 6개월밖에 없다면, 난 지금 무얼 가장 하고 싶을까?' 그럼 고민하던 질문이 명확해지더라고요.
이번 작품은 지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했죠. 특히 기억에 남는 피드백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가족이 다 그렇지.' 제 생각에는 한국 가족만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웬만해선 서로를 포기하지 않으니까요. 그런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관객분들께서도 그 점을 재미있게 공감해주셔서 감사했죠.
실제로 <직사각형, 삼각형>을 보면서 영화 평을 남긴다면 '피는 물보다 진하다' 아닐까 싶었어요.
생각해보면 너무 웃기잖아요. 설거지 때문에 서로 죽일 것처럼 싸운다는 게. 한 걸음만 떨어져서 보면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죠. 그런데 우리 대부분 그러고 살잖아요. 저 역시 그렇고요. '남자는 집 안일을 어디까지 해야 되나, 여자는 어디까지 해야 되냐, 어디까지가 네 일이고 내 일이냐.'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가족과 서로 핏대 세워가며 싸우는 것 자체가 키득거릴 만한 일이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영화에서 안 하잖아요.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희준 감독 자전 영화일까' 궁금했어요.
일상에서 소재를 많이 가져오긴 했죠. 제가 전문 연출가는 아니어서 제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게 되더라고요. 제 경험담을 100% 옮긴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얼마든지 있을 법한 일을 가져왔어요. 웃긴 이야기인데 저도 '연예인 사위'잖아요. 집 안에서 연예인 사위가 취하는 태도, 가족이 '연예인 사위'를 대하는 태도. 그런 부분을 영화에 많이 녹여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극 중 준호(진선규)와 100% 일치하는 건 아니에요.(웃음)

영화 <직사각형, 삼각형> 시놉시스는 이렇게 시작한다. '다 같이 사이좋고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가족 모임입니다.
이런저런 농담으로 시작한 이야기들은 점차 해묵은 갈등으로 번집니다.' 영화의 제목이 된 <직사각형, 삼각형>은 이희준 감독이 법률스님이 만든 수행 공동체에서 한 법사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빌려온 것이다.
세 면으로 접은 종이가 사람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직사각형이 되기도, 삼각형으로 보이기도 한다라는 설교였다. 물론 영화에서는 누구보다 깨달음을 얻었다고 자부하는 '연예인 사위'가 가장 크게 화를 낸다.

지난번 <아레나> 인터뷰에서 인생 영화 중 하나로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을 꼽았는데, 실제로 이번 작품도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듯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그런 것 같아요. 민낯을 보여주는 영화들. <대학살의 신>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슬픔의 삼각형>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작되기 어려운 영화들이죠. 돈을 벌 수 있는 영화는 절대 아니니까요. 제가 이런 영화들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 영화에도 스며든 것 같아요. 어찌 보면 비이성적이면서도 지극히 보편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어요.
여담이지만 집안일은 잘하는 편이에요?
아유, 그럼요. 아내는 못마땅해하지만. 하하.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내 눈에는 성에 안 차나 봐요.
배우가 연출을 맡으면 유리한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직접 경험해보니 어땠나요?
배우라서 더 유리했다기보다, 배우니까 모르는 부분을 온전히 다른 분들께 맡길 수 있었어요. 저는 연출을 전공하신 분들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잖아요. 그걸 인정하고 촬영감독님, 편집기사님, 녹음기사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촬영은 <살인자ㅇ난감>에서 같이 작업했던 박세승 촬영감독님이 맡아주셨는데요. 저한테 그러시더라고요. "감독님은 연기만 잘 봐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찍어드리겠습니다." 굉장히 든든했죠. 말 그대로 재능 기부해주셨어요.


"실제로 법사님이 종이를 접어가며 들려주셨던 이야기예요.
제게는 충격이었거든요. '상대방의 눈에는 저렇게 보일 수밖에 없겠구나.'
그것만 이해하면 싸움이 일어날 일이 없겠더라고요."
1월 21일에 전국 CGV에서 <직사각형, 삼각형>이 개봉합니다. 아직 영화를 못 본 관객에게 '<직사각형, 삼각형>은 이런 영화다' 귀띔 한번 해주세요.
