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PICK!] ‘타닥타닥’ 대신 ‘사각사각’…뇌 깨우고 마음 챙기는 ‘이것’
정교한 손놀림이 뇌 곳곳 자극
필사 책·글쓰기 카페도 인기
일기·메모 한줄로 시작을

스마트폰과 키보드의 ‘타닥타닥’ 소리는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어딘가 차갑다. 반면 종이 위를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에는 온기가 있다. 디지털 피로감이 극에 달한 요즘, 2030세대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종이와 연필, 책을 집고 있다. 자신의 기록을 주기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거나 모임을 통해 공유하기도 한다. 산만한 생각을 모으고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손글씨의 매력을 알아보자.

연구팀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화면에 나타난 단어를 디지털 펜으로 쓰거나 키보드로 입력하게 한 뒤 뇌파(EEG)를 측정했다. 그 결과 손글씨를 쓸 때 뇌의 두정엽과 중심부에서 광범위한 연결망이 활성화했다. 이는 기억 형성이나 새로운 정보를 학습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키보드 타이핑은 뇌의 활성도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수준에 그쳤다.
연구팀은 “손글씨를 쓸 때의 정교한 손놀림과 감각 정보가 뇌의 여러 영역을 동시에 자극해 학습 효과를 높인다”고 분석했다.

소비에서도 ‘글 쓰는 공간’이 각광받고 있다. 이른바 ‘라이팅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필사나 글쓰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신한카드 2025년 소비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10개월간 수도권의 라이팅 카페 이용자수와 이용건수는 37%, 이용액은 71% 증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활발하다. 독자들은 책을 읽고 감명 깊은 구절을 노트에 옮겨 적으며 ‘나만의 콘텐츠’를 생산한다. 이를 공유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이른바 ‘텍스트 힙(text hip)’의 핵심이다.

전문가들 역시 손글씨의 치유 효과를 강조한다. 이진영 작가(캘리그래퍼·화가)는 “자신의 마음에 남는 글을 쓰고 그리다보면 답답한 마음이 풀리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11년간 필사 커뮤니티를 운영해온 이소영 작가(에세이)는 “손글씨를 써야 중요한 것이 머리에서 정리되는 느낌”이라며 “정신적으로 충만감과 안정감이 쌓인다”고 말했다.

우선 도구부터 가볍게 잡자. 비싼 만년필이 아니어도 좋다. 사각거리는 마찰음이 매력적인 연필이나 손에 익은 볼펜이면 충분하다. 종이 역시 쓰지 않는 노트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무엇을 쓸지 모르겠다면 필사책을 사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목표와 시간은 작을수록 좋다. 긴 소설을 통째로 베껴 쓰려다가는 사흘을 넘기기 힘들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 시집의 한 구절, 혹은 ‘오늘 점심이 맛있었다’ 같은 소소한 감사 일기 한줄이면 족하다. 글 쓸 시간이 부족하거나 마음이 잡히지 않는다면 그날은 글쓰기보다 독서를 해도 괜찮다.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는 것도 요령이다. 잠들기 전 10분, 혹은 아침 커피를 마시는 5분 등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온전히 종이와 펜에 집중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쓴 내용을 관리해보는 것도 새로운 인문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이소영 작가는 “그간 쌓아놓은 필사 노트를 ‘아날로그 자료집’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새로운 작품을 쓰거나 아이디어를 찾을 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오늘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펜을 들어보자. 그 짧은 시간이 뇌를 깨우고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의 한 걸음이 될 것이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