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경 무인기 부실 수사 의혹…“없다”던 비행경로 장비 확인

지난해 11월 민간인이 ‘북한제’를 흉내 낸 무인기를 날리다 적발된 사건과 관련해 군·경이 “해당 무인기에 비행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해당 장비가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군·경이 ‘부실 조사’했다는 의구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군방첩사령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방첩사는 무인기 제작자인 장아무개씨가 날린 당시 무인기 사진을 최근 재조사한 결과 무인기 안에 비행통제컴퓨터가 설치된 사실을 파악했다. ‘비행통제컴퓨터’는 비행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장비다.
장씨는 지난해 11월 경기 여주시에서 북한제와 유사한 형태의 무인기를 날려 방첩사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정보조사팀에 적발됐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군은 1차적으로 대공혐의점만 살폈고, 경찰은 ‘호기심에 날렸다’는 장씨 진술만 믿고 실제 비행 의도나 전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벌이지 않아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무인기는 조사가 끝난 뒤 장씨에게 반납됐다.
앞서 군·경은 현장에서 발견한 무인기에 비행통제컴퓨터가 발견되지 않았고 ‘대공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해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장씨가 북한 쪽으로 무인기를 날렸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셈이다.
당시 군경의 조사를 받았던 장씨는 최근에는 지난 1월 대학교 선배인 오아무개씨가 북한에 날린 무인기를 제작한 혐의로 다시 군경합동조사티에프(TF)의 조사를 받고 있다. 오씨는 지난해 4월 북한과 국제문제를 다루는 온라인 매체 두 곳을 만들고 운영해왔는데, 국군정보사령부가 두 매체 운영을 지원한 사실이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티에프는 지난 23일 장씨와 오씨를 포함한 3명을 출국금지 조처했다.
부승찬 의원은 “군경 초동 조사 때 비행경로 장치를 확인하고도 묵인하고 풀어준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라며 “오씨 등이 벌인 일을 파악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파악하지 못한 진상을 밝히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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