가족 코미디예요. 오랜만에 사랑하는 온 가족이 한 지붕 아래 모입니다. 손녀의 재롱잔치를 보면서 행복하게 시작하지만 얼마 못 가 서로 멱살을 잡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하지만 제3의 적이 나타났을 때는 온 가족이 순식간에 똘똘 뭉쳐서 맞서 싸우죠. '가장 한국적인 가족' 모습을 코미디 장르 안에 담아낸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영화를 보면서 웃기긴 한데 블랙코미디로 봐야 할지, 혹은 다큐로 봐야 할지 아리송했거든요. 저는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직사각형, 삼각형>에서 '블랙'은 어떤 부분일까요?
모두가 서로를 지극히 사랑한다는 것. 그게 없었다면 그냥 코미디였을 거예요.
이번 작품에는 대사가 정말 많잖아요. 각본을 쓰는 데 얼마나 걸렸나요?
3주 정도 걸렸어요.
영화가 끝나기 10분 전까지는 제목이 왜 <직사각형, 삼각형>인지 전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각본을 쓸 때 제목을 먼저 떠올렸는지, 혹은 마지막에 정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제목은 나중에 정했어요. 원래 초고의 제목은 <윤정이>였습니다. 권소현 배우가 맡은 처제 역할이 윤정이에요. 대본을 쓸 때도 윤정이에 대한 애정이 컸거든요. 막내로서 겪는 설움, 남편과의 다툼을 쓰다 보니 마음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영화는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것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때 생길 수 있는 오해. 그걸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제목이 <직사각형, 삼각형>이었어요. 이건 여담인데 영화를 준비하던 무렵에 제가 영화 <슬픔의 삼각형>에 완전히 빠져 있었거든요. 순간 번뜩하면서 나온 제목이었어요.
극 중에서 준호(진선규)는 스님한테 들은 이야기라면서 '직사각형, 삼각형'을 설명하잖아요. 실제로 감독님이 스님에게 들었던 이야기인가요?
맞아요. 제가 법률스님이 만드신 수행 공동체 '정토회'에 나가고 있거든요. 실제로 법사님이 종이를 접어가며 들려주셨던 이야기예요. 제게는 충격이었거든요. '상대방의 눈에는 저렇게 보일 수밖에 없겠구나.' 그것만 이해하면 싸움이 일어날 일이 없겠더라고요. 물론 극 중에서 누구보다 깨달음을 얻었다고 자부하는 준호(진선규)가 제일 크게 화를 내잖아요. 그 모습을 통해서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수행이 아니다'라는 코미디도 담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은 '연기 차력쇼'에 가깝잖아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연기력으로 밀고 나가는 작품인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지 궁금했어요.
출연진은 100% 지인 섭외입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지만, 친한 사이라고 개런티 없이 출연을 부탁하는 건 싫었거든요. 모든 배우, 스태프분들께 거마비라도 드리면서 부탁했죠. 촬영은 총 3회차로 끝났습니다. 그래야 제작비를 아낄 수 있거든요.(웃음) 대신 3회차 만에 끝날 수 있도록, 마치 연극 연습하듯 준비했어요. 실제로 일주일간 연극 연습실을 대관해서 '액션!' 하면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쭉 이어지도록 연습했습니다. 실제로 촬영도 모든 장면을 대본 순서대로 진행했고요.
말씀하신 대로 어느 빌라 거실에서 모든 대화가 이뤄지다 보니 연극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실제로 <직사각형, 삼각형>은 저랑 진선규 형이 속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에서 연극으로도 올렸어요. 연극은 1시간 30분짜리로 편성해서 준비했는데요. 그때 반응이 좋아서 영화로 개봉해도 되겠다는 의욕이 생겼죠.
본업이 배우인 만큼, 출연 욕심이 났던 캐릭터도 있었을 것이라 짐작되는데요.
욕심 있었죠. 특히 진선규 형이 맡은 '진준호' 역할. 처음에는 제가 하려고 했어요. 이번 작품에는 카메오 두 명을 포함해서 총 열한 명이 출연했는데요. 그 앙상블을 조율하면서 연기까지 하는 건 무리겠더라고요. 그 후에는 고민이랄 것도 없이 선규 형이 떠올랐어요. 제가 처음 상경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만난 선배거든요. 저한테는 친형 같은 분인데, 무엇보다 배우로서 내가 만들고 싶은 캐릭터를 가장 잘 이해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제 기억에 한국 영화에서 '연예인 사위' 역할은 본 적은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특별히 주문한 점이 있었다면요?
