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페이커의 성지, 롤파크 맞습니까?”[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온 대학생 콜랑 씨(23)는 롤파크 로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는 온라인에서 오픈하자마자 ‘광클’로 매진되는 티켓을 구하지 못했지만, 로비에서 생중계를 보면서 세계적인 ‘게임의 성지’에 왔다는 사실에 감격해 했다. 그는 “페이커 선수가 출전하는 롤파크 아레나를 방문하는 것이 내 ‘버킷 리스트’였다”고 말했다.

400석 규모 롤파크에 들어서니 글래디에이터(검투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로마 콜로세움을 연상케하는 원형 경기장(아레나)이 보였다. 아레나 중앙,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헤드셋을 쓰고 마우스를 클릭하면서 싸우는 각 팀 5명 전사와 코치가 분주하게 소통하고 있다.

축구 팬들이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장에 가 보고, 야구 팬들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장에 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전 세계 1030세대 게이머들은 롤파크에 와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롤파크 아레나 로비에는 빌지워터(Bilgewater) 카페가 있다. 빌지워터는 LoL 속에 나오는 지명으로 ‘모든 사람이 열린 상태로 만나 교류하는 장소이자 세계관’을 상징한다.

롤파크 로비에는 라이엇 게임즈가 운영하는 PC방과 공식 굿즈 스토어가 있다. 또 LCK 출전 10개 팀 유니폼도 전시돼 있다. 페이커가 뛰고 있는 T1은 SK텔레콤이 후원한다. 다른 팀들도 농심, KT, 한화생명, KIA, 한진그룹, 부산은행 같은 유수의 기업이 후원한다. 굴지의 기업들이 후원하는 이유는 모든 경기가 스트리밍 채널 ‘네이버 치지직’과 ‘숲(Soop)’을 통해 세계에 생중계되기 때문이다. 매일 400만 명 이상이 시청하는데, 이 중 60%는 해외 시청자다.
로비에서 만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파헤드 씨는 “사우디 리야드에서도 2년 전부터 e스포츠월드컵(EWC) 대회가 열리고 있다”며 “초대 대회 우승자 페이커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감격할 뿐”이라고 말했다.
● K게임과 K푸드의 만남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찾아가는 또다른 게임 관광지 중 하나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하이커 그라운드(HiKR Ground)’다. 2023년도 월드챔피언십이 한국에서 열렸을 때 대대적인 게임 관련 전시가 열렸던 곳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K게임 진수를 느끼려면 PC방을 가야 한다. LCK컵 참가 팀들은 서울 홍대, 강남, 동대문 등에 MZ세대 및 외국인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래그십 PC방을 열고 있다. 일반 PC방과 달리 각 팀 선수단 사진으로 꾸며져 있고 레스토랑 및 굿즈샵 등을 갖춘 엄청난 규모의 공간이다.

요즘 PC방은 K푸드를 즐기는 레스토랑으로도 인기다. 1990년대 초반 태동한 PC방 먹거리는 원래 컵라면, 스낵류, 캔음료 등 간단한 메뉴에 그쳤다. 그러나 요즘은 떡볶이와 삼겹살, 파스타와 스테이크, 튀김, 핫도그, 피자에 카페 수준 음료와 디저트까지 갖춰 ‘K미식 공간’으로 승부를 하고 있다.

레드포스 광주 상무지구점과 첨단점에서는 미슐랭 1스타 김완수 셰프가 스테이크와 랍스터, 생과일 주스 등 프리미엄 메뉴도 제공한다. 추운 날씨에 혼자 밥 먹을 일이 있다면 식당에서 멀뚱멀뚱 있지 말고 PC방에 와서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혼자 밥 먹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듯 싶다.

글·사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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