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 지난해 美로비에 50억원 썼다…4분기 13억 집행

이혜영 기자 2026. 1. 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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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340만 달러가 넘는 로비 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은 미국 대선이 있었던 2024년에 이어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이 발생한 2025년까지 2년 연속으로 연간 기준 300만 달러가 넘는 규모의 자금을 로비에 투입했다.

23일 시사저널이 미 상하원에 제출된 로비 활동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쿠팡Inc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총 89만5000달러(약 13억원·환율 1450원 적용)의 로비 자금을 집행했다.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2025년 하반기 3300만 건에 달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쿠팡이 그동안 축적해 온 로비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한다'는 입장을 한층 더 강하게 미국 측에 전달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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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에 2025년 4분기 로비 보고서 제출…연간 누적 341만 달러
2021~2025년까지 누적 로비 집행액 1129만 달러로 164억원 육박
미 정계서 “마녀사냥” “부당하고 차별적” 韓정부 겨냥한 발언 잇달아
쿠팡 투자사들, ‘수신인 이재명’으로 중재의향서 발송…USTR 청원도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쿠팡 제공

쿠팡이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340만 달러가 넘는 로비 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은 미국 대선이 있었던 2024년에 이어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이 발생한 2025년까지 2년 연속으로 연간 기준 300만 달러가 넘는 규모의 자금을 로비에 투입했다. 미국 정가를 중심으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한다는 공개 항의와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쿠팡 사태가 한미 통상 분쟁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시사저널이 미 상하원에 제출된 로비 활동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쿠팡Inc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총 89만5000달러(약 13억원·환율 1450원 적용)의 로비 자금을 집행했다. 쿠팡은 4분기 로비 집행액이 반영된 보고서를 지난 20일(현지시간) 오후 미 의회에 보고했다.

이로써 쿠팡Inc의 2025년 연간 누적(1~4분기) 로비 집행액은 341만 달러(49억4450만원)로 집계됐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에 걸쳐 쿠팡이 미 정가를 상대로 로비에 지출한 규모는 총 1129만 달러(163억7050만원)에 달한다.

쿠팡Inc는 쿠팡 한국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다. 쿠팡Inc 의결권의 70% 이상을 창업주인 미국 국적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보유하고 있다.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쿠팡Inc는 상장 첫 해부터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펼쳐왔다.

쿠팡은 지난해 4분기 로비 보고서에서 구체적인 로비 활동 쟁점으로 △미국 중소기업과 대기업, 농업 생산자들이 쿠팡의 디지털·소매 및 물류 서비스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논의 △쿠팡의 사업 모델과 혁신을 통해 창출될 수 있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및 경제 성장에 대한 논의 △미국의 수출 촉진 및 북미, 아시아, 유럽 국가 간 무역·투자 흐름 증진 노력에 관한 논의 △무역 촉진과 관련된 국제 경제 정책 문제에 관한 논의 △미국과 한국, 대만, 일본, 영국, 유럽연합 등 동맹국 간의 경제·상업적 관계 강화 노력에 관한 논의 등을 제시했다.

로비 대상에는 백악관을 비롯해 미 상하원과 상무부, 국무부, 농무부, 재무부, 무역대표부(USTR), 중소기업청(SBA),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이 포함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101만 달러 △2022년 145만 달러 △2023년 155만 달러 △2024년 387만 달러 △2025년 341만 달러를 로비에 투입했다. 미 대선이 있었던 2024년과 한국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는 2년 연속으로 로비 집행액이 300만 달러를 넘겼다.

한국에서 쿠팡 노동자 사망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법률 및 규정 위반 등으로 인한 당국의 조사와 과징금 부과, 플랫폼 규제 법안 강화 움직임이 전개되면서 미국에서의 로비 지출액도 증가했다.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2025년 하반기 3300만 건에 달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쿠팡이 그동안 축적해 온 로비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한다'는 입장을 한층 더 강하게 미국 측에 전달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Inc는 2024년까지는 내부 로비 담당팀에 의한 인하우스 로비에 집중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집행 규모를 기준으로 내부 조직에 의한 로비 지출 비중은 83~93%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다 2025년에는 인하우스 로비 집행 비용이 227만 달러, 전체의 66.6%로 낮아졌다. 반면 외부 로비 업체가 지출한 비용은 연간 기준 처음으로 100만 달러를 넘긴 114만 달러를 기록, 33.4%를 차지했다. 로비 전문업체에 고용된 로비스트를 통한 미 행정부와 의회 접촉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준 쿠팡을 대리하고 있는 미 로비 업체는 4곳으로, 모두 워싱턴D.C. 정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곳들이다. 대형 로펌이자 미국 내 로비 관련 매출 1위 기업인 '에이킨검프'는 5년 연속 쿠팡을 대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제프리 밀러가 이끄는 '밀러 스트래티지'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의 최측근인 알베르토 마르티네즈가 있는 '콘티넨털 스트래티지', 초당적 공공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모뉴먼트 애드보커시' 3곳이 새롭게 합류해 쿠팡을 위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 

