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람 냄새나는…'다음'에 '다시 로그인' [달리 보인다]

손유지 2026. 1. 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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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포털 '다음', AI와 함께 부활 '가속페달'
이용자 중심 큐레이션으로 뉴스 경험 새로 쓰기
기술보다 ‘사람’ 향한 포털의 두번째 실험 주목
'존재'의 이유…새로운 '다음'이 풀어야 할 과제들

[지데일리] 한때 한국 인터넷의 ‘입구’였던 포털 ‘다음(DAUM)’이 돌아왔다. 모두가 ‘네이버 일색’의 시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때, 다음은 다시 자신만의 길을 준비했다. 이번엔 트래픽 경쟁도, 단순 포털의 명예 회복도 아니다. 카카오는 “다음이 다시 연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다소 낯설지만 대담한 방향을 택했다. 핵심은 AI와 이용자 중심 경험이다.

 
카카오가 포털 ‘다음’을 AI와 이용자 중심 콘텐츠 플랫폼으로 재편했다.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과 신뢰 기반 뉴스 구독을 강화하며 포털의 ‘부활’이 아닌 ‘재정의’를 시도한다.

 

거듭난 포털, 다시 주목받는다

2020년대 초반 이후, 다음은 점점 더 조용했다. 뉴스 제휴 이슈와 검색 알고리즘 논란 이후 입지가 흔들렸고, 모바일 생태계의 중심은 이미 카카오톡으로 옮겨졌다. 심지어 어떤 이는 "다음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6년 들어 다시 등장한 다음의 변신은 단순한 리뉴얼을 넘어 하나의 실험으로 읽힌다.

새로운 다음은 ‘포털’보다 ‘콘텐츠 플랫폼’으로 정의된다. 뉴스 중심의 메인 화면은 대폭 개편됐고, 흥미·관심사 기반의 큐레이션이 전면에 배치됐다. 개인 맞춤 피드는 AI가 사용자 활동을 파악해 자동으로 구성하며, 기자나 편집자가 아닌 AI가 주제별 큐레이터 역할을 수행한다.

카카오는 이번 개편의 방향을 이렇게 짚는다. 20년 전 PC 포털의 ‘오픈’ 철학이 모바일 시대에 맞게 부활한 것이다. 사용자 개개인의 관심이 곧 다음의 편집 원칙이 됐다.

뉴스·콘텐츠, AI가 다시 엮는다

다음의 AI 전략은 단순 추천 엔진이 아니다. 이용자의 검색, 댓글, 카카오톡 활동 등 다양한 신호를 결합해 ‘맥락 중심 큐레이션(contextual curation)’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주로 게임 뉴스나 글로벌 IT 산업 기사를 본다면, AI는 해당 주제의 ‘심화 읽기’와 해설 콘텐츠를 함께 노출한다.

특히 ‘카카오 브런치’, ‘티스토리’, ‘멜론 매거진’ 등 카카오 내부의 여러 콘텐츠 서비스를 하나의 ‘스토리 허브’로 묶은 점이 눈에 띈다. 사용자는 이제 ‘뉴스’와 ‘에세이’, ‘음악 인터뷰’를 하나의 연속적인 피드 안에서 만나게 된다. 포털의 벽이 서서히 무너지고, 이용자 경험이 플랫폼 전반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AI 필터링 시스템도 새로 도입됐다. 기사 정보의 출처, 신뢰도, 인용 비율을 평가해 허위 정보 가능성이 높은 경우 자동으로 노출 비중을 낮춘다. 뉴스 댓글 역시 AI 필터링을 통해 혐오·비방 중심의 언어를 최소화했다. 단순한 ‘AI 편집 포털’이 아니라, ‘AI 윤리 편집자’를 지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음, 다시 사람을 본다

카카오 한 관계자는 다음의 새 리뉴얼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가 잃어버린 건 트래픽이 아니라 사람의 시선이었다. 이번 개편의 중심은 기술이 아니라 이용자입니다.”

이 말처럼, 이번 다음의 변화는 기술적 혁신보다는 ‘사람 중심 설계’에 가깝다. 검색 박스보다 이용자 피드, 언론사보다 개별 콘텐츠 제작자에 초점을 맞췄다. AI는 어디까지나 ‘돕는 도구’일 뿐,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는 ‘매개자’로 자리한다.

