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잔] ECM 2342
2026. 1. 24. 00:27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독일의 음반 회사 ECM은 절제된 재킷 디자인과 이미지로도 유명하다. 이 회사 설립자이자 음반 프로듀서인 만프레트 아이허는 어느 날 서울에 왔다가 안웅철의 폴라로이드 사진에 매료되었다.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하는 몽환적이면서도 낯선 풍경은 하나의 선율도 듣는 이마다 해석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그의 음악 세계와 연결되는 듯했다. 정명훈 최초의 피아노 솔로 앨범이자 ECM의 2342번째 앨범이면서 안웅철의 첫 ECM 재킷 사진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안웅철은 ECM과 협업 중이다. 1년에 한 번씩 자신의 사진을 골라 보내면, 아이허는 그중 서로 어울릴 법한 음반과 사진을 짝지어 화답한다. 아이허와의 협업 전에도 음악광인안웅철은 이미 ECM의 음반을 500장쯤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 음반의 음악과 재킷의 이미지들이 자신의 사진에 영감을 미쳤다고 늘 생각한다. 자신의 사진이 누군가에게 그러한 것처럼.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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