연극판에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배우들이 모인 거잖아요. 그러니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연기 차력쇼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정말 세밀한 부분까지 요구했습니다. 제가 배우였다면 '어떻게 연기해'라고 할 정도로요. 예를 들면 선규 형이 맡은 '연예인 사위'는 착해 보이지만, 사실 착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으면 했거든요. 예를 들어 첫 대본 리딩 날 선규 형이 "장모님 머리 너무 멋지세요." "우와, 형님 진짜 대단하신데요?" 하는데 너무 진심 같은 거예요. 실제로 워낙 착하니까 '착한 척'처럼 안 보이는 거죠.
실제로 착한 사람이니까, '착한 척'하기 더 어려웠던 거네요.
그렇죠. 서로 예의는 차리지만 말은 안 통하고, 상대의 문제에 관심은 있지만 내가 피곤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런 세밀한 점을 부탁드렸는데, 편집본을 보니 '배우들이 저걸 어떻게 했지' 싶을 만큼 제가 바란 것의 120%를 해줬어요.
개인적으로 의외의 캐스팅은 허명행 감독이었어요.
캐스팅을 준비할 때 마침 넷플릭스 영화 <황야>를 홍보 중이었어요. 허명행 감독님이 연출하셨거든요. <직사각형, 삼각형> 마지막에 초인종이 '띵동' 하고 문을 열었을 때 초사이언 두 명이 서 있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집 안에 있는 아홉 명을 전부 대적할 수 있는 비주얼이길 바랐고요.
실제로 덩치가 어마어마하죠.
그러니까요. 배우를 찾던 차에 허명행 감독님을 봤는데 그냥 딱인 거예요. 그래서 말씀드렸죠. "제가 영화를 하나 찍을 건데 감독님 출연해줄 수 있어요?" 대본도 안 보고 그 자리에서 '오케이' 하셨어요.
대본 보고는 뭐라고 하던가요?
촬영 당일까지 대본도 안 보고 오셨어요.(웃음) 하지만 역시 우리나라 최고의 무술감독이잖아요. 계단에서 가족과 서로 끌고 내려가는 장면을 아주 잘 이끌어주셨죠.
극 중 빌라는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 빌라였다고 들었거든요. 누구 집이에요?
배우 최영준 부부의 신혼집이었어요.
어떻게 신혼집을 흔쾌히 내줬네요.
마침 제가 최영준 배우랑 <그때도 오늘>이라는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요. 영준이가 고맙게도 허락해줬죠. 그래도 예의가 있으니, 일반적으로 드라마 촬영 때 지불하는 대관비를 주고 3일 빌렸습니다.
혹시 이번 영화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여쭤도 되나요?
4500만원 들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저예산으로 찍었네요.
스태프, 배우들 덕분이죠. 배우들이 일주일 동안 연습해준 덕분에 3회차 만에 찍을 수 있었으니까요. 도움 주신 분도 있어요. 2018년에 첫 단편영화 찍었을 때 저희 회사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님이 약속을 하나 해주셨어요. "영화 너무 좋다. 네가 두 번째 영화 찍으면 제작 도와줄게" 하고. 제 돈 2500만원, 대표님이 보태주신 2000만원으로 만들었어요.
이번 작품에는 대사가 정말 많잖아요. 영화를 보면서 '말맛이 좋은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특별한 노력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대사는 제가 입으로 연기해가면서 썼어요. 하지만 제가 배우로서 이런 대본을 받았으면 난감했을 거예요. 오버랩되는 부분까지 하나하나 표시해뒀거든요.
저는 즉흥 연기인 줄 알았어요.
그것까지 연극처럼 연습을 한 거예요. 배우들이 불평을 했죠. 대사 안 외워진다고.(웃음) 어떻게 대사를 살리느냐는 둘째 문제고, 안 외워진대요. 그도 그럴 것이 논리적인 대화가 아니니까요.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도 있을 텐데요.
있습니다. 장남인 광희(오용)가 "밖은 나한테 전쟁터야, 집은 쉼터고"라고 하면 아내인 미숙(김희정)이 "그럼 난 전쟁터에서만 살아요?"라고 하는 대사. 자기 딴에는 논리 있게 말했는데, 정작 아내의 반박에 답변을 못하거든요. 저 혼자 큭큭거리면서 쓴 대사였는데 두 배우가 잘 살려줬죠.
