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동상이몽’ 속 ‘명·청’ 엇박자…정청래, 조국과 ‘檢 개혁동맹’ 추진
‘檢 개혁’ 강경 입장인 혁신당 끌어들인 與…‘신중론’ 李와의 ‘예고된 갈등’?
정청래의 미묘한 타이밍…李 기자회견 다음 날 합당 발표, 주도권 경쟁 분석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집권 2년 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에서 '현재권력 대 미래권력'의 대결 구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굳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이의 신경전은 표면적으로는 검찰 개혁을 둘러싼 엇박자에서 두드러진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더 복잡한 수싸움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정 대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하고, 1인 1표제를 밀어붙이면서 임기 6개월 내내 사실상 차기 당권에 대한 도전장을 내밀며 연임을 위한 자기 정치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정·청이 겉으로는 '원팀-원보이스'를 메아리처럼 외치며 매번 불협화음 봉합에 나서고 있지만, 두 권력자는 각자의 언어로 은은한 불쾌감을 계속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의 언어는 검찰 개혁 추진 과정에서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1월21일 청와대에서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신설에 대한 정부안을 둘러싼 여당 일각의 내부 반발을 두고 '신중론'이라는 기준점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한테) 여태까지 당한 게 얼마인가, 나라 망할 뻔했다, 이재명 죽을 뻔했다'(라며) 감정적으로 말하는 분도 이해해야 한다"면서도 "시간을 충분히 갖는 대신에 감정적으로 추진하진 말자"고 짚었다. 이어 "검사의 모든 권력을 완전하게 뺏는 방식으로 해놓으면 나중에 책임은 어떻게 질 건가"라고 반문하며 "정치는 자기주장을 막 해도 된다. 그러나 행정은 그러면 안 된다"며 충분한 숙의·토론 과정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 "충분히 토론하라" 與 속도전에 '제동'
이 대통령이 거론한 '감정적인 말'의 대표적인 스피커로는 김어준 방송인이 꼽힌다. 김어준씨는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5일 전에 자신의 방송에서 정부안에 대해 비슷한 지적을 한 바 있다. 그는 "이재명은 검찰 손에 거의 죽을 뻔했다. 그렇게 검찰 개혁은 수십 년째 민주진영 지지자들의 생채기로 자극됐고 현 정권을 탄생시켰다"며 "그 긴 세월 끝에 마침내 수사·기소 분리를 정말로 하게 되나 싶었는데, 이걸 다시 몇몇이 기술을 부려서 도로아미타불로 만든다? 이건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대표와 국회 법사위원인 김용민 의원 등 이른바 당내 강경파 역시 이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정 대표는 그간 검찰 수사권을 전면 폐지해야 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성 지지층을 결집해 왔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강한 추진력과 메시지로 검찰 해체 주장을 정체성 삼아 탄생한 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중수청·공소청 정부안이 발표된 이후에는 당내 강경파들이 당 회의나 친여 성향 방송에 출연하면서 '검찰과의 타협'이라는 취지로 불편한 내색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강성 지지층 일각에선 정부안을 주도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검찰 출신 봉욱 민정수석에 대해 불신을 표시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요구마저 나왔다. 여권 지지층이 많이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통령을 향한 비토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더 토론하라"는 이 대통령의 제동은, 정 대표에겐 정치적 딜레마로 작용했다. 최근 이 대통령은 민주당만을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 전체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며 최대한 신중하게 개혁과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신년 기자회견이나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도 "제 (검찰 개혁 관련) 얘기로 '이재명 못 믿겠다' 등의 갑론을박이 생길 수 있다"며 지지층을 의식하면서도 "나는 민주당의 대표가 아닌 국민의 대표"라는 기조를 거듭 강조했다.