또 하나의 상징적인 변화는 ‘뉴스 구독’ 시스템의 강화다.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기사 목록이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선호 언론사·주제·관심 키워드를 직접 설정하면 AI가 이를 학습해 맞춤형 구독 피드를 구성한다. 이는 카카오톡 ‘채널’과 연계돼 사용자에게 직접 ‘뉴스 브리핑 톡’을 제공하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포털의 부활이 아닌 ‘재정의’

이번 변화를 단순히 ‘포털의 부활’로만 보는 건 아쉽다는 평가다. 사실상 ‘포털’이라는 개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웹 생태계 초기, 포털은 정보의 게이트(Gate)였다. 그러나 지금의 인터넷은 이미 각자의 소셜 타임라인과 추천 시스템이 포털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다음이 해야 할 일은 ‘정보의 입구’가 아니라, ‘생각의 방향을 제시하는 창구’에 가깝다.

카카오의 접근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이 해야 할 역할은 정보의 단순 통로가 아니라, 사용자의 관심을 풍성하게 확장시켜주는 ‘콘텐츠 곡선’을 만드는 것이다. 이용자가 한 주제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 큐레이션은 더 이상 ‘뉴스 포털’이 아니라 ‘지적 취향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신뢰, 투명성, 존재 이유... 남은 과제들

물론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핵심이다. 포털 시대의 다음은 ‘열린 정보’의 대명사였지만, 동시에 가짜뉴스와 클릭 유도 콘텐츠 논란에 취약했다. AI를 전면에 내세운 지금도 ‘알고리즘 편향’ 논란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 이용자 중심 전략이 진정한 ‘이용자 권한 강화’로 이어지려면 추천 시스템의 원리와 편집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언론사와의 관계 재정립도 요구된다. 기존의 뉴스 제휴 구조는 이미 오래된 틀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AI가 핵심 역할을 맡는다면 ‘뉴스 공급자’로서 언론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한때 카카오는 공동 큐레이션 형태의 뉴스 파트너십 모델을 실험 중이라고 밝혔지만, 수익 배분과 데이터 접근권 등 구체적인 합의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이라는 브랜드의 정체성 복원도 과제다. 카카오톡이 카카오의 핵심 플랫폼으로 커지며, ‘다음’은 오랫동안 브랜드 통합의 그늘 아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리뉴얼은 오히려 다음의 독자적 존재 이유를 부각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검색을 넘어, 탐색으로’와 같은 새 움직임처럼, 다음은 이제 카카오 생태계 안에서 ‘지식과 여가의 허브’로 재정의되고 있다.

AI 시대, 포털은 사라질까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포털은 여전히 유효한가? 전문가들은 “형태는 달라지겠지만 연결의 철학은 계속된다”고 본다. AI가 정보를 직접 제시하는 시대에도 누군가는 여전히 ‘정보를 믿을 수 있는 초입’을 원한다. 다음의 도전은 바로 그 ‘입구의 진화’를 실험하는 것이다.

2026년의 다음은 과거의 ‘거대한 게이트’가 아니라, ‘개인화된 지도’를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AI는 이용자의 관심사 지형을 학습하고, 콘텐츠라는 길 위에 ‘새로운 방향표’를 세운다. 네이버·구글과의 단순 경쟁보다, ‘나에게 맞는 정보 탐색의 기쁨’을 회복하는 길. 그것이 이번 부활의 본질이라고 하겠다.

다시, 다음을 묻는다

다음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추억의 이름’이다. 동시에 가장 유연한 변화의 플랫폼이기도 하다. 검색, 뉴스, 커뮤니티, AI. 그 어떤 기술적 구성요소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 경험하고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힘’이다. 다음의 부활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디지털 교양의 재창조’에 가깝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카카오에게 남은 핵심 과제는 AI와 이용자 중심의 포털이 ‘기술의 진보’로만 끝나지 않도록 사회적 신뢰와 콘텐츠 다양성을 함께 이끄는 실험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짚었다. 포털의 시대가 저물어갈지 몰라도, ‘다음 시대’의 시작이 이제 막 열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