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시론] 홍준표에 대해 슬퍼하는 이유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2026. 1. 2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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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진보적 위선'에 지친 탓이었을까? 나는 보수 정치인 중에선 홍준표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다. 말을 거칠게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말 안 되는 말을 점잖게 하는 것보다는 거칠더라도 말 되는 말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그는 말이 안 되는 말(윤석열 옹호 발언)을 너무 많이 했다.

실망이 컸지만, 나이 탓으로 돌렸다. 당시 곧 70대로 접어드는 시점에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 윤석열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의 집요한 한동훈 비난도 이해했다. 굴러온 돌들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도 정도 문제지, 한동훈까지 봐주긴 어렵다는 심정을 어찌 모르랴.

홍준표 전 대구시장 ⓒ연합뉴스 제공

그런데 최근 홍준표가 고고한 자세로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윤석열·한동훈·국민의힘을 싸잡아 비난하는 걸 보고 있자니 그에겐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위선의 악취가 풍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감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팩트만 몇 가지 지적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홍준표는 2021년 4월 윤석열을 가리켜 '조폭 리더십'이라고 비판했다. 선견지명이었다. 집권 후 그의 '조폭 리더십'은 2023년 2월 친윤 세력을 동원해 특정 당대표 후보들을 주저앉힌 시도로 드러났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원로 이재오가 "이건 국회의원들이 아니다. 이건 완전히 조폭들이다. 조폭 중에서 조폭 똘마니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비난했을까.

그런데 홍준표는 놀랍게도 윤석열을 옹호했다. 홍준표가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 웬만한 친윤계보다 더 적극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원사격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중앙일보 2023년 2월10일). 윤석열에게 국민의힘을 공깃돌처럼 갖고 논 경험은 이후 무슨 짓을 저질러도 가능하다는 망상의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망상을 실천에 옮긴 게 바로 12·3 계엄이 아닌가.

홍준표는 2024년 5월13일 윤석열이 김건희 수사지휘 책임자를 친윤 검사로 대거 교체한 것도 옹호하고 나섰다.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 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나"라는 이유로. 7월22일 검찰총장 이원석이 검찰의 '김건희 황제 조사'를 문제 삼자, 홍준표는 "영부인을 포토라인에 세워 창피를 주면서 분풀이를 해야 올바른 검찰권 행사인가"라고 했다. 그래 놓고선 1년 후 검찰청 폐지와 관련해 "윤석열·한동훈이 망친 검찰"이라며 "자업자득이라서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12월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홍준표는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들을 "레밍" "이재명 2중대" "민주당의 세작들"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배신자들"이라고 비난하면서 제명을 요구했다. 그는 2025년 2월25일 윤석열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에 대해 "진정성이 엿보였다"며 높게 평가했고, 3월1일 '극우'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전한길에 대해 "참 고맙다"고 했다.

이렇듯 홍준표는 그간 앞뒤가 맞지 않는, 오락가락하는 말을 너무 많이 했다. 독설의 가치조차 잃었다. 그럼에도 값싸게 기사를 양산해 내려는 언론은 홍준표와 같은 유명 정치인이 SNS에 올린 글을 미주알고주알 보도하는 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지런하다. 이전의 언행과 비교해 말이 되는 말인지 안 되는 말인지 검증도 없다. 그냥 센 말이면 무조건 기사로 써대고 보는 것이다. 홍준표에게 호감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이런 현실이 너무 슬프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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