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인사이드] “휴머노이드 로봇 1대도 안돼” 현대차 노조… 해고·파업 가능할까

현대차가 최근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2026’에서 공장 투입이 가능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자, 노조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등에 아틀라스를 투입한 뒤 검증을 거쳐 단계적으로 도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노사 합의 없이 (아틀라스) 단 1대도 (공장에) 들어올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내에서 가장 강경한 노조로 꼽히는 현대차 노조의 반발로, 로봇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로봇 투입 이후 남는 인력을 정리해고할 수 있는지, 또 노조가 이를 이유로 파업에 나설 경우 합법성이 인정되는지 법적 쟁점을 짚어봤다.

◇정리해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입증이 관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22일 소식지에서 “해외 물량 이전과 신기술 도입(로봇 자동화)은 노사 합의 없는 일방통행”이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아틀라스는 1대 가격이 약 2억원, 연간 유지비는 14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루 24시간 가동이 가능해,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고 근무 시간에 제약이 있는 현대차 생산직과 비교하면 비용 경쟁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생산직 연봉은 이미 1억원을 넘었고, 강성 노조로 인해 매년 임금·단체협상이 반복된다”며 “인건비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로봇 도입이 곧바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 요건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요구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감원을 하지 않으면 기업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경영 악화가 누적됐고 그 상태가 장래에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노무법인 한수의 박진호 노무사는 “예컨대 모든 자동차 업체가 로봇 도입으로 생산비를 3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는데, 현대차만 인력을 유지해 비용이 30배라면 긴박성이 인정될 여지는 있다”며 “그러나 실적이 양호한 상황이라면 로봇 도입만으로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경영상 결정’도 파업 대상
노조가 로봇 도입에 반대해 파업에 나설 경우, 합법 파업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과거보다 커졌다. 오는 3월 10일부터 개정 노동조합법(일명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대해 노사 간 주장이 불일치하는 경우’도 노동쟁의 대상으로 명시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정상태 변호사는 “기존에는 정리해고 자체는 경영상 판단으로 파업 대상이 아니었지만,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정리해고를 추진할 경우 노조가 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점진적 인력 조정을 꼽는다. 박 노무사는 “정년퇴직 이후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직무 전환과 재배치를 통해 로봇과 공존하는 일자리를 설계하는 방식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韓 로봇 도입 3배 빨라… “휴머노이드법 필요”
한국 산업 현장의 로봇 도입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빨라지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산업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명당 1012대로, 독일(415대)과 일본(397대)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자동차·철강·조선·물류 등 주요 제조업 전반에서는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이미 일상화됐다. 전통적으로 인력 의존도가 높았던 현장 작업도 생산성 제고와 안전 강화를 이유로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다만 로봇 확산과 함께 고용 구조 변화와 노사 갈등도 반복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고위험 공정을 중심으로 로봇 투입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POSCO)는 2020년부터 광양제철소 도금 공정에 자동화 로봇을 도입했고, 1200도의 고로 풍구 점검에는 4족 보행 로봇을 투입했다. 현대제철도 AI 기반 4족 보행 로봇을 활용해 가스 밸브 개폐와 화재·폭발 감시 등 위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조선업계 역시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은 203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자동화율을 70%까지 높일 계획이며, HD현대삼호와 HD한국조선해양도 용접 공정에 로봇을 대거 투입하거나 이동형 용접 로봇 도입을 준비 중이다.
로봇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제도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현행 법 체계는 사람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휴머노이드 로봇의 정의와 책임 범위를 포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법이 필요하다”며 “고용 유지와 직무 개발 등 로봇과 공존할 수 있는 노동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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