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홀로 있을 때만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고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박찬국의 철학의 기술]
정신적으로 빈곤하기에 고독을 두려워하지만
인간관계는 고슴도치 같아… 가까울수록 더 찔러
아무리 친한 사이도 불협화음 존재
사교는 뜨거운 ‘불’… 데고 나서 뜨겁다고 징징대
자신 속에서 쾌락의 샘을 찾아야 행복
나이 들수록 고독은 소중해지고 변함없이 지속돼

1. 쇼펜하우어는 “정신적으로 빈곤하고 천박한 인간일수록 사교적이다”라고 말한다. 정신이 풍요로운 인간일수록 고독을 즐긴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은 홀로 있을 때만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고,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성격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사태에 대해서도 생각이나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무리 친한 사이더라도 어느 정도의 불협화음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과 원만히 지내려면 우리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개성을 양보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의 강제는 모든 사교에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쇼펜하우어는 “고독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자유를 사랑하지 않는 자다”라고까지 말한다.
물론 고독을 즐기는 사람도 정신이 풍부한 사람들과 함께 있고 대화하는 것은 즐거워한다. 그러나 100명의 사람이 있어도 현명한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대다수 인간은 도덕적으로 저질이고 지적으로도 우둔하다. 따라서 사교는 매우 위험하며 심지어 우리의 파멸을 초래하기까지 한다. 고독한 삶에서 비롯되는 문제는 사교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에 비하면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라브뤼예르는 “모든 재난은 혼자 있을 수 없는 데서 생긴다”고 말했다. 쇼펜하우어 역시 이렇게 말한다.
“사교나 사람들의 모임은 불에 비교될 수 있다. 현명한 자는 적당한 거리에서 몸을 녹이지만 어리석은 자는 불 속에 손을 집어넣는다. 그는 불에 데고 나서는 추운 고독 속으로 달아나면서 불이 뜨겁다고 징징거린다.”
사람들과의 교제는 추울 때 사람들이 몸을 밀착시키고 서로를 따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신적으로 서로를 따뜻하게 해 주는 면은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게 되면 마찰과 갈등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쇼펜하우어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고슴도치들 사이의 관계에 비유한다. 고슴도치들은 피부에 가시가 돋아 있어서 가까이 있으면 서로를 찌른다. 사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를 더 많이 찌른다. 부부가 가장 가까운 사이이니 남편과 아내야말로 서로를 가장 많이 찌르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그다음에 부모와 자식들이 서로를 찌르고, 친구들과 연인들이 서로를 찌른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풍요로워 혼자 있어도 정신이 훈훈한 온기를 유지하는 사람은 무리 짓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찔리고 상처를 입을 일도 없다. 이런 의미에서 사교를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풍요로운 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2. 혼자 있을 때 하나의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가 가장 잘 드러난다.
하나의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은 극히 적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인간은 누구나 홀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혼자 있을 때 어떤 상태로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정신이 풍요로운 자들은 혼자 있을 때 자유와 마음의 평안을 누린다. 그러나 정신이 빈약한 자들은 혼자 있게 되면 자신의 텅 빈 자아를 마주하면서 공허감과 권태에 짓눌려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을 따뜻하게 해 주고 공허감과 권태에서 벗어나게 해 줄 오락거리나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누구보다도 부자들이 이러한 공허감과 권태에 짓눌린다. 이들의 비참한 모습을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였던 티투스 루크레티우스 카루스(Titus Lucretius Carus)는 이렇게 묘사한다.
“그는 가끔 화려한 거실을 버리고 나간다.
집에 있으면 지겹지만, 또다시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간다.
밖에서도 집에 있을 때나 마찬가지로 신나는 것이 없으니.
때로는 말을 타고 별장으로 서둘러 간다.
마치 집에 난 불을 끄려는 듯이.
그러나 별장 문지방에 닿자마자 하품을 한다.
그리하여 깊은 잠 속에 빠져 자신을 잊으려 한다.”
고독이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사람들 대부분은 정신적으로 빈곤하기 때문에 고독을 두려워한다. 따라서 그들이 사람들과 사귀는 이유는 사교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고독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정신에는 스스로 운동을 일으킬 수 있는 탄력이 없다. 이 때문에 그들은 혼자 있을 때는 술이나 담배 혹은 마약에 의지하여 자신을 고양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술고래가 되고 니코틴이나 마약에 중독되어 버린다. 또 그들은 자신들을 지속적으로 흥분시키는 게임이나 도박 등에 빠진다.
이렇듯 고독을 사랑하고 즐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쇼펜하우어는 “고독은 뛰어난 정신을 지닌 자의 운명이다”라고 말한다. 정신이 풍요로운 자일수록 혼자 있을 때 더욱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나 사물들에 의지하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그는 그것들이 그의 곁에 있건 없건 개의치 않는다. 따라서 탁월한 정신의 소유자는 주위의 환경이 아무리 황량하더라도 자신의 풍부한 사고와 상상력으로 활기를 띤다. 그는 독서를 하거나 훌륭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위대한 정신들과의 대화를 즐긴다. 또한 탁월한 정신은 작품을 창조하면서 큰 기쁨을 느낀다. 물론 그 작품이 가치가 있는 것일수록 그것에서 얻는 즐거움도 고상한 것이 된다. 따라서 위대한 작품을 낳은 천재들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다.
근대철학의 시조인 데카르트는 네덜란드에서 20년 동안 철저한 고독 속에서 살았다. 그러나 그를 후원했던 네덜란드 여왕은 데카르트를 가리켜 “그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며 나는 그의 삶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천재는 자신이 하는 작업에 온전히 몰두하는 사람이며, 이런 사람이 원하는 것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는 것뿐이다. 따라서 그에게는 고독과 자유로운 여가 시간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것이며 그 외의 것은 없어도 된다. 고독과 자유로운 여가 시간을 통해 그는 자신의 정신적 힘을 발산하면서 자기 내부의 부를 향유한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삶의 중심을 자신 안에 갖고 있다.

