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막아 달라"는 美 쿠팡 투자사… 통상 분쟁 불씨 되나
무역법 301조 외국 정부가 차별 시 관세 등 보복
45일 내 조사 결정… 韓 규제로 이슈 커질 수도
쿠팡 "중재의향서, 당사 입장과는 무관" 선 긋기

쿠팡 지분을 가진 미국 투자회사들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 대우한다며 미국 행정부의 직접 개입을 요청해 쿠팡의 정보유출 사태가 한미 통상 분쟁으로 비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치권 일각이 쿠팡을 옹호한 것과 달리, 거리를 두던 미 행정부가 등판할 경우 한국 디지털·플랫폼 규제 전반으로 쟁점이 확대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쿠팡 본사(쿠팡 Inc) 지분을 소유한 현지 투자회사 그린오크스와 알티미터는 2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제한적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을 구실로 범정부적 차원의 공격을 하고 있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청원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과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을 수신인으로 한국 정부 상대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도 전달했다.
이들은 ISDS 중재의향서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의) 한국 및 중국의 대기업 경쟁사를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 삼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 등 업무보고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법 집행은 마피아 소탕할 때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쿠팡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은 "특정 기업이나 특정 국가 소속 기업을 응징하겠다는 취지 발언이 아니고 쿠팡을 전혀 언급한 바 없다"며 잘못된 인용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고 차별적 조치가 미국 상거래를 제한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부과 등 미국 행정부의 보복 조치를 허용한다. USTR은 청원서 접수 후 45일 내 조사 개시 여부를 정해야 하는데, 미 행정부가 직접 쿠팡 사태에 개입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우려를 표명했는데, USTR이 조사에 착수할 경우 쿠팡을 넘어 한국의 디지털 규제 전반을 문제 삼을 가능성도 있다.
쿠팡은 "미국 투자사의 USTR 청원과 ISDS 중재의향서 제출은 당사 입장과는 무관하다"며 "정부의 조사 요청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쿠팡이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해온 만큼 투자사를 지렛대 삼아 한국 정부 압박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국내외의 분석이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1408520003407)
정부는 쿠팡 문제가 통상과 관련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산업부 등 관계 부처가 대응 방향을 별도로 논의할 것"이라면서 "쿠팡은 전례 없는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조사를 하는 것일 뿐 미국 기업 차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월엔 양도세 5억→9억 원으로 늘어"... 양도세 중과 부활 예고에 바빠진 다주택자들 | 한국일보
- 90세 정신과 의사가 첫 며느리 맞자마자 시킨 교육은?...이근후 박사의 '재미있게 늙는 법' | 한국
- '꽈추형' 홍성우 "박나래에게 '주사이모' 소개 받았다" | 한국일보
- 코스피 장중 '5000' 찍자… 李 대통령 ETF 수익률도 '대박' | 한국일보
- 양준혁, 3천 평 방어 양식장 사업으로 '대박' 난 근황 | 한국일보
- 첫째는 '다자녀' 셋째는 '특기자'로 아빠 대학 진학… 野 이혜훈 자녀 '부모 찬스' 정조준 | 한국
- 드디어 만난 두 여제...김연경-김연아, 서로 부러워한 까닭은? | 한국일보
- 탑골공원 폐쇄, 종묘광장 밀어내기... "노인은 나무 만도 못해" [탑골 노인 추적기] | 한국일보
- 한덕수 판결문 보니...손날 내려치는 尹 몸짓에 이상민은 고개 끄덕 왜 | 한국일보
- [전문] "징역 23년" 잠시 멈춘 판사... 이진관이 울컥한 순간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