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전세계 눈길 사로잡아…한국 미술 위상↑
이건희 컬렉션 뮷즈, 일주일 만에 완판…총 주문액 1억원 달해
화가 연고지 '맞춤형 기증'…전국민 문화 향유 인프라 확충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 유가족들이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이 전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주최로 지난 11월15일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는 개막 첫날부터 약 한 달간 관람객 1만5667명이 방문했다. 이는 동일 규모 특별전 관람객 수 대비 약 25% 높은 수치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국외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돼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기반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대여한 소장품으로 이뤄졌다. NMAA 전시가 종료된 뒤에는 2026년 시카고박물관과 영국박물관에서 순회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전시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2만3000여점의 작품 가운데 선별된 320여점으로 구성됐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국보 7건과 보물 15건 등 총 172건 297점의 문화유산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박수근, 김환기 등 한국근현대미술 24점이 출품됐다. 이는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한국 미술의 '정수'를 아우르는 작품들이다.
특별전에 전시된 고미술품은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일월오악도', '법고대' '천·지·현·황이 새겨진 백자 사발' 등이 있으며 근현대 작품은 박수근의 '농악', 김환기의 '산울림', 김병기의 '산악' 등이 전시됐다.
전시 열기는 미술작품을 토대로 만든 상품(뮷즈)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국립박물관 상품 브랜드 뮷즈는 국외 순회전 개막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총 주문액은 약 1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현지 박물관에서는 초도 물량의 3배로 주문량을 늘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쪽에 재주문을 요청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시회는 K미술이 K팝, K드라마, K영화에 이어 세계 최정상 무대에 진입하는 '신호탄' 역할을 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김세준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교수는 "이번 특별전은 이건희 컬렉션 자체가 가진 고유의 미를 잘 활용했다"며 "한국에 대해 전문가들만 알던 것들이 서구 대중에게도 알려져 한국 미술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이건희 컬렉션'은 2021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전국 주요 전시관에서 순회전을 진행해 총 35회에 걸쳐 35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미술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폭증해 외국 화랑들의 한국 진출이 급증했고 국내 미술 시장 규모는 2022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5년 650만명을 넘어서며 세계 4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이건희 컬렉션'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국가 문화유산을 지키고 미술 산업을 활성화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모델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들은 유명 화가들의 대표작을 화가의 연고가 있는 전국 각지의 미술관에 '맞춤형 기증'을 해 각 미술관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는 '온 국민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에 기여해야 한다'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철학에 따른 결정이다.
이중섭 화가의 제주 시기 삶을 담은 '해변의 가족' 등 주요 유화들과 엽서, 은지화 등 12점은 제주도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에 기증됐다. 박수근의 대표작 '아기보는 소녀', '농악' 등과 작가 연구에 필수적인 스케치들은 강원도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으로 돌아갔다. 이밖에 전남도립 미술관에는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등 전라도가 출신 화가들의 작품 21점이 기증됐고 광주시립미술관에는 김환기의 초기 대표작과 오지호의 풍경화 등이 기증됐다.
또 대구화단을 대표하는 이인성, 서동진, 서진달, 이쾌대, 변종하 등 중요 근대 화가들의 작품 21점은 대구시립미술관에 기증됐다.
[신아일보] 임종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