1월23일 서울 광화문 광장 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불법기업 쿠팡 비호, 내정간섭 일삼는 미국 정·재계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이 美 기업인 마녀사냥"…'수신인 이재명' 중재의향서도

최근 미 정계에서 한국 정부를 겨냥한 날 선 반응이 잇달아 나오는 것도 로비 활동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청문회'를 방불케 한 1월13일(현지 시간) 미 하원의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의 청문회에서도 한국 정부가 미국 기술 기업을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으며, 미 기업인을 상대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에이드리언 스미스 무역소위위원장(공화·네브래스카)은 "한국이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입법 시도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며 "한국 규제당국은 미국의 기술 리더를 공격 표적으로 삼고 있다. 쿠팡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 조치가 그 예"라고 지적했다. 스미스 위원장이 지목한 '리더'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스미스 위원장은 한국이 작년 11월 미국과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에서 미국 기업들을 차별하지 않고 미국 기업이 불필요한 디지털 무역장벽에 직면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도 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캐롤 밀러 하원의원(공화·웨스트버지니아)은 디지털 분야에서 자유로운 교역을 막으려 하는 시도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한국에서 가장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밀러 의원은 또 한국 국회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입법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면서 최근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검열법"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최근 두 명의 미국 경영인을 상대로 정치적 마녀사냥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는다. 이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와 김 의장에 대한 수사와 당국의 규제 움직임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밀러 의원의 경우 그의 의원실에서 2022년까지 정책 설계를 총괄했던 조셉 포크너 전 수석 보좌관이 현재 에이킨검프에서 쿠팡의 로비스트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12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한국에서 범부처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하고 수사와 국회 연석청문회 등이 숨가쁘게 진행되던 때도 미 정가의 주요 인사들이 쿠팡을 엄호하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X(엑스)에 "쿠팡을 겨냥한 한국 국회의 공격은 미국 기업에 대한 더 넓은 규제 장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중진인 대럴 아이사 하원의원도 보수 매체에 기고문을 싣고 애플·구글·메타와 함께 쿠팡을 언급하며 "새로운 디지털 무역 관련 법안이 한국과 중국 기업에는 유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미국 기업의 한국 내 사업 활동을 옥죄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 투자회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가 2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고, 이 때문에 주가 하락 등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보냈다고 밝히면서 통상 분쟁 가능성이 한층 커진 상태다.

두 회사는 또 한국이 제한적인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을 구실로 범정부 차원에서 쿠팡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미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한국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조사하고 적절한 무역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청원했다.

이들 투자사가 보낸 중재의향서의 수신인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으로 적혔다.

이들은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3370만 건이 유출된 것에 대해 "제한적 데이터 유출"에 불과하다면서 "한국 정부가 이를 구실로 정부가 선호하는 한국 및 중국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성공적 미국 기업의 능력을 제거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의 진상조사를 '불법적 조치'라고 규정하며 "쿠팡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금을 소멸시켰다. 한국이 (FTA) 조약 및 국제법을 지속적으로 위반한 데 따른 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고, 현재 손실은 최소 수억 달러, 미국 내 투자자들의 손실은 수백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재의향서는 청구인이 중재를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상대 국가에 보내는 서면이다. 의향서 제출 90일 이후 정식으로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

법무부는 "향후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중심으로 관련 기관과 합동 대응 체계를 수립하고 중재의향서와 관련된 법률적 쟁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글로벌 기업이든, 국내 소기업이든 관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상식적으로 대처하겠다"며 "국제 규범도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대응하면 되고, 또 대한민국이 주권 국가라는 점도 고려해 더 당당하고 정당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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