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서 멍때리는 당신…디지털 드로잉에 담은 일상 속 작은 행복

헤일리 티프먼(31)은 미국 뉴욕의 로체스터 출신으로 현재 독일 올덴부르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며 디지털 드로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뉴욕타임스, 와이어드, 유니클로, 일리 커피 등 글로벌 매체·브랜드와 협업하면서 주목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열리는 그의 첫 번째 전시이자 대표작부터 다양한 아카이브까지 총 10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전시를 다녀온 이들의 SNS 리뷰 중 대부분은 “디지털 작업이지만 붓의 결이 살아있는 것 같아 느낌이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티프먼은 거리에서, 버스에서 관찰한 정물·인물·풍경 등을 손바닥만 한 스케치북에 간단하게 그린 후 집으로 돌아와 그 기억을 되살리며 아이패드로 작업한다. 아마도 그 기억의 온도가 따뜻한 색감과 질감으로 표현되면서 디지털 드로잉이라는 점을 잊게 만드는 게 아닐까.
더욱이 그가 보여주는 ‘일상 속 찰나의 순간’이란 실은 거창하고 대단한 순간이 아니라 누구나 경험하는 소소한 장면들이라 감정이입이 잘 된다.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을 보는 사람, 카페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 불도 켜지 않은 방에서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사람, 벤치에 앉아 친구와 수다를 떠는 사람 등은 오늘 하루를 뒤돌아본 ‘나’인 동시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전시는 티프먼이 일상의 순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5개의 주제로 작품을 나눠 구성했다. ‘멈춰 있는 시간: 머무름의 온도’ 섹션은 정물과 방 안의 사물을 통해 공간이 품고 있는 온기와 감정의 잔상을 기록한 작품들로 구성했다. ‘가까이 머물다: 관계의 리듬’에선 인물의 표정보다 몸의 방향, 움직임 사이의 거리, 시선의 흐름 등을 통해 그림 속 인물들의 관계의 온도를 상상케 하는 작품들을 모았다. ‘기억의 결 : 시간과 경험이 겹쳐진 풍경’은 미국과 독일을 비롯해 여러 여행지에서의 경험들을 기록한 그림들, ‘어딘가의 일상: 감정의 전환점’은 최근 작가가 경험한 감정적 변화가 반영된 신작들이다. 마지막 ‘남겨진 일상들: 작업의 과정’ 섹션에선 드로잉뿐 아니라 스케치·영상 등 티프먼의 다양한 작업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과 만나게 된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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