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ISDS 예고에도 인용 가능성 낮다···국제중재 문턱 넘기 쉽지 않아

주재한 기자 2026. 1. 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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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한국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아 미국 투자사들이 국제투자분쟁(ISDS)을 예고했지만 실제로 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률신문 보도에 따르면 투자사들은 카카오페이, SK텔레콤, 업비트 등 다른 국내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언급하며 유사하거나 더 큰 규모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응 수위는 쿠팡보다 낮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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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사들 중재의향서 제출하며 90일 협의 돌입
법조계 “주가 하락·조사 착수만으로 국가 책임 인정 어려워”
김범석 쿠팡 의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한국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아 미국 투자사들이 국제투자분쟁(ISDS)을 예고했지만 실제로 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조사와 국회 대응이 이어졌을 뿐 사업을 직접 제한하는 제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아 국제중재에서 요구되는 국가 책임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3일 법무부에 따르면 쿠팡의 주요 미국 투자사들이 전날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중재의향서는 투자자가 국제중재를 제기하기에 앞서 상대 국가에 분쟁 의사를 공식 통지하는 절차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제출 이후 90일이 지나야 정식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기간은 당사자 간 협의와 쟁점 정리를 위한 이른바 '냉각 기간'이다.

이번 의향서를 제출한 투자사는 미국 쿠팡 주주인 그린옥스 캐피털 파트너스(Greenoaks Capital Partners LLC)와 알티미터 캐피털 매니지먼트(Altimeter Capital Management LP) 등이다. 이들은 지난해 말 발생한 쿠팡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국회와 행정부가 전방위적인 진상 조사에 착수하고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투자자 권익이 침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과 간접수용 금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지난해 11월 고객 정보가 외부에 노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후 국회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책임을 묻는 청문회 요구가 이어졌고, 정부 역시 관계 부처 합동으로 사실관계 파악과 조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 인사들의 공개 발언이 이어지며 쿠팡을 향한 압박 수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대응만으로 ISDS에서 국가 책임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형 로펌 국제분쟁팀에서 ISDS 사건을 다뤄온 한 변호사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론스타 펀드(Lone Star Funds) 사건조차도 금융당국의 매각 승인 지연과 형사처벌 등 명확한 국가 조치가 있었음에도 청구액 대부분이 기각됐다"며 "국제중재에서 국가 책임이 인정되는 문턱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쿠팡 사안은 청문회 출석 요구나 조사 착수 등 절차적 대응에 그쳤고, 과징금 부과나 영업정지와 같은 실질적 제재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정부 조치로 인해 기업 활동이 직접 제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ISDS 대응 실무를 담당했던 또 다른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도 "주가 하락은 전형적인 간접 손해로, 국제중재에서 배상 책임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직접적이고 정량화 가능한 손해가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중심으로 범정부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법무부는 향후 90일 협의 기간 동안 중재의향서에 담긴 법률적 쟁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협의를 통해 분쟁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이 실제 국제중재로 이어질지 아니면 경고성 문제 제기에 그칠지는 정부 대응 수위와 추가 조치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한편 쿠팡 미국 투자사들은 미국 대형 로펌 커빙턴 앤 벌링(Covington & Burling)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로펌은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국제중재·통상 분야의 대형 로펌이다. 법률신문 보도에 따르면 투자사들은 카카오페이, SK텔레콤, 업비트 등 다른 국내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언급하며 유사하거나 더 큰 규모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응 수위는 쿠팡보다 낮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한국 정부의 조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공정·공평대우 의무와 내국민대우·최혜국대우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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