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Pick]변화하는 직장인의 마음 자세...경제적 자유의 장벽 ‘퇴사‘ 대신 ‘버티기’가 대세

2026. 1. 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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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노조, 60세 정년 등이 정착되면서 기업에서 이른바 ‘고령 경력자’들이 자리를 지키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에 기업들은 막대한 희망퇴직금을 지급하면서 고령 경력자의 ‘능동적 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 AI로 제작된 이미지)
#1 지난해 말,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 대상으로 2025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0곳 중 6곳은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이라도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이겠다는 응답도 많았다. 이는 기업들이 AI(인공지능) 확대 등과 함께, 신입을 뽑아 교육해 현장에 투입하는 채용 형태가 현재의 경영 환경을 따라가기에 너무 늦기 때문이다.

#2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낸 ‘국내 노동시장 이중구조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는 ‘지난 20여 년간(2004~2024년) ‘대기업 정규직 고령자 고용 증가’로 인해 ‘대기업 인력들이 늙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여 년간 대기업 정규직 고령자 고용은 492.6%나 증가한 반면 청년 고용은 1.8% 감소했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에서도 정규직 가운데 고령자 고용은 2004년 대비 777%나 늘었지만 청년 고용은 1.8% 줄었다. 또 고령자 고용 비중은 2004년 2.7%에서 2024년 10.7%로 증가했다.

#3 통계청의 2025년 ‘8월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자는 2,896만 7,000명으로 전년보다 16만 6,000명이 늘었다. 이는 60세 이상 고령층의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다. 반면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연속 감소 중이다.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보다 21만 9,000명이 줄었다.

또 취업 상태가 아닌데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은 264만 1,000명으로 2024년 8월에 비해 7만 3,000명이 늘었다. 특히 30대 ‘쉬었음’은 32만 8,000명, 20대 ‘쉬었음’은 43만 5,000명이다.

퇴사, 은퇴, 정년 뒤 찾아오는 ‘빈곤의 심각성’

현재 한국의 고용 부문의 수치는 ‘빨간 불’이다. 2025년 말 고용서비스 플랫폼 ‘고용24’에서 밝힌 구인배수는 0.44이다. 구직자가 10명일 때, 일자리는 4개뿐이라는 뜻이다. 기업들이 실무 적응 속도가 빠른 ‘중고 신입’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신입 채용이 줄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신입 사원을 채용해도 이들은 1~2년의 경력을 쌓고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잡코리아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신입의 41.5%가 입사 1년 내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 고용 구조의 변화도 들 수 있다. 정규직 노조, 법적 60세 정년 등이 정착되면서 대기업에서 ‘고령 경력자’들이 ‘자리를 지키는 경향’도 강해졌다. 이들은 임금 피크제, 지방 발령 등을 감수하면서도 자발적 퇴직을 하지 않는다.

이는 당장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의 경제적 빈곤이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설사 60세에 정년을 해도 65세 연금지급까지의 공백이 두렵고 결혼적령기가 점차 올라가면서 50대 후반에도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는 자금 부족과 의학, 식생활 변화로 인한 ‘청년 같은 고령자’의 증가 때문이다. 자가 부동산을 제외하고 최소 10억 원 이상이 있어야 가능한 50대의 ‘파이어F.I.R.E’족의 조건을 갖추었어도 50~60대들의 ‘젊은 활동성’을 펼칠 수 있는 일의 공간이 우리 사회에 없다는 점이다. 해서 직장인은 이제 ‘퇴사’보다 ‘버티기 신공’을 시전하는 것이다.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는 자금 부족과 의학과 식생활 변화로 인한 ‘청년 같은 고령자’가 증가하고 있다. 자가 부동산을 제외하고 최소 10억 원 이상이 있어야 가능한 50대의 ‘파이어F.I.R.E’족의 조건을 갖추었어도 50~60대들의 ‘젊은 활동성’을 펼칠 수 있는 일의 공간이 우리 사회에 없다. 해서 직장은 이제는 ‘퇴사’보다 ‘버티기 신공’을 시전하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얻어 은퇴하는 것? 거의 불가능!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 대상 ‘2025 직장생활 및 이직 의향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50세 이전에 경제적 자유를 얻어서 은퇴하고 싶으십니까?’라는 질문에 2021년 56%, 2022년 59.6%, 2023년 61.5%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50세 이전 은퇴’를 원했지만 2025년에는 48.5%로 낮아졌다.

또한 ‘은퇴 의향이 없다’도 2021년 39.9%에서 2025년엔 42.5%로 높아졌다. ‘언젠가는 경제적 이익을 얻어서 은퇴하고 싶으십니까?’에 대한 50대의 응답은 2022년 72.8%, 2023년 78.8%에 달했는데 2025년에는 67.6%로 대폭 낮아졌다. 이는 직장 ‘안정성’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설문에서는 ‘원하는 일, 직무가 아니어도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싶다’에 83.3%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경제적으로 안정되어도 어떤 일이든 계속 하고 있을 것 같다’도 67.6%로 높게 나왔다. 또한 ‘경제적 자유를 얻어 은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역시 70.2%였다.

결과는 10명 중 7명이 경제적 자유를 얻어 은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특히 40대에서 50세 이전 은퇴 의향은 특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자금의 규모’에 대한 질문에서는 34.4%가 ‘10억~20억 원’에 응답, 조기 은퇴가 현실적으로 매우 높은 장벽임을 보여 주었다.

(※ AI로 제작된 이미지)
직장생활이 주는 ‘안정감’을 중요시

업무 몰입도 증가의 요인 중 ‘충분한 보상이 가장 중요하다’ 항목에서 젊은 세대의 생각은 확고하다. ‘일에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열정을 갖고 일할 필요가 없다’가 전체의 71.8%, ‘직장 업무는 월급만큼만 일하면 된다’는 20대가 70.4%로 가장 높았다(30대 61.2%, 40대 48%).

또 ‘현재 일을 할 때 영혼을 담아서까지 일을 하진 않는 편’도 20대 73.6%, 30대 70.4%, 40대 68%로 나타났고 ‘월급이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굳이 열정을 가지고 일할 필요를 잘 못 느낀다’는 20대 59.6%, 30대 53.2%, 40대 45.2%로 드러났다. 즉 젊을수록 임금, 복지, 발전성에서 만족치 못한다면 굳이 ‘충성을 다해 열정을 불태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이제는 회사의 명운보다 자신이 잘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는 직장에서의 개인적 성취보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공정한 보상을 보다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직장인 대부분이 직장이 주는 안정감에 무게 중심을 더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에서 승진하는 것보다 같은 크기의 노력을 개인 사업에 쏟아 붓는 편이 효율적이다’라는 답변은 2023년 47.8%, 2025년에는 30.4%로 낮아졌다. 이는 현실적 타협으로 ‘직장 내 노력과 성과에 대한 보상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재 직장인들은 경제적 불확실성, 노후자금 없는 퇴사,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자영업 창업 등에 대한 욕망은 퇴화하고, 현재 직장의 ‘정년이 보장된 작은 안정성’에 더 많은 가치를 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글 권이현(라이프컬처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14호(26.01.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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