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16일간 초단기 전투…희망은 자민당 단독과반
[오누키의 재팬 워치] 중의원 해산 승부수 던진 다카이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3일 자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다카이치의 결정으로 중의원이 해산됐다.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4/joongangsunday/20260124002839639lmti.jpg)
1947년 시행된 일본 헌법에서는 총리에게 중의원 해산권을 부여하고 있다. 정세를 지켜보다가 언제든 해산할 수 있기 때문에 총리가 가진 가장 막강한 권력이지만 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책임을 추궁당하는 ‘양날의 검’이다. 총리로선 최적의 해산 타이밍을 잡는 게 중요하다. 의원 평균 재직 일수는 1022일(2년8개월, 임기는 4년)이다. 그래서 2년째로 접어들면 나가타초(永田町·일본 총리 관저와 국회 등이 있는 정치 중심지)에서는 “언제 해산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긴장감이 고조된다.
23일 중의원 해산, 투개표는 내달 8일
이번엔 좀 빠르다. 현재의 중의원은 2024년 10월 27일부터 임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연내 해산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긴 했다. 그런 와중에 총리의 해산 방침이 9일 밤,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로 알려졌다. 이후 선거는 불과 한 달 만에 치른다. ‘초단기 결전’이다. 이번 중의원 재직 일수는 불과 454일. ‘내각 불신임 결의안 가결’에 따른 해산을 제외하면 이 또한 최단 기간이다.

여기에 불과 3개월 전까지 자민당과 26년간 연립 여당을 구상했던 공명당이 야당 제1당인 입헌민주당과 신당 ‘중도개혁연합’을 22일 결성하기로 발표하는 등 다카이치 총리의 결정은 일본 정계에 격렬한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번만큼 예측이 어려운 선거는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다카이치 총리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여당으로 과반수를 목표로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결과에 대해 총리로서의 진퇴를 걸겠다”고도 했다. 현재 자민당은 196석, 공동 여권을 구성한 일본유신회는 34석이다. 여기에 자민당에 협력하는 무소속 3석으로 범여가 과반(전체 465석 중 233석)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다카이치 총리가 ‘현상 유지’라는 무난한 목표를 설정한 듯 보일 수 있다.
정계에선 그러나 도전적 목표도 거론된다. 나카키타 코지(中北浩爾) 주오대 교수는 “실제 승패 라인은 자민당의 단독 과반”이라며 “그렇게 되면 다카이치 정권이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은 것이 된다.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자민당은 37석을 늘려야 한다. 중의원에서 단독 과반을 하더라도 참의원에서는 여전히 과반 미달인 상태다. 이에 대해 나카키타 교수는 “(중의원에서 단독 과반에 성공하면) 여론에 민감한 국민민주당도 다카이치 정권에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민주당의 협력을 얻으면 참의원에서도 과반수가 되므로 안정적인 정권 운영이 가능해진다. 나카키타 교수는 “내년 봄 지방선거까지 잘 넘기면 5년 정도 이어갈 장기 정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5년 반을 집권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7년 8개월을 기록한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선거에서 계속 압승했었다.
현실적 목표도 있다. 여권이 모든 국회 상임위에서 위원장 자리를 독점하는 안정 다수(243석)다. 자민당은 2024년 10월 중의원 선거 패배로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중의원 예산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빼앗겼다. 여당이 위원장이면 총리에게 리스크를 지우지 않기 위해 각료에게 답변을 요구하지만, 야당이 위원장을 잡으면 각료가 아니라 총리에게 답변을 요구한다.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상황도 그랬다. 야당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위원장이 답변을 요구하자 엉겁결에 튀어나온 ‘실언’이었다는 게 다카이치 총리의 비공식 해명이라고 한다. 해산을 서두른 이유에는 위원장 탈환도 있다고 여겨진다.
다카이치의 승부수가 통할 지는 결국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에 달렸다. 아사히신문이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각 지지율은 6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반면 자민당 정당 지지율은 29%에 머물렀다. ‘지지하는 정당 없다’는 37%로 가장 많았다. 무당파의 동향이 열쇠를 쥐고 있다. 요시다 토루(吉田徹) 도시샤대 교수는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세습도 아니라는 신선함이 호감을 사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고물가 대책에 대해 ‘책임 있는 적극 재정’에 대한 기대치가 있고 주가도 오르고 있다. 아직 실적은 없지만 무당파층은 이길 것 같은 쪽에 편승하려는 경향(밴드왜건 효과)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총리 지지율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 승리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16일 통합신당 ‘중도개혁연합’ 출범을 합의한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왼쪽)와 사이토 데츠오 공명당 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4/joongangsunday/20260124002842186wlim.jpg)
하지만 불리한 요인도 있다. 우선 다카이치 총리 자신이 “고물가 대책을 우선해야 한다”며 조기 해산에 부정적인 생각을 비쳐 온 게 부담이다. 자민당 내에서도 내년도 예산안 심의보다 해산을 먼저 강행하자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북일본이나 호쿠리쿠 등 폭설 지대에서는 선거 준비가 늦어지거나 투표하러 가기 어렵다는 점 등도 지적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대학 입시가 한창이라 선거 유세차에 의한 후보자 연호 등은 수험생에게 피해를 준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도개혁연합’ 신당의 파괴력도 변수다. 중의원에서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에 소속돼 있던 거의 모든 의원이 신당에 합류했다. 입후보자는 이미 227명에 달했다. 자민·공명 연립 정권 시절에는 한 명을 뽑는 소선거구 후보를 공명당이 지원하는 대신, 비례대표는 자민당이 공명당을 지원하는 선거 협력을 했었다. 공명당의 모체인 창가학회는 선거구 당 1만~2만 표를 동원할 정도로 강력한 조직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소한 차이로 입헌민주당 후보자에게 이겨온 자민당 의원들에겐 공명당의 이탈이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급부상한 국민민주당이나 참정당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요시다 교수는 “야당이 결집하는 한편, 보수 세력이 다당화하고 있는 점이 아베 정권 시절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기성 정당에 대한 기피감 때문에 이번에도 국민민주당이나 참정당이 어느 정도 득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권 바뀌어도 한·일 관계 큰 영향 없을 전망
나카키타 교수는 “의석이 현상 유지 정도에 머물 경우 다카이치 정권은 지속되겠지만 총리의 구심력은 저하되고, 자민당 내 불만이 일거에 분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권이 과반을 밑돌 경우엔 다카이치 총리가 사임하고 총재 선거를 거쳐 국회에서 새 총리를 선출하게 될 것이다. 신당이 약진할 경우엔 정권 교체 가능성도 있다.
나카키타·요시다 두 교수 모두 “어떤 선거 결과가 나와도 외교 정책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요시다 교수는 “대중 관계는 지극히 신중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한국의 중요성이 커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정권 교체가 돼도 여론은 양호한 한·일 관계 유지를 바라고 있어 큰 변화는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자민당이 승리할 경우 ‘여론의 지지를 얻었다’는 명분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국정 주도력을 높일 수 있다. 나카키타 교수는 “대미, 대중 관계를 고려해 당분간은 없겠지만, 언젠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요시다 교수는 “외교안보 정책은 현상 노선을 유지하는 대신, 내정에서 보수색 짙은 정책을 내세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정책 등을 한층 강력하게 추진함으로써 지지층의 기대에 부응하는 ‘우클릭’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오누키 도모코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