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든 가방 어쩌나’ 발 동동···외국인 유학생 도운 새내기 경찰의 15시간

낯선 타국 땅에 발을 디딘 지 불과 일주일. 석사 과정의 꿈을 안고 한국을 찾은 방글라데시 유학생 라만 빈 타즈워(라만)에게 지난 17일은 자칫 ‘악몽’으로 남을 뻔한 하루였다. 대학 등록금과 여권, 외국인등록증이 든 가방을 버스에 두고 내린 것이다. 다음 날이 등록금 납부 마감일이었던 라만에게 그 가방은 단순한 소지품이 아니라 한국 생활의 전부나 다름없었다.
23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5시쯤 전주 덕진경찰서 아중지구대에 한 외국인이 다급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방글라데시 출신 유학생 라만이었다.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방글라데시어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한국어가 서툴러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임용 5개월 차인 김재록 순경이 나섰다. 김 순경은 번역기와 몸짓을 활용해 차분히 상황 파악에 나섰다. 문제는 언어 장벽만이 아니었다. 라만은 자신이 이용한 버스 번호는 물론 어느 회사 버스였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김 순경은 포기 대신 ‘역추적’을 선택했다. 라만의 이동 경로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예상 승·하차 지점을 분석한 뒤 전주 시내버스조합과 각 운송회사에 전화를 걸어 유실물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학생의 전 재산이 달린 문제”라며 협조를 구한 연락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끈질긴 추적 끝에 약 15시간 만인 이튿날 오전 김 순경은 유실물이 보관된 버스회사를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소식을 들은 라만은 오전 8시쯤 가방을 무사히 되찾았고 기한 내 대학 등록도 마칠 수 있었다.
라만의 감사 인사는 손편지와 문자 메시지로 이어졌다. 그는 다시 지구대를 찾아와 김 순경의 손을 맞잡고 “Thanks a lot Korean police(한국 경찰에 정말 감사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박노준 우석대학교 총장은 “낯선 나라에서 보낸 불안한 첫 주를 따뜻한 기억으로 바꿔준 경찰의 손길이 국적을 넘어 신뢰의 다리가 됐다”며 김재록 순경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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