이번 작품은 주연과 조연이 따로 없다는 느낌이었거든요. 감독님께서 생각하는 <직사각형, 삼각형>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각본을 마무리할 무렵에는 일곱 살 은서(이하랑)가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들이 그렇게 난장판을 치고 패싸움을 해도 너무나 태연하잖아요. 늘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바라보거든요. 은서의 그 태연한 시선이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 아닐까 싶네요.
첫 대본과 영화 완성본에서 바뀐 부분도 있나요?
잘 보시면 고양이가 있어요. 대본에서 고양이가 처음부터 집 안을 돌아다닙니다. 똥 싸는 것도 보여주려고 화장실도 따로 준비했거든요. 캣타워도요. 고양이 두 마리를 섭외했는데, 워낙 현장이 시끌벅적하니까 방에서 아예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바꿨죠. 인간들이 실컷 떠들다 집 밖으로 나갔을 때, 그때 집 안을 유유히 누비도록 하자. 고양이는 인간이랑 정반대예요. 전혀 다투지 않고 서로 배려하면서 자기 공간을 지키거든요. 그렇게 촬영한 장면을 엔딩크레디트로 쓰게 됐죠.

"우린 서로 배려하길 포기하지 않는다!
배려를 포기하지 않는 가족.
그게 좋은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만들고 싶은 영화가 다를 것도 같습니다.
사실 배우로서는 가릴 처지가 아니에요. 배역이 주어지고, 캐스팅에 제 이름이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죠. 제작 편수가 정말 많이 줄었으니까요. 연출은 조금 달라요. 그저 제가 보고 싶은 것들을 만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둘 다 해보셨으니 여쭤볼게요. 배우와 감독 중에 뭐가 더 재밌나요?
배우가 훨씬 재밌죠. 감독은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요. 그런 욕심도 있었어요. 배우로서 현장에 있을 때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배우들이 좀 더 쉽게 알아듣겠다. 내가 연출을 하면 이렇게 해봐야지' 하는 욕심. 이번 현장에서는 배우 한 명 한 명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애를 많이 썼어요. 워낙 다들 잘 아는 배우니까 그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고 싶었거든요. 감독이 컷하자마자 "이거 아닌데" 하면, 그 순간 배우들은 엄청 무서워지거든요. 아이를 대하는 심정으로 연출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점에서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어떤 말을 제일 많이 했나요?
"너무 좋다. 어떻게 이렇게 하죠? 너무 좋은데요." 하지만 그다음이 진짜 중요해요. "그런데 제가 하나 욕심을 내자면···."(웃음)
저는 영화를 보는데 술 냄새가 나는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술을 마시면서 연기했을까 싶었어요.
그럴 순 없죠. 하루 종일 촬영하다 보니 술을 마실 수는 없었어요. 대신 그건 있어요. 촬영을 하는 2박 3일 동안 최영준 부부를 호텔로 보냈어요. 그리고 남자 배우들은 그 집에서 2박 3일 동안 먹고 자고 했거든요. 촬영이 끝나면 그때부터 술 한잔하면서 오늘 좋았던 것, 내일 촬영은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는데 그 시간이 무척 좋았죠.
그것까지 집주인이 허락을 해줬네요.
그러니까요. 신혼부부라 싫을 수도 있었을 텐데 흔쾌히 허락해줬어요. 그래서 첫 촬영 때부터 침낭이랑 이불까지 챙겨 갔어요. 어차피 극 중에서 술 마시는 장면이 계속 나오니, 그 자리에서 그대로 술도 먹고 저녁도 먹고. 정말 어디 놀러 온 듯 영화를 만들었어요.
이희준 감독의 세 번째 영화도 나오겠죠?
지금은 전혀 생각이 없는데요. 욕심은 있죠. '연출을 하고 싶다!'라기보다,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처럼 제대로 된 부부 블랙코미디를 하나 더 만들어보고 싶긴 합니다.
이번 영화의 주제가 가족인 만큼 여쭤볼게요. 이희준이 생각하는 좋은 가족은?
우린 서로 배려하길 포기하지 않는다! 배려를 포기하지 않는 가족. 그게 좋은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현관에 가훈이 걸려 있었잖아요. 만일 <직사각형, 삼각형>에 나오는 가족에게 가훈을 만들어준다면 어떤 문구가 걸릴까요?
'당신에게는 그렇게 보이는구나.' 지금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Feature editor 주현욱
Photographer 김지영
Stylist 박선용
Hair 박재경
Make-up 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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