관건은 정 대표가 대통령의 이러한 기조를 얼마만큼 뒷받침해 주느냐다. 특히 강성 지지층을 규합하고 있는 정 대표가 당권파 세력과 이 대통령의 '중도보수론' 사이에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어디까지 내어주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정 대표는 크게 두 가지 결정적 장면을 통해 검찰 개혁 관련 '미묘한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먼저 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참석으로 출국하던 1월13일, 정 대표가 서울공항으로 배웅 나간 자리에서 '정부안에 대한 당내 반발이 큰 상황'이라고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이 대통령은 당시 정 대표와 같이 걸어가면서 "검찰이 권한이 없어지는데" "지금 단계에선 상호 견제를 해야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이후 진행된 16일 최고위원회에서 "검찰 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李 "반명 있으십니까" 정청래에 뼈 있는 농담
그러나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만찬을 가진 뒤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당시 만찬에서 이 대통령이 "반명(反이재명) 있으십니까"라며 특유의 뼈 있는 농담을 던진 후 검찰 개혁과 관련해 "수사기관끼리 견제와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충고를 이어갔다는 전언이다. 이후 만찬 다음 날(1월20일) 진행된 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정 대표는 평소와 달리 "검사는 다 나빠. 경찰은 다 좋아.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해결하고자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오늘은 국민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라며 다소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고 한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쐐기를 박았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검찰 개혁 관련 각종 논란에 대해 차분하게 접근해 방법을 찾아 달라고 당부했던 말은, 만찬 자리에서의 톤과 거의 유사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 지점은 정부안이 중수청 수사관을 법률가인 '수사사법관'과 비법률가인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하고,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줄 여지를 남기면서 사실상 '제2의 검찰청법'을 만들었다는 지적과 맞닿아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대원칙하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된다"며 "검찰 개혁의 최종 목표는 인권 보호와 피해자 보호에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해서도 "(공소청이)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1월22일 국회에서 진행한 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선 이 대통령의 신중론에 힘을 얹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진 분위기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의총과 관련해 "예외적인 보완수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포함해 정부안에 대한 찬성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여당이기에 무한정 저희 의견만 병렬적으로 (정부에) 전달할 수는 없고 종국적으로는 당정 협의를 통해 하나의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1인 1표제' 두고도 '명·청 갈등' 점점 심화
이 대통령과 검찰 개혁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정 대표의 돌파구였을까. 그는 1월22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혁신당에 대한 합당 제안 기자회견을 열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합당 제안' 기자회견 직전에야 최고위원과 원내 지도부에 통보하면서까지 청와대와의 물밑 조율을 감춰온 배경엔 여러 해석이 제기된다. 특히 당 내부에서 "'민자당식 깜짝쇼'냐" "이러려고 최고위원 됐나" 등 강한 원성이 제기되는 상황임에도 정 대표가 독단적 결정을 내린 노림수는 무엇이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민주당-혁신당' 합당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단 '정치는 타이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시점에 정 대표가 합당 카드를 꺼낸 데는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정청래표' 검찰 개혁 속도전에 제동을 건 다음 날, 정 대표가 합당 제안을 발표하면서 청와대로 쏠린 주도권을 여의도에서 다시 잡으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아울러 정 대표가 합당 발표 후 진행한 의총에서 "청와대와 조율이 있었다"고 해명하고 청와대 측에서도 "대통령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호응하면서 당·정·청 원팀 기조에서 벗어난 결정이 아니라는 데 힘이 실렸다.
자중지란 사분오열 위기의 야당을 겨냥해 확실한 견제구를 날렸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 단식 투쟁이 정치·정무적 효과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로 끝난 가운데 한동훈 전 대표를 둘러싼 징계 결정 여부 등 내홍이 지속되고 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통일교 및 공천 헌금 수수 의혹 관련 쌍특검 추진 차원에선 전선을 공유하지만, 장동혁 지도부의 '윤 어게인' 지지층과는 손을 잡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이 혁신당과 선제적으로 연대를 이뤄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판세를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가장 지배적인 해석은 정 대표가 차기 당권을 위한 지름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최근 김병기 전 원내대표, 강선우 의원 등을 둘러싼 공천 헌금 수수 논란이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의혹 등으로 악재가 쌓이면서 정 대표의 당내 리더십에도 위기론이 제기됐다. 이에 범여권 연합 정당을 이끌고, 이를 토대로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 경우 안정적으로 차기 당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는 정 대표의 기대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일각에선 정청래 체제 이후 '1인 1표제' 등에 따라 반청(反정청래) 기류가 이미 형성되면서 비토가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경종 민주당 의원은 합당 제안 발표 이후 "합당은 당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진행되어야 한다"며 "혁신당의 대답보다 당 내부의 대답을 먼저 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장철민 의원도 "뉴스를 보고서야 합당 추진을 알았다"며 "당원들의 뜻을 듣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사전 논의가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이러려고 최고위원이 됐나' '최고위원의 역할이 무엇인가' '우리 민주당이 어떻게 이렇게 되었나'라는 깊은 자괴감과 함께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