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안성기를 만나 행복했다

2026. 1. 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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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외출 중에 안성기 배우의 부음을 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미디어의 발달은 연기자들에게 장점도 많이 제공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해요. 특히 무차별적인 악플은 인격에 큰 상처를 줘서 무서운 결과를 낳기도 하잖아요. 너무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마음의 중심을 잡고 스스로 인격훈련을 단단하게 해야 할 것 같아요. 배우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인(公人)이라 생각해서 꼭 같지는 않지만 수도자와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길에 최선을 다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더 큰 타격이 됩니다. 잠깐 빛나는 스타가 되기보다는 자신을 드러내는 연기자가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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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할 때도 늘 숙고하고
스태프들에게 따뜻한 대우
수도자처럼 최선을 다했던
국민배우 빈 자리 너무 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지난 5일 오전 외출 중에 안성기 배우의 부음을 접했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의 죽음을 접하자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우리 사회에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 그를 떠나보내며 안타까운 이유는 착하고 인성이 좋은 국민배우를 잃었다는 것이다. 아들에게 남긴 편지에서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은 착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고 했다. 능력 있고 성공한 사람보다 먼저 착한 사람이 되라고 유언을 남긴 것이다.

내가 안성기 배우를 처음 만난 것은 30여 년 전이지만 놀라운 것은 늘 같은 어진 모습, 같은 겸손한 태도였다. 만나는 예술인 중에 조금만 인기를 얻어도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는 어떤 일이든지 자기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유지하려면 능력이나 업적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성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인기를 얻어도 언젠가는 큰 위험이 닥친다. 안성기의 평전을 쓴 일본 작가는 집필 이유에 대해 "안성기의 인성이 좋아서"라고 답한 적이 있다.

나는 안성기 배우에게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한 적이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미디어의 발달은 연기자들에게 장점도 많이 제공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해요. 특히 무차별적인 악플은 인격에 큰 상처를 줘서 무서운 결과를 낳기도 하잖아요. 너무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마음의 중심을 잡고 스스로 인격훈련을 단단하게 해야 할 것 같아요. 배우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인(公人)이라 생각해서 꼭 같지는 않지만 수도자와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길에 최선을 다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더 큰 타격이 됩니다. 잠깐 빛나는 스타가 되기보다는 자신을 드러내는 연기자가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안성기 배우는 대화를 할 때 조금 뜸을 들이다가 이야기를 한다. 평생을 스타로 살면서 몸에 배어온 조심스러운 습관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되돌아온 말이 너무 뻔한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뻔하지 않게 느껴졌다.

'안성기 배우의 오늘'은 처음부터 정상이 아니라 우여곡절과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는 생각도 새삼 들었다. 나는 "아역 배우가 어른 배우로 연결돼 왕성하게 활동하기 어려운데 비결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다섯 살부터 우연히 아역 배우를 했는데 중고등학교에서 방황을 많이 했다. 군 제대 이후 잠깐 회사생활을 했는데 적성에 안 맞았고 연기에 대한 꿈을 못 버렸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좋은 감독님들을 만났다. 나를 신인으로 아는 사람도 많았다. SNS가 발달한 요즘 같았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주연배우로 활동하다가 나이 사십이나 오십에 주연으로 캐스팅되기는 어려웠다. 조연으로 영화사에서 제안을 받았을 때 사실 고민이 많았다. 당시만 해도 영화에서 주연만 부각되는 면이 있었다. 그때 나는 스타가 아니라 연기자라는 생각을 가지니까 관점이 다르게 보여 다시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영화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하려 했는데 늘 부족하다고 했다. 영화 스태프들에게 일정한 촬영시간의 법이 적용됐을 때 무척 기뻐했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초심을 지녔다. 그래서 고(故) 최인호 작가가 "안성기는 늘 푸른 청년이에요"라고 했다. 우리 시대에는 진정한 어른이 없다고들 한다. 그는 어쩌면 우리가 모범으로 본받아야 할 '마음이 어질고 인성이 착한 어른'이라 생각한다. 어떤 사람의 가치는 오히려 그의 부재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 시대에 안성기 같은 착하고 인성 좋은 배우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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