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구태정치 개혁, 李대통령이 주도해야
편집자주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뉴스룸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공천헌금 의혹 커지며 힘받는 ‘1인 1표제’
여야 정당 앞서는 국정지지율, 개혁의 호기
‘이재명 브랜드’ 정치혁신 나와야 역사발전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앞다퉈 악재를 거듭하며 국민 신뢰를 깎아먹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심각한 공천헌금 의혹, 국민의힘에선 낯 뜨거운 정적 제거 논란…. 여의도가 구태정치의 민낯을 드러낸 와중에, 이재명 대통령은 안정적 지지율로 국정 장악력이 흔들리지 않으니 이보다 더한 개혁의 적기를 찾기 힘들다. 2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 지지율(61%)은 민주당(43%)과 국민의힘(22%)을 최소 20%포인트 넘게 앞서고 있다. 이런 수치라면 대통령이 좀 더 고도의 담론을 제시하고, 민생과 직결된 쇄신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여당에서 돌출한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공천헌금 논란은 정권의 도덕성을 뿌리째 흔들 사안이다. 지지율 침체기를 대비해 지금 시스템적 혁신을 보여주지 않으면 향후 발목을 잡을 뇌관이 된다. 22대 총선 압승, 대선 승리에 이어 6월 지방선거 광풍을 노리는 길목에서 여권은 치명적 악재가 터진 현재를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 뒤에 숨는다 해도 뒷덜미가 화끈거려야 정상이다.
돈문제는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규모 불법자금을 트럭으로 받은 ‘차떼기 사건’ 이후 한동안 잠잠했다. 그런데 지방선거의 경우 중앙당 공천이 각 지역에 넘어가면서 현역 및 원외 위원장이 중심이 된 시·도당의 권한이 떠올랐다. 기초·광역의원, 단체장 공천과정에서 그들만의 담합구조가 복마전으로 오염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강선우·김병기 의원의 공천헌금 사태는 단순한 공천비리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여권 내 파워게임의 명분으로 작용할 공산이 충분하다. 지방선거 공천이 지역구 의원·지역위원장의 절대적 영향력에 좌우되는 만큼 당원들의 뜻이 왜곡된다. 정청래 대표가 추진 중인 권리당원·대의원 구별 없는 ‘1인1표제’가 더욱 힘을 받는 이유로 작용할 것이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당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정치 유튜버·인플루언서’가 공천헌금의 위험지대로 부상할 개연성이 크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처럼 권한과 함께 옮겨가는 부패 리스크를 차단해야 한다. 변화한 정당 메커니즘을 배경으로, 정치와 돈의 투명성을 한 차원 높일 진일보를 이 대통령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 나갈 때 집권기반을 정비하는 건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야당복’에 안주하려는 관성은 분명한 함정이다.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세력에 ‘배신자’인 한동훈 전 대표 측을 솎아내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하고 부정선거론을 멀리하는 보편적 중도층에 다가서긴커녕 오른쪽 끝으로 폭주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유권자 지형을 점하고 야당이 극우에 자리 잡았으니, 뭘 해도 중도층 승부를 국민의힘이 이길 수 없다. 보수대중정당의 길을 포기한 ‘장동혁호’가 지속되는 한 여권의 구조적 우위가 무너지기 힘들다.
정작 집권층의 바닥은 ‘명청대전’으로 뜨겁다. ‘1·11 최고위원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친청(친정청래)이 친명(친이재명)을 이겼다는 평가는 이른 것 같다. 권리당원 득표에서 김민석 총리의 측근인 강득구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건 대통령 의중을 전달할 창구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강성지지층과 이 대통령 직계 진영 간 노선 차이는 불씨가 커질 수 있다. ‘공소청·중수청 정부안 논란’을 두고 지지층을 설득하지 못하면 검찰개혁이 좌초할 수밖에 없어서다. 시대정신이 검찰개혁만 있는 건 아니다. 읍참마속을 불사하며 풀뿌리 시스템을 혁파할 민주주의 본연의 화두를, 대통령이 던질 때 길이 열릴 것이다. ‘이재명 브랜드’ 정치개혁안이 나와야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박석원 정치국제사회부문장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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