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엔 겨울방학이 딱… 초등학생 추천도서 8

긴 초등학교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심심할 틈 없게 아이 손에 종이책을 쥐여주자. 손으로 직접 책장을 넘기고 한 줄 한 줄 짚어 읽으며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들도록. 이야기의 재미에 한번 눈을 뜬다면, 그 세계는 분명 이전과 달라질 것이다.
이번 방학 동안 초등학생에게 권하고픈 책들을 골랐다. 귀엽고 재미있는 그림책부터 긴 글을 읽고 싶게 만들 이야기책까지. 김민령 김유진 김지은 오세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4명이 각자 일독을 권하는 책 두 권을 추천한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 대상 한 권씩이다.
아이들 방학은 곧 부모 개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부디 이번 방학만큼은 이 책들과 함께 양육자도 아이들도 알차게 보내시길.
오카다 준 '신기한 시간표'(보림)

일본 대표 동화작가인 오카다 준의 '신기한 시간표'를 추천한다. 고학년 동화로 분류되지만, 2학년부터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판타지지만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일상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다. 아동 판타지의 모범인 오카다 준의 대표작. 시간표대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다룬 단편집이라 한 편씩 즐기기도 좋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내맘대로 시간표를 만들어본다거나 지난 학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고 이야기를 지어보면 어떨까. '돌멩이' 같은 수록작은 판타지와 리얼리즘 사이에 놓여 있어서 해석을 해보는 재미도 있겠다. 친구나 부모님과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책.
진형민 '왜왜왜 동아리'(창비)

2024년 출간된 진형민 작가의 '왜왜왜 동아리'는 기후 위기를 어린이 입장에서 정면으로 다룬 동화다. 바닷가 마을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주인공이 친구들과 무엇이든 파헤치는 '왜왜왜 동아리'를 결성해 동네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조사하다 기후 행동에 나서는 이야기. 엉뚱한 동아리를 만들어서 친구들끼리 가까워지는 과정이 재미있다.
생각해볼 만한 이야깃거리도 많다. 독후 활동으로는 나만의 동아리를 구상해본다거나 현재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는 기후위기 문제, 이를테면 산불이나 극지방 면적 감소 같은 걸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불법 계엄 사태가 야기한 응원봉 시위처럼 적극적인 참여민주주의를 생각해 보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김민령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신시아 라일런트 '살아 있는 모든 것들'(문학과지성사)

만약 누군가 내게 단 한 권의 동화책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이 책을 골라 가슴에 안을 것이다. 아주 얇은 동화책에 아주 짧은 12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든 이야기에는 동물이 나온다. 인간과 동물을 아우르며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서로를 살아가게 하는 이야기를 이처럼 작고 아름답게 말하는 문학이 바로 동화라는 걸 보여주는 책이다.
미국 대표 아동문학상인 칼데콧상과 뉴베리상을 각각 두 번씩 수상한 저자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독자들의 감동을 자아낸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집'(전 7권·시공주니어)

안데르센 동화는 누구나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완역본을 제대로 읽은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어른 책의 '고전'들이 그렇듯이. 시간 많은 방학을 이용해 시리즈 읽기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총 7권짜리 '안데르센 동화집'에는 안데르센이 남긴 동화 200여 편 가운데 157편이 담겼다. 작품마다 작품의 출처와 의의, 배경 등 전문가 해설을 곁들였다. 빌헬름 페데르센, 카이 닐센, 에드먼드 뒤락 등 대가들이 해석하고 그린 삽화는 감동을 더한다. 무엇보다 원작을 개작하지 않은 전체 원문을 충실히 옮긴 번역은 작품의 진가를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안데르센 동화는 슬프고 아름답다. 고요한 겨울에 읽는다면 안데르센 동화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린이의 미래에까지 오랜 기억으로.
김유진 시인 겸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정승 '눈사람 만들기 공식'(사계절)

정승 작가의 그림책 '눈사람 만들기 공식'은 굉장히 단순하고 간단하게 구성돼 있다. 말 그대로 눈사람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질문에서 출발한다. 지구온난화로 눈사람 만들 장소를 찾기도, 눈을 보기도 어려워진 어린 시절을 보내는 어린이들에게, '나만의 눈사람'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온 우주가 도와줘야 된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뜻깊은 책. 이야기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책을 덮고 나면 생태계가 어떻게 연결됐는지 구조를 이해하게 되는 환경 그림책이기도 하다.
주인공 어린이 모습도 일부러 멋지게 그리기보다 굉장히 어린이답게 그려져 있다고 할까. 어린이 독자들도 이 책을 보고 나면 스스로의 모습을 한번 그려 보고 싶어질 것이다.
조우리 '4x4의 세계'(창비)

오랜만에 보는 '정통 어린이 로맨스'라고 할까, 우정 서사라고 할까. 조우리 작가의 장편동화 '4ⅹ4의 세계'는 이야기의 힘이 굉장히 강한 책이다. 긴 책을 못 읽는다는 요새 아이들도 끝까지 읽게 하는 탄탄한 서사가 이 책의 힘이다. 영상이나 다른 어떤 종류의 예술적 경험과 달리 '이야기라는 게 이렇게 감동적이구나' 하는, 책만이 알려주는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울게 되는데, 그 서사의 힘을 어린이가 느끼는 겨울방학이 되길 바란다.
책을 읽은 권수가 늘어나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찐경험'을 하는 게 좋다. 독서를 통해 자신이 상상했던 감정의 선을 한 번 허물고 넘어가는 경험을 주는 책이어서 추천한다.
김지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길상효 '무엇이든 다람쥐 기자'(비룡소)

길상효 작가의 '무엇이든 다람쥐 기자'는 저학년 어린이들이 책과 친해지게 만드는 장르인 의인 동화다. 이제 막 기자가 된 다람쥐가 대단한 뉴스거리를 찾아 헤매는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육하원칙을 배워 기사를 쓰고 인터뷰도 해 본다. 이 중 겨울철에만 마을에 머무는 겨울 철새인 쇠오리를 취재하는 세 번째 편이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다. 겨울 철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쓰여진 이야기가 재미있다. 동물을 잘 그리는 화가 김상근의 그림이 매력을 더한다.
사는 곳 가까이 하천이 있다면 반드시 겨울에만 찾아오는 새들이 있을 거다. 밖으로 나가 겨울 철새를 관찰해 보고 다람쥐 기자처럼 기사문을 써보면 좋겠다.
최영희 '지옥으로 반지를 배달합니다'(학교도서관저널)

판타지 소설인 최영희 작가의 '지옥으로 반지를 배달합니다'는 새엄마가 생긴 재혼 가정이 배경이다. 아빠의 여자친구일 때는 좋았지만 막상 엄마가 된 상황은 마음에 안 드는 주인공이 우연히 새엄마에게도 새엄마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새엄마의 새엄마였던 할머니, 말하자면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아이는 엄마의 반지를 할머니에게 전해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저승으로 떠난 여정에서의 모험담이 스릴 넘친다. 가족의 의미를 확장시켜 나간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작품의 출발이 된 '바리데기 설화'도 관심 갖고 함께 찾아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오세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정리=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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