인간은 자신 속에서 쾌락의 샘을 찾아낼수록 행복해진다. 외부에서 오는 행복과 쾌락은 모두 우연에 지배되는 불안정한 것이기에 외부에서는 지속적인 행복을 찾을 수 없다. 특히 노년에 이르면 사랑, 여행, 사교 활동을 할 수 있는 힘도 떨어지고 친구들이나 친척들도 이미 죽어 곁에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노년이 될수록 우리가 내적으로 지니는 것들이 훨씬 더 소중해진다. 그것들만이 가장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철학과 교수. 원효학술상, 운제철학상, 반야학술상 등 수상.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등을 썼다.
라브뤼예르(Jean de La Bruyere 1645~1696)

프랑스의 모럴리스트로 파리에서 출생했다. 원래는 변호사와 세무관이었지만 직무는 소홀히 한 채 독서와 사색에 몰두했다. 나중에 콩데 공작 손자의 교사가 되어 콩데가에서 기숙하면서 귀족들의 생활을 자세히 관찰했다. 이러한 관찰의 결과를 당시의 풍속과 사람들의 성격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책 ‘레 카라크테르(성격론)’로 발표했다. 그의 명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높은 지위는 위대한 사람을 더욱 위대하게 하고 작은 인물은 더욱 작게 한다.”
“재치 있게 지껄일 수 있는 위트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침묵을 지킬 만큼의 분별력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은 커다란 불행이다.”
라브뤼예르를 모럴리스트라고 말할 때, 모럴리스트라는 말은 도덕가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탐구자’를 의미한다. 모럴리스트는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관찰에 입각해 인간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유명한 모럴리스트로는 라브뤼예르 외에 몽테뉴, 파스칼, 라로슈푸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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